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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웰니스, 뛰는 이들<21>] 유명 저널 논문에 실린 천연식품 ‘귀리’의 힘
농촌진흥청, 귀리껍질 효능 밝혀내
“갱년기 여성 질환 예방·치료에 효과”
귀리 이미지. 0000 00 00000

[전문] 웰니스(Wellness)는 웰빙(well-being)·행복(happiness)·건강(fitness)의 합성어다. 2000년대 이후 등장한 개념으로 신체·정신·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최근 들어 국민 개인의 입장에서는 생애주기별 다양한 지원정책과 함께 신체·정신건강 증진에 관심이 높은 편이다. 특히 코로나19 등 감염병 시대,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위기를 극복하고 시민들이 보다 일상의 행복을 더 누리는 것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분위기다. 헤럴드경제는 이같은 맥락에서 국민들에게 힐링을 선사할 수 있는 다양한 웰니스 콘텐츠를 발굴해 소개한다. 본지는 지난 13회에 걸쳐 ‘웰니스 행정’의 프런티어를 인터뷰한 바 있다. 이번에는 포용과 복지를 추구하는 또다른 이들과 K웰니스 행정을 실행하는 기관을 만나 ‘건강한 국민, 행복한 국가’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그 배경 철학을 들어봤다.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정리)·글=양정원 웰니스 팀장] “사료용으로 판매되는 귀리껍질의 추출물이 생식기능은 물론 심혈관 질환, 뇌질환, 골다공증 같은 갱년기 여성의 만성 퇴행성 질환 예방과 치료에 상당한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귀리는 약물과 달리 부작용이 없는 천연 식품이란 강점이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청장 조재호) 국립식량과학원 작물기초기반과 이미자 농업연구관팀은 최근 귀리껍질의 효능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고, 이와 관련된 기술을 주제로 유명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고 특허등록을 완료했다. 연구팀이 공개한 연구 배경 및 필요성, 기술의 내용 및 성과, 과학기술적‧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살펴본다.

▶증가하는 갱년기 여성, 안전한 건강기능식품 소재 개발 필요

갱년기는 폐경이 나타난 이후 평균 4~7년 동안의 기간으로 포도당 대사, 지질대사와 에너지 대사 장애뿐만 아니라 난소의 노화 등으로 인해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듦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주요 증상으로는 안면 홍조, 신경질, 우울증, 피로감, 근육통, 수면장애, 심혈관계 기능 저하, 골다공증, 몸무게 증가 등이 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평균 49.7세에 폐경이 시작돼 평균수명 83.8세를 고려하면 30년 이상을 폐경 상태로 살게 된다.

여러 갱년기 증상 중 60% 이상이 겪고 있는 골다공증은 뼈가 손실되고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러지는 질환이다. 골다공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요통은 물론 허리가 구부러지는 등 신체 변형, 신장의 감소, 전신쇠약, 무기력 등에 시달리게 되고 심하면 골절로 큰 고통을 당하게 된다. 증상이 이미 나타난 뒤에는 약이나 주사 등으로 치료해도 진행을 늦추거나 멈추게 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폐경과 더불어 체지방이 축적되면서 살이 찌는 갱년기 비만은 상복부를 중심으로 지방이 축적되며, 하체는 가늘어지는 증상이다. 지방 분해가 제대로 안 돼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원하는 만큼의 감량이 어렵다.

세계적으로 갱년기 증상 치료에 사용하는 여성호르몬 대체요법은 호르몬을 인위적으로 보충해주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자궁내막암이나 유방암 등 호르몬 의존성 종양의 재발 위험이 있고 심장마비, 뇌졸중, 심혈관 질환 등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부작용이 없고 섭취하기에 안전하면서도 갱년기 증상 개선에 효과적인 천연 식품 소재를 개발하고자 귀리껍질을 이용한 연구를 수행했다.

▶국산 귀리 활용 갱년기 증상 개선 소재 개발

귀리는 벼과의 두해살이풀로서 주로 오트밀 등 가공식품으로 소비된다. 귀리껍질은 귀리의 알갱이를 제외한 부산물로서 저렴한 가격에 사료용으로 판매된다. 갱년기에는 난소에서 난포의 고갈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스트라다이올, 에스트론) 분비가 감소한다. 에스트로겐은 생식기능 외에도 심혈관 질환, 뇌질환, 골다공증 같은 만성 퇴행성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귀리껍질 추출물은 세포실험에서 뼈 형성에 관련된 조골세포 분화를 촉진하고, 뼈 파괴와 관련된 파골세포 분화를 억제하였을 뿐만 아니라 에스트로겐 반응 유전자의 발현을 증가시켰다. 반면 유방암 세포에는 독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난소 절제로 갱년기를 유도한 생쥐에게 귀리껍질 추출물을 7주간 공급한 결과, 혈액 내 조골세포 분화가 촉진됐으며 체온 감소, 체중 증가를 억제했고 중성지방 및 총 콜레스테롤 양은 감소시켰다. 귀리껍질 추출물은 난소 절제로 축소된 자궁 크기를 회복시켰고, 복부지방 생성을 억제했다. 골밀도는 90.6% 수준으로 증가시켰다.

▶국산 귀리의 부가가치 향상 및 국민건강 증진

그동안 갱년기 증상 완화 효능을 가진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은 높았으나, 대부분이 에스트로겐 부작용인 유방암, 자궁암 등을 일으키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알파를 활성화시키는 추출물들이었다. 반면 귀리껍질 추출물은 파골 억제와 조골 촉진 효과를 동시에 갖고 있으며, 골다공증과 갱년기 증상 개선에 부작용이 없는 천연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국내 식품업계에서 산업적 활용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국제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구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갱년기 증상에 시달리는 사람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갱년기 관련 기능식품 섭취는 2016년 23.3%에서 2019년 38.5%로 급증했다. 국내 갱년기 시장 규모는 1200억 원 규모이다. 골다공증 환자는 2015년 82만 명에서 2019년 108만 명으로 연평균 7.1%가 늘어났고, 이중 여성 환자는 101만 8770명으로 94.1%를 차지했다.

갱년기에는 골다공증 이외에도 대부분 복부 비만을 겪고 있으며 대사증후군, 심혈관질환 등에 걸릴 위험도 높다. 비만은 여러 질환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최근에는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 식품 트렌드는 건강과 환경으로 원료 안전성을 고려한 건강식품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어 식이 안전성과 장기 복용이 가능한 천연물 유래 기능성 소재 개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연구의 결과로 귀리껍질 추출물은 갱년기 여성들의 골다공증 예방과 비만 억제를 위해 다양한 식품에 첨가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귀리껍질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건강기능성 식품 소재로서 국내 생산 귀리의 부가가치 향상과 국내 귀리 재배 농가의 새로운 소득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기능성 식품 시장의 성장에 비해 원료의 국산화 비율은 낮고 국내 농업과 연계한 원료 공급체계 등은 아직 기반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며 “이번 연구로 종자주권 확보, 농가소득 향상, 산업체의 안정적 원료 수급체계 마련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7toy@heraldcorp.com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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