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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3시간 vs 5분…요즘 예능 ‘엄청 길거나 매우 짧거나’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1. 전남 순천에 사는 신모(75)씨는 요즘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 푹 바졌다. 최근 시작한 ‘미스터트롯2’는 화요일 저녁 본방 사수하는 것은 물론 미스·미스터트롯 시즌 1 방송 재방송도 채널을 찾아가며 틀어놓다 보니 하루 종일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을 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 씨는 “요즘 하는 미스터트롯은 방영 시간도 3시간 전후로 길어서 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2. 직장인 이모(35)씨는 평소 좋아했던 나영석 PD가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기에 오랜만에 TV 앞에 앉았다. 그러나 웬걸. 프로그램 시작 5분 만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프로그램이 끝났다. 이 씨는 “예능이 5분 밖에 안해서 깜짝 놀라긴 했지만, 프로그램 마지막에 ‘전체 프로그램은 유튜브로 확인하라’는 자막을 보고 (왜 짧은 지) 이해했다”며 “요즘 시청자들이 유튜브를 자주 보는 점을 착안해 TV 본방송을 예고처럼 활용한 게 참신했다”고 말했다.

최근 콘텐츠 제작사들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가운데 ‘극과 극’의 전술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어 주목된다. 요즘 중장년층 사이에서 대세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트롯 경연 프로그램은 3시간 전후로 끝없이 길어지는 반면, 1020이 선호하는 트렌디한 예능은 5분 이내로 줄이는 등 파격적인 편성이 이어지고 있다.

가수 임영웅 [연합]
고정팬 많은 트로트 예능은 ‘길~게’

19일 방송가에 따르면, 고정 시청자층이 확실한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들은 스토리가 늘어지더라도 분량을 최대한 늘리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당초 2시간 전후였던 프로그램 시간이 2시간30분으로 늘어나더니 최근에는 3시간을 초과하기도 했다.

최근 MBN이 야심차게 선보인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 방송 시간은 평균적으로 2시간 30분을 웃돈다. 특히 방송 시간이 가장 길었던 4화는 무려 3시간 10분에 달했다. 긴 상영 시간으로 논란이 있었던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상영 시간(192분)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불타는 트롯맨’ 뿐만이 아니다.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으로 재미를 본 TV조선도 최근 ‘미스터트롯2- 새로운 전설의 시작’(이하 미스터트롯2)을 시작하면서 방송 시간을 평균 2시간 30분 정도로 대폭 길게 잡았다.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들의 편성 시간이 편성 시간이 일반 예능 프로그램의 2∼3배에 달하지만, 방송국 입장에선 부담이 없다는 설명이다. 관련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이 웬만한 인기 드라마 시청률보다도 높게 나오기 때문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MBN '불타는 트롯맨'의 자체 최고 시청률은 15.2%(9회), TV조선 '미스터트롯2'의 자체 최고 시청률은 21.8%(7회)로 집계됐다. 웬만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들은 시청률이 잘 나오기 때문에 방송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분량을 늘리는 게 이득이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녹화, 편집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3시간짜리 프로그램 하나를 방송하는 게 1시간 짜리 프로그램 3개 방송하는 것보다 돈도 훨씬 덜 든다"고 설명했다.

TV 안보는 MZ 타깃 콘텐츠는 5분 이내로 '짧게'

그렇다고 모든 예능 프로그램들의 방송시간이 길어지진 않는다. tvN이 지난 17일부터 선보인 ‘그림형제’는 오후 10시40분부터 딱 5분 동안만 방영됐다. 이 프로그램은 MZ(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 작가 이말년과 주호민이 길거리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그림 퀴즈를 내고 인터뷰하는 프로그램이다.

예능 ‘그림형제’의 편성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것은 모든 내용이 방송되지 않기 때문이다. tvN은 우선 예고 같은 본방송 5분을 TV 채널에서 선반영하고, 전체 영상은 유튜브 ‘채널 십오야’에서 공개하는 식으로 방송 송출방식을 바꿨다. ‘그림형제’ 뿐 아니라 나영석 PD가 연출한 또 다른 예능 '출장 십오야'도 시즌2부터 편성 시간을 5분으로 줄이고, 유튜브에 전체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가수 은지원과 슈퍼주니어 규현이 안주를 차리고 손님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내 어깨를 봐 탈골됐잖아' 역시 5분 편성 예능이다.

이처럼 '5분 맛보기' 편성 전략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유튜브 등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익숙한 젊은 시청자들의 콘텐츠 소비 습성을 고려한 것이다.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예능은 이들이 잘 보지 않는 TV 채널보다 이용률이 높은 OTT나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내부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tvN 관계자는 "나영석 PD가 토크쇼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말했듯이, TV밖에 볼 게 없던 과거에 비해 요즘은 시청 플랫폼이 다변화됐기 때문에 그에 발맞춰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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