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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새벽 6시에 하나로마트서 줄설줄은…” 소고기 ‘오픈런’, 문열기 2시간 전부터 [고물가 버티기]
1등급 한우 1인당 2㎏ 제한…1시간도 안돼 물량 대부분 매진
매장 문이 열리는 23일 오전 8시부터 소고기를 사기 위해 서울 도봉구 농협하나로마트 창동점으로 몰려든 소비자들이 고기를 고르고 있다. 이정아 기자.
매장 문이 열리는 23일 오전 8시부터 소고기를 사기 위해 서울 도봉구 농협하나로마트 창동점으로 몰려든 소비자들이 고기를 고르고 있다. 이정아 기자.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아침 식전 댓바람부터 하나로마트 와서 줄도 서보네요. 벌써 두 번째예요.”

23일 오전 7시께 서울 도봉구 농협하나로마트 창동점. 마트 개장까지 1시간이 남았는데도 지하 매장 입구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1등급 등심·국거리·불고기용 한우를 저렴하게 사려고 기다리는 손님들이었다. 이들은 30대부터 70대까지 세대를 망라했고, 성별을 가리지 않았다.

이날 가장 처음 마트에 온 손님인 70대 박모 씨는 “아이들이 집에 오면 소고기 먹이고 싶어서 새벽 6시에 왔다”고 말했다. 이어 “자식들은 (오픈런) 가지 말라고 하지만, 노인네가 잠도 없는데 집에서 뭐해. 소고기 싸게 판다는데 와야지”라며 빙긋 웃어 보였다. 새벽 6시30분부터 줄을 섰다는 40대 고객은 “제한 수량이 있어서 지난번 소고기 할인 행사 때는 불고기만 사갔다”며 “오늘(23일)은 새우살이 붙은 질 좋은 등심을 살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평소에는 이 시간에 일어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매장 문이 열리는 23일 오전 8시부터 소고기를 사기 위해 서울 도봉구 농협하나로마트 창동점으로 몰려든 소비자들. 이정아 기자.
오전 7시가 채 되지 않았는데도 서울 도봉구 농협하나로마트 창동점으로 몰려든 소비자들이 매장 오픈을 기다리며 줄카트를 들고 줄을 서 있다. 이정아 기자.

오전 8시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카트 행렬이 정육 코너로 향했다.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며칠 전에는 새벽 4시에 온 손님도 봤다”며 “매장 문 열기 전에 500m가량 긴 줄이 있었을 때도 있었다. 오늘은 평일이라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경제지주가 연 ‘소프라이즈! 2023 대한민국 한우세일’ 행사가 입소문을 타면서 유례없는 ‘한우 오픈런’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올해 들어 한우 도매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급락했다. 그러나 한우 소매가격에 유통 비용이 반영돼 소비자가 실질적인 한우 가격 하락을 체감하기 어려웠다. 도매가격 하락에도 꼼짝 않던 소비자가격이 이번 행사로 큰 폭으로 할인되자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가 구름처럼 몰렸다. 이들은 매장 앞에서 몇 시간이나 기다리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23일 오전 역시 소고기를 사기 위한 소비자가 몰린 부산 북구 농협하나로클럽 부산점. [독자 제공]

창동점은 1등급 한우 등심을 이날 1인당 2㎏로 제한해 판매했지만, 1시간도 안 돼 준비한 물량 300㎏ 중 상당 부분이 매진됐다.

또 다른 하나로마트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15~16일, 이틀간 사전 할인 행사를 연 양재점은 판매 시작과 함께 재고가 동나는 상황도 벌어졌다. 200인분 한우 물량이 10분도 안 돼 완판된 것이다.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소비자가 이렇게까지 호응해 주신 걸 보면 한우를 찾는 고객이 많았던 것”이라며 “그동안의 가격에 아쉬움이 컸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고물가 속 소비자의 얇아진 지갑 사정으로 행사 상품 할인율도 높아졌다. 이날 창동점에서 만난 60대 김모 씨는 “최소 반값으로 구매해야 저렴하게 잘 샀다고 느끼게 된다”며 “30% 할인은 딱히 싸다는 생각도 안 들 정도”라고 설명했다.

전국한우협회는 이마트, 롯데마트, 롯데슈퍼, 현대백화점, 탑마트 등 오프라인 대형 유통점과 참품한우, SSG닷컴, 롯데온, 농협 라이블리, 설로인 등 온라인몰, 한우협회 한우먹는날, 신선피엔에프, 서울경기한우협동조합, 여수 암소마을 정육점 등과도 손잡고 한우 할인 행사를 3월 4일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행사 기간 동안 계속 ‘소고기 오픈런’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행사 기간 한우 1+등급부터 2등급까지 불고기, 국거리 등 정육 부위를 30~50% 할인한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소비자가격 평균을 기준으로 100g당 ▷1+등급 2480원 ▷1등급 2160원 ▷2등급 2010원에 각각 판매한다. 한우농가가 거출하고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지원하는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업체별 행사 등급·품목 등 자세한 사항은 한우협회·한우자조금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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