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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겹살에 소주 한 잔’도 옛말…경기침체 우려에 금리인상 일단 멈췄다[1년 반 만에 기준금리 동결, 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헤럴드경제=성연진·김현경 기자] 한국은행이 2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이는 올 들어 수출과 소비 모두 늪에 빠지면서 국내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수정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7%에서 1.6%로,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3.6%에서 3.5%로 0.1%포인트 낮췄다. 반도체 수요 감소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업 전반의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데다, 물가 오름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소비도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부동산 시장 경착륙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도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마냥 올릴 수는 없다는 인식도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경기 침체 우려감에 방점이 찍혔다는 얘기다.

하지만 난방비와 교통비에 이어 외식비까지 오름세를 키우는 등 물강상승 압박이 큰 데다 상대적으로 견조한 미국 경기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일 강경한 긴축 메시지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이번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은 한 템포 쉬어가는 면이 크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연장선상이다. 추가 인상 여지가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0%대 성장…금리 더 올리면 경제 못 버틴다=국내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2020년 2분기(-3.0%) 이후 2년 반 만에 역성장했다.

특히 우리 경제의 주요 축인 수출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1월 우리나라의 수출은 462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6.6% 감소했으며 수입은 2.6% 줄어든 589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이 수출을 상회하면서 무역수지는 126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적자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 연속 적자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올해 우리나라 경제를 ‘상저하고’로 내다보며 “수출부진이나 국제경기 둔화로 올 상반기는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과 정부는 1%대 성장률을 내다보고 있지만 주요 투자은행(IB)은 0%대 성장을 전망하기도 한다. 씨티는 올해 한국 경제가 0.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고 ING은행도 0.6% 성장을 전망했다. 노무라는 역성장(-0.6%) 전망을 내놨다.

로버트 슈바라만 노무라 그룹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3 세계경제 침체 전망과 한국경제의 도전’을 주제로 열린 웨비나에서 “한국 경제가 상당한 경착륙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며 “고금리발 주택 경기 악화, 민간 비금융권 신용위험 증대가 올해 한국 경제의 주된 난관이고 대외적으로는 선진국이 경기 침체를 겪고 있어 올해 2분기 일정 기간까지 수요 공백도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작년 성장 기여했던 소비…올해는 기대 어렵다=작년 한국 경제는 1분기 수출이 성장을 주도한 뒤, 줄곧 민간 소비가 이끌었다.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나타난 펜트업 효과(억눌렀던 수요가 급속도로 살아나는 현상)가 성장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민간소비도 지난해에는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소비가 급증해서 성장에 기여했는데 올해는 그 효과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면서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는 물가 급등 효과가 커지면서 실질소득이 많이 감소해 소비를 제약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실제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과 택시비 인상에 이어 가공식품 가격이 오르고 소주, 맥주 등 주류 가격 인상도 예상되면서 생활물가는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 더군다나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지표가 연이어 나오면서 소비는 더 줄어들 수 있다. 당장 소비자물가선행지표인 1월 생산자물가가 3개월 만에 반등했고,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 물가상승률)도 석달 만에 다시 4.0%로 올라섰다.

이에 민간소비는 지난해 4분기 전분기 대비 0.4%가 줄며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백화점 매출액도 1년 전보다 3.7% 내려갔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0.2로 1월보다 0.5포인트 하락하면서, 고금리·고물가가 소비를 압박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한은 여전히 ‘긴축’ 기조 유지…더 올릴 수 있다=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동결이 금리인상 사이클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특히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고려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총재도 이와 관련해 “대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보다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지는 것은 우리 경제에 부담이다. 국내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환율이 높아지면 물가도 올라간다. 실제 1월 외국인 채권자금은 역대 최대인 52억9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미국의 긴축 우려가 커지면서는 원/달러 환율이 이달 2일 1220.3원에서 17일 장중 1303.8원으로 보름 만에 80원 급등하면서 심리적 저항선인 1300원마저 뚫었다.

미국은 정책금리를 더 올릴 전망이다. 하준경 교수는 “미국 금리가 연말까지 5%대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에 우리나라가 이번 동결로 금리 인상을 멈췄다고 얘기할 순 없을 것 같다. 3.75%까지는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1.25%포인트까지 벌어진 한미 금리차 역시 좁혀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1.25%포인트의 금리차는 2000년 10월(1.50%포인트) 이후 가장 크다.

하 교수는 “한미 금리차가 1.25%포인트 이상 벌어지면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지금처럼 무역적자가 계속되고 경상수지가 악화되는 상황에서는 금리차를 크게 유지하면서 환율 안정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도 “미국 금리는 5% 중반대가 시장의 컨센서스다. 우리나라가 금리 인하로 갈 것이란 기대는 민간에서 한 것이지 한은은 한 적이 없다”면서 “금리차가 1.50%포인트로 가게 되면 더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로) 이를 더 벌리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pink@heraldcorp.com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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