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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인데 가계약 방법있죠”...둔촌주공 ‘떴다방’ 주의보
기획부동산 사무실 가보니
모델하우스 주변 “웃돈 매수” 호객
수억 계약금에 매도 차용증 작성
서울시, 전매제한 위반 수사 의뢰
둔촌주공 모델하우스 주변에 분양계약을 하러 온 차들이 즐비하다. 박자연 기자

“둔촌주공을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드릴께요” (기획부동산 관계자)

분양권 매수자를 가장해 둔촌주공 조합원 물량 시세를 묻는 기자에게 상대방은 “일반 분양 물량은 관심이 없냐?”고 되물었다. “올해 12월까지 전매제한 아니냐”는 물음에는 “불법이긴 한데 가계약이라는 방법이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 완화로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자 불법분양권 전매를 주로 하는 기획부동산(떴다방)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급전이 필요한 매도자들에게 전매제한 규정까지 어겨가며 물건을 확보하고, 매수자들에게는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을 강조하며 싸게 살수 있는 기회라고 설득한다.

불법이라는 사실까지 알려가면서 수억원의 계약금을 받아내고, 계약을 진행하기 위해 매수자들을 꾀어내는 방법은 치밀했다. 떴다방 업체 직원을 직접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둔촌주공 모델하우스 앞에는 분양계약을 마치고 나온 사람들에게 “당장 웃돈을 받고 팔 생각이 없는지?” 물어오는 호객꾼들이 다수 발견된다. 이들에게 매수자 행세를 하며 사무실을 묻고 찾아갔다.

지난 14일 둔촌주공 현장에서 차로 20여분 떨어진 경기도 하남시에 기획 부동산을 찾았다. 간판에는 부동산컨설팅 홍보 문구가 담겨있었다.

상담에 나선 관계자는 한동안 침체기에 빠졌던 부동산 시장이 최근 갑작스럽게 과열양상을 보인다며 부동산 시장의 장밋빛 미래를 전망했다.

둔촌주공 역시 지금이 최저점이라는 내용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84㎡ 프리미엄이 1억원, 59㎡ 프리미엄이 7000만원 가량 붙었다고 귀띔했다. 합법적으로 매매가 가능한 조합원 물량이 3~4억원 오른 것과 비교하면 비교적 저렴한 금액이다.

불법분양권 전매 때 매도자가 매수인에 작성해서 건네는 ‘권리확보서류’(왼쪽)와 매매예약계약서. 서영상 기자

계약방식은 이렇다. 매수자는 분양가격의 20%에 해당하는 계약금과, 프리미엄 그리고 옵션비용을 준비해야 한다. 만약 둔촌주공 84㎡ 매수를 원한다면 분양가 약 13억원의 20%인 2억 6000만원에 프리미엄 1억원을 더하고 옵션비용 약 5000만원 등을 합쳐 약 4억원이다.

매수자가 매도자에 4억원을 지급하면 매도자는 아파트 분양계약서와 ‘권리확보서류’라는 작은 책자를 작성해 매수자에 넘겨준다. ‘권리확보서류’ 안에는 매매예약계약서, 거래사실확인서, 양도각서, 권리포기각서, 이행각서, 연대보증 및 상속포기각서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매수자의 권리확보와 추후 집값이 오를 때를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지급한 계약금 4억원보다 많은 5~6억원에 대한 차용증을 매도인이 매수인에 발행해준다. 해당 차용증을 공증법인에서 공증을 받음으로서 불법 분양권 전매 절차는 끝난다.

올해 12월 16일(전매가능 일자)까지 납부해야 하는 중도금은 매도자 명의로 대출을 하고 12월에 명의를 변경할 때 매수자가 대출까지 넘겨받는다. 그리고 명의 변경 때 매도인이 내야 하는 양도세는 매수인이 부담한다는 점도 추가했다.

“만약 매도인이 나중 연락이 안 되거나, 잠적했을 때는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대해 떴다방 관계자는 “그럴 리 없다”는 답만 되풀이하면서 “믿을 수 없으면 (계약)진행이 안 된다”며 인상을 찌뿌렸다.

이같은 방식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의를 당부했다. 우선 매수자가 보관하는 분양계약서는 절차가 까다롭지만 매도자는 분실을 이유로 다시 발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체 모를 ‘권리확보서류’ 역시 법적 효력이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주택법 64조는 주택의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이 지나기 전에 전매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또 전매 불가능한 집을 매도하거나 이를 알선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에 처하도록 법은 규정했다. 법은 전매제한 위반 신고 포상금제도도 운용하고 있다.

전매제한 위반 때 매수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지만 오랜 기간 준비한 목돈을 날릴 수 있는 위험성은 충분하다고 전문가들은 언급했다. 알선업자가 하나의 집을 가지고 여러 매수인에게 팔아버리는 다중매매를 하거나, 매도자가 상환능력이 없도록 파산해버린다거나, 잠적해버릴 수도 있다.

둔촌동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결국 집값이 오르면 나중 매도자가 웃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몇억원 아껴보려 행한 불법분양권 전매로 매도자가 연락이 안되서 수억원을 날린 사례를 여럿 목격했다.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전매행위제한과 관련한 위반 사항 신고가 들어와 경찰에 수사의뢰를 진행했다.

서영상 기자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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