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포드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미국 포드가 SK온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의 생산을 최소 다음주 말까지 중단한다. 최근 인도 전 품질 검사에서 전기트럭 한 대에서 문제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포드는 이번 조사에서 배터리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향후 양사의 협력 관계에 금이 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5일(현지시간) CNBC방송 등에 따르면 에마 버그 포드자동차 대변인은 “이번 배터리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았다”며 “다음주 말까지 조사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드는 최근 사전 품질 점검에서 F-150 라이트닝의 배터리 품질 문제를 발견하고, 지난주 초부터 미시간주 디어본 공장에서 이 픽업트럭의 생산을 중단했다. 버그 대변인은 “우리가 찾아낸 것을 이 트럭의 배터리 생산 절차에 적용할 예정”이라며 “여기에는 몇 주가 소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미 출고된 차량은 계속 판매한다. 포드의 픽업트럭 F-150의 전기차 모델인 라이트닝은 출고대기 고객이 20만 명에 이르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차다. 현재 F-150 라이트닝에는 SK온 조지아1공장에서 생산한 NCM9 배터리가 전량 탑재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포드가 구체적인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결함의 원인을 배터리로 지목한 것을 이례적이라고 분석한다. 전기차의 품질 문제가 발생할 경우 원인 규명이 쉽지 않아서다.

미국 조지아주 SK온 배터리 공장. [SK온 제공]

전기차 배터리는 조립 단위에 따라 셀, 모듈, 팩으로 나뉜다. 다수의 셀을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모듈 형태로 묶고, 이 모듈에 각종 제어 시스템 등을 장착한 것이 팩이다. SK온은 배터리 모듈 형태로 포드에 납품하며, 이후 팩으로 패키징(포장)하는 작업은 포드가 진행한다. 어떤 과정에서 결함이 발생했는지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최근 SK온과 포드의 협력 관계에 균열이고 생기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결함의 원인이 SK온의 제품 문제로 최종 확인될 경우 SK온의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포드와 SK온, 튀르키예 코치그룹은 튀르키예에 함께 짓기로 한 합작공장 프로젝트를 최종 무산한 바 있다. 특히 이 프로젝트에서 SK온만 배제됐고, 나머지 2개 기업은 계속해서 공장 건설에 나서기로해 SK온의 수율 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또 공교롭게도 전날 포드는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과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공장에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 내년부터 F-150 라이트닝에 LFP배터리를 장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포드가 F-150 라이트닝 전체 차량에 대해 문제 삼은 것이 아닌 만큼, SK온의 기술과 제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이번 결함으로 인한 사고도 없었고, 포드가 출고된 차량은 계속 판매할 것이란 입장이라 SK온의 품질 문제로까지는 번지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대비 차원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SK온은 생산 중단 건에 대해서 “포드와 함께 문제의 원인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아직 원인 규명이 확실하게 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