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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육선진국은 지금…놀이로 배우고 자라는 ‘집 밖의 또다른 집’
한국보육진흥원, 양질의 보육현장 소개
호주·뉴질랜드 우수어린이집들 보니…
두터운 양육지원·최상의 보육서비스
놀이와 자율 그리고 최신시설 있는 곳
영유아 부모의 부담없는 사회경제 참여
중장기보육기본계획 참고 사례 삼을 만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아 미아 어린이집의 보육실마다 마련된 바깥놀이 시설. 연령에 맞는 친환경 놀이 도구가 설치돼 있다. [사진 제공=미아 미아 어린이집 투어(유튜브)]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테 와리키(Te Whariki). 보육 선진국 뉴질랜드의 교육 과정을 가리키는 말이다. 뉴질랜드는 아동 당 비용 지원이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이며 끊임없이 투자를 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아동 스스로 잠재성을 발달시키고, 학습과 성장이 총체적으로 이뤄지도록 반영하며, 다른 문화를 이해하여 존중하고 가정과의 협력 속에 관계를 통해 학습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는 ‘테 와리키’는 마오리 원주민 언어로 ‘잘 짜여진 매트’를 뜻한다. 보육서비스의 철학, 구조, 방향, 목적이 씨실과 날실이 돼 잘 짜여진 환경 속에서 아이와 부모, 교사는 양질의 돌봄과 교육서비스를 제공받고, 또 제공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보육과 양육 서비스의 질적 도약으로 모든 영유아의 행복한 성장을 뒷받침하겠다는 제4차 중장기 보육 기본계획(2023~2027)이 시행되고 있는 요즘, 영유아 중심 보육정책을 수행하는 한국보육진흥원은 뉴질랜드와 호주의 우수 어린이집을 찾아가 그들의 보육 원칙과 서비스, 양육 지원 현황을 살펴봤다. 이를 소개한다.

#1. 놀이와 자율 추구, 보육실마다 바깥놀이 시설이 있는 곳

호주에서 최초로 설립된,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아 미아 어린이집(Mia Mia Child and Family Study Centre·이하 미아 미아)의 점심 시간. 아이 몇 명이 앞치마를 두르고 조리사 옆에서 점심식사 준비를 거들고 있다. “아이가 점심 준비를 돕고 싶다고 하면 참여 시킵니다. 마치 집에서 엄마 요리를 거드는 것처럼 말이지요. 물론 위험하지 않은 정도로요”

미아 미아의 캐서린 존스 원장은 “어린이집도 또 하나의 집이기 때문에 아이가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데, 그 중 하나가 점심식사 돕기”라며 “조리사들도 홈메이드 스타일의 요리를 해주고 있다”고 했다. 미아 미아는 호주 원주민 부족어로 ‘집에서 떨어진 집’이라는 뜻으로, 아이들이 집에서처럼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교실 인테리어, 공간 배치까지 신경 쓰고 있다. 보육실은 베이비반(생후 6개월~2세), 토들러반(2~3세). 킨더&프레스쿨반(3~5세)으로 나뉘는데, 보육실별로 연령에 맞는 소품이며 가구가 배치돼 있다. 뿐만 아니라 바깥놀이 시설도 보육실마다 마련돼 있으며 놀이도구 역시 연령에 맞춰 구비돼 있다.

호주에서 최초로 생긴 미아 미아 어린이집. 맥콰리 대학교 부속 어린이집으로, 호주는 물론 해외에서도 시찰이 많이 오는 곳이다. [사진 제공=한국보육진흥원]

“미아 미아의 기본 교육 철학은 ‘놀이와 자율’입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배우고, 교감하며 정서를 함양하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놀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그리고 아이는 그것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캐서린 존스 원장은 “선생님들은 아이의 선택을 지켜봐 주거나 협업을 위해 소그룹으로 묶어준다”며 “점심 후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지만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선생님의 판단을 믿고 맡기는 편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선생님들의 재량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곳의 교사와 학생 비율은 생후6주~만 2세반은 1:3, 만2~4세 반은 1:4, 만3~5세 반은 1:7로 정부에서 정한 비율보다 높은 편이다. 미아 미아는 맥콰리 대학교 부속 어린이집으로, 대학과 연계한 보육·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시범 사업은 물론 학계 및 기타 교육자들에게 교육 훈련·멘토링·관찰 및 연구를 위한 시찰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보육실마다 참관이 가능한 공간을 구비하고 있을 정도로 호주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명한 어린이집이다.

아시아계 아동이 많아 동양의 정서 함양을 위해 노력하는 굿스타트 클레이튼. 아이들이 사용하는 모든 도구는 플라스틱이 아닌 친환경 제품이다. [사진 제공=한국보육진흥원]

#2. 아시아계 아동이 대다수, 동양 정서 함양을 중시하는 곳

호주의 또 다른 우수 어린이집인 굿스타트 얼리 러닝 클레이튼(Goodstart early learning Clayton·이하 굿스타트 클레이튼)은 인도, 파키스탄,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계 아동이 많이 다니는 어린이집이다. 멜버른 교외지역인 클레이튼에 아시아인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카슈미라 원장도 인도 출신의 교육자다. “다양한 민족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곳이라 문화의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각 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고 서로 배우는 시간을 많이 갖습니다. 예를 들어 각 나라의 명절, 축제일이면 부모님과 조부모님을 초청해 함께 즐기고 배우지요.”

카슈미라 원장은 “동양의 정서를 익힐 수 있도록 놀잇감도 신경을 쓰는데, 대표적으로 플레이 도우가 있다”며 “대부분 어린이집에서는 인공 찰흙을 사용하는데, 이곳에서는 진짜 찰흙을 사용해 동양의 도자기 문화를 접하게 한다”고 귀띔했다.

특히 이곳에서는 교구며 놀이기구, 식기도구 등 아이들이 사용하는 모든 것을 플라스틱이 아닌 자연 재료로 만든 것을 사용한다. 심지어 물컵도 유리컵이다. 아이들이 사용하다 깨지면 위험할 수도 있는데,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선생님들이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기도 하고, 또 만약 다치더라고 그것을 통해 아이들이 조심성을 배우기 때문이란다. 우리나라와 약간 다른 풍경이다.

굿스타트 클레이튼은 호주에서 실시하는 어린이집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Excellent’를 받은 우수 어린이집이다. [사진 제공=한국보육진흥원]

굿스타트 클레이튼은 호주 전역에 660개 이상의 보육·교육기관을 갖고 있다. 대규모 보육기업체인 굿스타트 얼리 러닝 소속 어린이집으로, 호주에서 실시하는 어린이집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엑설런트(Excellent)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빅토리아주에서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3. 교사는 지시자가 아닌 관찰과 보호자 역할

“뉴질랜드는 영국식 교육제도를 바탕으로 전통을 중시하고 원주민 문화를 비롯한 다문화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테 와리키’라는 교육 과정에 따라 보육과 교육을 하는데, 발달놀이에 기초를 둡니다. 식사, 배변 등의 일상생활은 물론 규칙도 친구와 함께 놀면서 배우지요. 지식은 학교에 가서 배우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부분의 국공립어린이집은 철저하게 놀이 위주의 보육과 교육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교육 방식을 선호하는 부모들도 많아요. 대표적인 곳이 몬테소리 어린이집입니다.”

몬테소리 어린이집에서는 가능한한 스스로 하는 일을 유도한다. 교사는 곁에서 조용히 지켜봐 주고 문제가 생길 때만 개입한다. [사진 제공=St Johns Montessori]

뉴질랜드 오클랜드 시에 있는 세인트 존스 몬테소리(St Johns Montessori·이하 몬테소리) 어린이집의 제이미 오(오윤정) 센터장은 “몬테소리 교육의 기본 원칙 중 하나가 ‘스스로 하기’”라며 “영아기부터 시작된 다양한 성취 경험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기본이 되어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준다”고 했다.

오 센터장의 설명처럼 간식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자신의 간식을 식탁으로 가져다 놓거나 다 먹은 그릇을 설거지통에 넣었다. 몬테소리에서는 ‘두 살짜리 아이는 테이블 위에 빵을 놓을 수 있고, 네 살짜리 아이는 접시를 가져다 놓을 수 있고, 다섯 살짜리 아이는 자신의 접시를 닦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스스로 하는 일을 유도한다고. 이때 선생님은 지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잘 하는지, 소란은 없는지, 위험한 일은 생기지 않는지 관찰하고 문제가 생길 때만 개입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선생님들에게는 유연하게 대처하고 지도할 수 있는 역량과 재량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정부에서 제공하는 교육은 물론 선생님들끼리 팀을 짜서 함께 교수법을 만들기도 한다고.

뉴질랜드에서는 놀이를 통해 스스로 배우는 발달놀이에 교육의 기초를 두고 있다. [사진 제공=St Johns Montessori]

호주카톨릭대학 유아교육과 조스 누탈 교수는 “호주와 뉴질랜드 보육 서비스는 자녀를 가진 부모의 사회경제 참여를 돕고 취학 전 아동의 교육과 발달을 돕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영유아가 놀이를 통해 배우며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교사는 아동 개개인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파악하고, 그 관심사를 교육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영유아 발달 단계에 맞는 최적의 국가 지원 강화를 위한 제4차 중장기 보육 기본계획을 시행 중이다. 이는 부모급여로 양육 선택권을 보장하고, 시간제보육 등 육아지원 서비스 폭을 넓히며, 교사와 아동의 비율 개선·공간 개선·보육교직원의 업무부담 경감 등의 어린이집 환경 개선, 컨설팅 체계로 전환하는 어린이집 평가제 등 공공보육의 질적 강화와 보육 지원체계 개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통해 “저출산 장기화로 인해 저하된 보육·양육서비스의 질적·양적 개선으로 모든 영유아의 행복한 성장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육진흥원 관계자는 “제4차 중장기 보육 기본계획의 성공적인 시행으로, 우리나라 부모들도 호주와 뉴질랜드의 부모들처럼 부담없이 아이를 맡기고 사회경제에 참여할 수 있는 안정적인 문화가 형성됐으면 한다”고 했다.

ysk@heraldcorp.com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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