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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반차로 맛집투어” 휴가 쪼개 쓰는 MZ세대
워라벨 중시 젊은직원 특성 반영
복지 차원 만족도 높아 확대 추세
‘반차(4시간 단위 휴가)’에 이어 ‘반반차(2시간 단위 휴가)’를 도입하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사진은 꽃눈이 핀 버들개지가 드리운 서울 중구 청계천변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산책을 하는 모습. [연합]

“맛집 가려면 줄 길게 서야 하잖아요. 요즘 ‘반반차’ 쓰면서 맛집 투어 다니는 재미로 회사 생활 버팁니다.”

서울 한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A(38)씨. 요즘 매주 목요일마다 동료들과 함께 ‘반반차’ 휴가를 쓰고 있다. 그는 “4주에 걸쳐 반반차를 써도 한 달에 휴가 하루만 쓰면 되는 셈”이라며 “평일 중 근무에 지칠 때쯤 반반차를 한 번씩 쓰면 한 주가 빨리 가는 것 같아 좋다”고 전했다.

요즘 ‘반차(4시간 단위 휴가)’에 이어 ‘반반차(2시간 단위 휴가)’를 도입하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과거 일부 대기업만 적용한 휴가형태라면, 요즘은 중소기업·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크게 느는 추세다.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 직원 특성을 감안한 변화로 풀이된다.

통합정보기술 보안기업 마크애니는 임직원 개인 업무 시간 보장 차원에서 ‘2시간 반반차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병원이나 관공서 등을 갈 때에도 직원이 널리 활용하고 있다는 게 마크애니 측의 설명이다. 최고 마크애니 대표는 “임직원이 양질의 근로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업무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복리후생 제도를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SK매직은 반반차 제도를 도입한 것뿐 아니라 나아가 직원이 자유롭게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휴가 신청 서류를 직원 스스로 결재하는 ‘휴가 자기결재 시스템’까지 갖췄다. 휴가 신청 사유 등을 눈치 보지 말고 활용하라는 취지다.

세아상역도 최근 반반차 제도를 공식 도입했다. 기존 반차 휴가에서 다시 이를 2시간 단위로 나눠 2시간 늦은 출근이나 2시간 빠른 퇴근이 가능한 제도다.

나아가 요즘은 ‘반반반차(1시간 단위 휴가)’까지 검토하는 기업이 생기고 있다. HR 업무 관련 커뮤니티엔 ‘반반반차’ 관련 질의응답이 크게 느는 추세다. “1시간 단위로 휴가를 쓰면 직원 만족도가 높아지고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짧아 업무 지원도 쉽다”, “실제 반반차나 반반반차나 회사 차원에선 큰 차이는 없다” 등의 글이다.

반반반차를 써봤다는 한 이용자는 “사실 1시간 먼저 퇴근하는 것뿐이지만 회식이 있는 날에 쓰면 저녁 시간을 통째로 버는 셈”이라며 “가기 싫은 회식 등에 티 안 나게 써먹기 좋은 제도”라고 적었다.

반반차, 반반반차 등의 휴가제도가 가능한 건 과거와 달리 대부분 기업에 전자증빙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서류로 처리했다면, 엄두를 못 냈을 제도다. 1시간짜리 휴가로 관리부서를 거치면 늘어나는 업무량을 감당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현재 반반차를 도입 중인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입사 후 휴가 관리, 경비 지출 등을 모두 전산화했기 때문에 사실 반반차, 반반반차 도입에 따른 프로세스가 어려운 건 아녔다”며 “오히려 관건은 어디까지 반반차 사용을 허용할 것인지, 직원이 과연 눈치 안 보고 쓸 수 있을지 등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반차나 반반차 등은 근로기준법상에 정해진 연차 휴가는 아니다. 즉, 반차 등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는다. 회사 내규나 노사 간 협의 등에 따라 활용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회사마다 적용 범위나 형태 등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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