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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흑물질 후보 ‘엑시온’ 한국이 가장 먼저 찾는다
- IBS, 엑시온 탐색 실험설비 개발
- 美 연구진보다 탐색 속도 3.5배↑
CAPP-12TB 실험실에서 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연구진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IBS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암흑물질의 후보로 거론되는 ‘액시온(Axion)’을 찾는 가장 정밀한 실험 설비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단장 연구팀은 미국 워싱턴대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대통일 이론’을 기반으로 하는 액시온 암흑물질 탐색 실험을 시작했다.

현대 물리학의 정수인 표준모형(Standard Model)은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와 중력을 제외한 세 가지 힘, 그리고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이다. 표준모형은 과학자들에 의해 실험적으로도 검증됐다. 하지만 표준모형이 설명할 수 있는 물질은 우주 전체에서 고작 5%에 불과하다. 우주의 26.8%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 암흑물질의 존재는 표준모형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표준모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여러 이론을 제시하고, 이를 실험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이론이 ‘대통일 이론(GUT, Grand Unified Theory)’이다. 하지만 대통일 이론은 아직 실험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지구에서 입자를 가장 높은 에너지로 가속시킬 수 있는 장치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가속기(LHC) 조차 대통일이론을 검증하기에는 에너지가 턱 없이 부족하다.

대통일 이론 기반의 액시온 암흑물질을 발견한다면, 대통일 이론을 지지할 수 있는 증거를 찾는 셈이다. 대통일 이론을 기반으로 예측한 액시온을 ‘DFSZ(Dine -Fischler-Srednicki-Zhitnitskii) 액시온’이라 부른다. DFSZ 액시온은 김진의 경희대 석좌교수가 제안해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액시온(표준 KSVZ 액시온) 보다 기존 물질과의 상호작용이 적다. 더 탐색이 어렵다는 의미다.

액시온은 강한 자기장과 만나면 빛(광자)으로 변하는데, 이를 단서로 1989년부터 전 세계에서 액시온 탐색 실험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DFSZ 액시온 탐색의 경우 실험의 난이도 때문에 미국 워싱턴대의 ‘ADMX’ 국제 공동 연구 실험이 유일했다.

DFSZ 액시온 암흑물질 탐색 결과.[IBS 제공]

IBS 연구진은 실험 매개 변수들을 최첨단 수준으로 끌어 올리며 세계 두 번째로 DFSZ 액시온 탐색 실험을 착수했다. 액시온 검출 확률은 자기장이 클수록 높아진다. 연구진은 지구자기장의 30만 배에 이르는 12T(테슬라)의 자석을 설치했다. ADMX는 8T의 자석을 이용한다. 또한, 신호 검출을 방해하는 배경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절대온도 0도에 가까운 초저온 환경과 양자 기술을 접목하였다.

고병록 연구위원은 “이와 더불어 공진기에서 나오는 신호를 100%를 읽어낼 수 있는 처리 시스템을 개발하여 탐색 속도를 대폭 높였다”며 “덕분에 세계 최고 수준의 민감도를 유지하며, ADMX 설비로는 60일 동안 분석할 대역을 단 보름 만에 분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2022년 3월 1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실험 결과가 실렸다. 연구진은 1.1GHz(기가헤르츠) 주변의 주파수 대역에는 액시온이 없음을 확인했다. 현재의 액시온 탐색은 액시온이 이론적으로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주파수 대역을 조사하여, 신호가 잡히지 않는 지역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식으로 진행된다.

고 연구위원은 “액시온이 발견되고, 이것이 암흑물질로 밝혀진다면 인류는 5%를 넘어 32%의 우주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며 “도전적인 우리의 연구가 장차 궁극의 물리 이론인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으로 향하는 디딤돌의 되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물리학 분야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 2월 16일 온라인 판에 실렸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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