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포드·GM도 앞다퉈 참전
공급 부족땐 기업 간 충돌 우려도
아르헨티나 옴브레무에르토 염호에 있는 포스코아르헨티나 리튬 데모플랜트. [포스코그룹 제공] |
[헤럴드경제=김성우·이민경 기자] 전 지구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배터리의 핵심원료인 ‘백색 황금’ 리튬을 확보하려는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오는 2025년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리튬 확보는 국가적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17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리튬 수요는 2022년보다 약 2배 증가한 104만3000t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서는 최근 캐나다에 북미산 리튬정광을 확보한 LG화학 외에도 자동차 배터리 생산에 직·간접적으로 발을 걸치고 있는 SK온과 10여년 전부터 리튬 확보에 나선 포스코그룹이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직접 나설 정도로 원자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 최 회장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하카인데 히칠레마 잠비아 대통령을 만나는 등 각국 정상을 만나 원자재 확보를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는 SK온은 리튬 확보전의 최전선에 있다. SK이노베이션에서 독립한 2021년 10월부터다. 집중하고 있는 지역은 오세아니아 대륙의 호주다. 지난 2022년 기준 세계 2위 리튬 매장국이었던 호주는 가장 리튬 수출이 많은 국가 중 하나다.
SK온은 지난해 9월 호주 ‘글로벌 리튬’과 리튬 수급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지 2개 광산에서 대규모 리튬 정광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SK온은 양극재를 공급받아 수산화리튬으로 가공한다.
지난해 10월에는 호주 레이크소스로부터 2024년부터 10년간 리튬 23만t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전기차 49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또 칠레에서는 5년간 5만7000t의 리튬을 공급받는 계약을 지난해 11월 체결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2010년부터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리튬’으로 지목하고, 염수에서 리튬을 뽑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2018년에는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리튬 염호(소금호수)를 인수했다. 2020년에는 현지 데모(시험)공장 시험가동을 마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2.5만t 규모의 1단계 상용화공장 착공에 돌입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리튬은 전기차 약 60만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리튬 광산을 개발하려면 최소 8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포스코는 오는 2030년까지 리튬 30만t 생산·판매 체제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뽑아 올린 염수를 저장한 모습. [포스코그룹 제공] |
세계 각국의 전기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도 리튬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가장 일찍 출사표를 던진 기업은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리튬 정제사업을 ‘돈 찍어 내는 면허(license to print money)’라고 표현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2020년 9월 피에드몬트 리튬과 북미 공급 계약을 하고, 현재 텍사스주에 리튬 정제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푸조, 오펠, 지프 등을 보유한 제조업체 ‘스텔란티스’는 최근 호주의 자원업체 벌컨에 5000만유로(688억7150만원)를 투자했다. 폭스바겐, 르노 등 자동차 업체와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제조업체, 우미코어 등 소재생산업체도 추출 예정인 리튬을 구매하기로 벌컨과 계약을 맺었다.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도 최근 리튬 광산업체인 리튬아메리카스에 5000만달러(약 8004억원)를 투자했다. 포드는 지난해 6월 호주 광산업체 라이언타운과 계약을 하고, 내년부터 리튬을 공급받기로 했다.
최근 유럽은 시장에서 2030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를 퇴출하기로 했다. 2035년부터는 전기차만 판매할 계획이다. 미국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내연기관차의 감축 의지를 최근 피력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목표에 도달하려면 2030년까지 연간 판매되는 차량의 약 60%를 전기 자동차로 채워야 한다. 전기차 핵심 부품에 들어가는 원자재인 리튬의 수요는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가 늘고 각국의 자원 규제가 현실화하면서 리튬 확보전은 더 심화할 전망”이라며 “각국의 후발 업체들이 추가로 시장에 뛰어들 경우 리튬 확보를 둘러싼 충돌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