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비판·여론 악화에 전반적 재검토
글로벌 기준 고려 비판 과도하단 입장도
마일리지 공제율 낮추고 예약편의 개선 고민
대한항공 여객기. [대한항공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대한항공이 오는 4월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마일리지 개편안을 재검토한다. 최근 20년 만에 개편안을 내놓고 시행을 앞두고 있었지만, 정치권과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첫발도 떼지 못하면서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로 항공권 예매가 어렵단 지적과 마일리지 공제율 변화 등 각종 비판을 감안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논란이 된 마일리지와 관련해, 고객 의견을 수렴한 뒤 전반적인 개선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기존 ‘지역’에서 ‘운항거리’로 변경하는 안은 유지하되, 발권이나 좌석 승급에 필요한 구간별 마일리지 공제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일리지를 활용하는 예약이 어렵다는 점을 개선하는 데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일리지로 사용 가능한 보너스 항공권 좌석 비중도 기존 전체 좌석의 5%에서 10%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인기 있는 장거리 노선을 위주로 보너스 좌석을 우선 배정하는 추가 항공편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일리지의 사용처 확대도 유력하다.
다만 오는 4월 1일로 예정된 시행일은 한 차례 연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수년 전부터 유관부서가 협력해 준비해 온 개편안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며 “전반적인 안을 당장 새로 내놓기는 어려울 테고 국토부와의 협업도 필요한 만큼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오는 4월부터 마일리지 제도를 개편, 시행할 계획이었다.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운항거리 총 10단계로 변경하는 것이 골자였다. 마일리지 공제 단계를 세분화할 경우 단거리 노선의 경우 마일리지 공제율이 축소돼 유리한 반면, 미국·유럽 등 일부 장거리 노선은 공제율이 인상된다. 이에 마일리지를 장거리 항공권 발권 등에 사용해 오던 여행객들의 불만이 거셌다.
여기에 정치권도 기름을 부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5일 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해 “역대급 실적을 내고도 고객은 뒷전”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19일에도 “눈물의 감사 프로모션을 하지는 못할망정 국민 불만을 사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재차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기존 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한 약관 심사 및 법리 심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비판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항공사들 또한 운항 거리에 비례해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항공은 2002년 이후 무려 20여년 만에 마일리지 개편안을 내놓은 것이다. 해외 유수의 항공사들은 마일리지 제도를 수시로 개편하고 있고, 마일리지 유효기간도 1~2년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의 스카이패스 회원 중 일반석 장거리 항공권 구매가 가능한 ‘7만 마일’ 이상 보유 고객이 단 4%에 불과하다고 항변한다. 사실상 이번 개편안이 중·단거리를 이용하는 다수의 승객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장거리 마일리지 역시 해외 항공사와 비교하면 여전히 대한항공에 강점이 있다. 8구간에 해당하는 인천~로스앤젤레스(LA)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 일반석 왕복은 현행 7만마일에서 새 기준을 적용할 경우 8만마일로 늘어난다. 하지만 외항사인 델타항공(인천~시애틀)은 13만~15만마일, 유나이티드항공(인천~샌프란시스코)은 13.7만~16만마일, 에어프랑스(인천~파리)는 14만~30만 마일이 필요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정체돼 있던 마일리지 제도를 변경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고심해 왔고, 코로나19 사태 전 사실상 시행을 위해 준비를 마쳤었다”며 “다만 국민들의 기대치가 이와 달랐던 것이 문제의 핵심인데 향후 나올 개선안과 변화에 일단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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