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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건축 첫 관문 열자” 규제완화 순풍에 돛 다는 노후단지
번동주공 1단지·창동주공 18단지
안전진단 비용 모금·표본세대 모집
송파 5개단지 점수재조정 무더기 통과
강북구 번동주공1단지 아파트 전경. 고은결 기자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에 힘입어 노후 단지들이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정밀안전진단 절차를 위한 비용 모금을 서두르거나, 점수 재조정을 통해 재건축이 확정된 단지들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초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항목 배점에서 구조안정성 비중을 줄이고, 건축 마감·설비 노후도 비중을 높이는 등 기준을 완화했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번동주공1단지아파트는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비용을 모금 중이다. 앞서 강북구는 지난달 말 번동주공1단지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에 2억6000여만원의 안전진단 비용을 산정했다고 통보했다. 이에 준비위는 안전진단 비용에 표본세대 보상금 비용 등 약 2억8000만원의 모금에 돌입했다.

준비위는 최근 ‘토지 등 소유자에게 호소문’이란 제목의 안내문을 통해 정밀안전진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준비위는 중앙난방 보일러 노후화, 변형된 보도블록, 전기 배선 열화 현상, 주차장 부족, 소방관 노후화 등 14개에 달하는 단지 내 문제점을 설명했다.

이어 “고치고 닦고 살기에는 아파트가 너무 오래됐고 시설이 노후화됐다”며 “이제는 우리도 사람답게 새집에서 살아보자. 난방, 누수 걱정 없이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지하주차장이 있는 그런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대당 40만원이면 재건축의 첫 관문인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할 수 있다”며 “조금만 마음을 돌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적극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도봉구 창동주공18단지의 경우, 최근 정밀안전진단 비용 모금을 완료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 2021년 4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 다음 달 도봉구청으로부터 안전진단 비용 공문을 받았다. 이후 지난해 3월부터 모금을 시작했고, 그해 12월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가 완화되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 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올해 1월 9일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실시간 모금 현황 사이트를 제작해 소유주들에게 공개했다. 당시까지 필요 비용 중 약 66%가 모금 완료됐는데, 사이트 제작 약 4주 만인 이달 4일 모금을 완료했다. 이후 추진위는 지난 6일 구청에 정밀안전진단 금액 예치를 위한 가상계좌 송부를 요청했다. 현재는 정밀안전진단 검사를 위한 표본세대를 모집 중이다.

한 창동주공18단지 주민은 “젊은 소유주 위주로 많은 금액을 납부하며 비용 모금이 빠르게 이뤄졌다고 들었다”며 “우리 단지는 투자 의지가 강한 이들 중심으로 재건축 열기가 높지만, 인근 단지는 단지 내 ‘재건축 반대모임’도 있다더라. 큰 불편함을 못 느끼고 계속 살아온 주민이나, 고령자 입장에서 굳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는 심정도 이해는 간다”고 말했다.

안전진단 비용 모금 성사가 신속한 사업 순항과 직결되는 만큼, 구에서 비용을 먼저 지원하고 준공 인가 전에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노원구는 지난 1월 11일부터 2월 10일까지 서울시 조례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실시하고, 구민 7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시의회와 서울시에 전달했다.

송파구에서는 정부의 규제 완화에 따라 5개 단지가 안전진단을 무더기로 통과했다. 구는 지난 19일 송파동 한양1차, 풍납동 미성맨션, 극동 아파트가 안전진단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달 말 재건축이 확정된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과 지난 15일 정밀안전진단 통과 공문을 받은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를 포함, 아파트 5곳에서 재건축이 추진된다.

올림픽선수기자촌, 한양1차, 풍납미성, 풍납극동은 1차 정밀안전진단 용역에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인 D등급을 받아 재건축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기존에는 D등급을 받으면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 단계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올들어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되며 지방자치단체가 판단해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를 의뢰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이에 구는 지난 10∼15일 안전진단 자문위원회를 열고 논의한 결과 적정성 검토가 불필요하다고 보고, 올림픽선수기자촌, 한양1차, 풍납미성의 재건축을 확정했다. 풍납극동은 경미한 보완사항을 이행한 후 재건축 확정을 통보할 예정이다.

고은결 기자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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