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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대마진, 언제는 낮다면서요” 억울한 은행?[서정은 기자의 나·알·아]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예대 마진’ 축소 지시를 둘러싸고 은행권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년 전만해도 금융당국이 우리나라 은행들의 예대마진이 타 국가에 높지 않다고 감쌌던 만큼 은행 내에서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번주 중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연다. 은행권 과점체제를 깨기 위해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부터 보수체계, 손실흡수능력, 금리체계 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앞서 윤 대통령이 ‘비상경제민생회의 관련 브리핑’에서 소비자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이른바 예대마진(대출-예금 금리차) 축소를 요구한 뒤 나온 조치의 일환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예대금리차 공시, 금융사 간 경쟁 강화 등을 통해 유효 경쟁을 촉진하는 안 등이 거론됐다. 은행들 또한 TF 진행과 별도로 예대차 조정에 나서는 분위기다. 준거금리가 되는 금융채나 코픽스에 가산금리, 우대금리를 조정해 대출 금리를 낮추고 수신 금리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당국 방침에 따르고는 있지만, 은행들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실제 장기 추이를 보면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줄었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신규취급액 예대금리차는 1.25%로 10년만에 최소폭을 기록했다. 잔액기준으로 봐도 금리반영시점에 차이가 있었을 뿐, 2%초중반 밴드내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년만에 은행에 대해 갑자기 칼날을 겨누는 당국에 대한 비판여론도 높다. 불과 6개월 전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을 때만해도 당국은 “우리나라는 스위스, 싱가포르, 홍콩보다 예대마진이 낮을 뿐 아니라 국내은행의 순이자마진도 미국은행 보다 낮고, 유럽은행(1.26%)과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의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이 솔솔 나오자 예대금리차 공시 등을 추진하면서도 오히려 은행 편을 들어줬던 셈이다.

자료에도 주요국과의 예대금리차, 순이자마진을 별첨자료로 넣어 우리나라 은행들이 낮다고 설명할 정도였다. 자료발표 후 진행된 브리핑에서는 “이번 대책은 은행이 잘못한 걸 개선하자는게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예대금리차를 비교했던 국가들과 견주면 지난해에도 우리나라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헤럴드경제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홍콩과 싱가포르의 지난해 예대금리차는 각각 5.05%, 5.13%로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높다. 헝가리와 노르웨이는 각각 2.13%, 2.24%였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예대금리차를 보면 잔액은 2.55%, 신규는 1.53%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예대금리차가 올랐다는 것도 당국에서 수신금리 경쟁을 자제하라는 시그널을 보내서 그런 것 아니냐”며 “얼마전까지만해도 예대금리차가 높지 않다고 말했던 당국이 이제는 대통령이 발언하니 돌연 공공재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업권의 특성 자체를 흔들려 한다”고 비판했다.

은행들의 이런 항변에도 은행권을 둘러싼 압박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할것없이 은행의 영업관행 손질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 방식과 근거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금리폭리방지법’을 추진 중이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은행법 목적 조항에 공공성 확보를 반영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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