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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웰니스, 뛰는 이들<20>] 초록향 가득한 ‘정원치유’… 자연의 최고선물 받아가세요
최영태 국립수목원 원장의 자신감
수목원, 기후위기 맞서는 생태 파수꾼
정기적 정원활동은 최고의 치유 활동
코로나 블루 같은 사회적질병도 치료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 가능성 발견
지역사회와의 공생의 장 ‘업그레이드’
국립수목원은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정원활동(Gardening)이 발달장애, 치매, 정신질환자, 암 생존자 등 사회적 약자의 신체와 정신건강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검증한 바 있다. 최영태 국립수목원 원장은 “정원활동을 통해 국민적 트라우마나 코로나 블루 같은 사회적 질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고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로서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했다.

[전문] 웰니스(Wellness)는 웰빙(well-being)·행복(happiness)·건강(fitness)의 합성어다. 2000년대 이후 등장한 개념으로 신체·정신·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최근 들어 국민 개인의 입장에서는 생애주기별 다양한 지원정책과 함께 신체·정신건강 증진에 관심이 높은 편이다. 특히 코로나19 등 감염병 시대,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위기를 극복하고 시민들이 보다 일상의 행복을 더 누리는 것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분위기다. 헤럴드경제는 이같은 맥락에서 국민들에게 힐링을 선사할 수 있는 다양한 웰니스 콘텐츠를 발굴해 소개한다. 본지는 지난 13회에 걸쳐 ‘웰니스 행정’의 프런티어를 인터뷰한 바 있다. 이번에는 포용과 복지를 추구하는 또다른 이들과 K웰니스 행정을 실행하는 기관을 만나 ‘건강한 국민, 행복한 국가’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그 배경 철학을 들어봤다.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정리)·글=양정원 웰니스 팀장] 국립수목원(원장 최영태)은 조선 7대 왕 세조의 능림(陵林)으로 지정된 1468년 이후 550여 년간 자연 그대로 보존된 광릉숲을 관리하는 산림청 소속 국립연구기관이다. 행정구역으로는 경기도 포천시 소흘흡 직동리에 위치하고, 지리적으로는 중앙 소라봉(해발 536.8m), 남단 천점산(392m), 서쪽 용암산(479.6m)으로 둘러싸인 광릉숲의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전문전시원은 1987년 완공됐다. 관상 가치가 높은 나무를 모아 배치한 관상수원, 꽃이 아름다운 나무를 모아 전시한 화목원, 습지에 생육하는 식물을 모아놓은 습지식물원 등 24개의 전시원으로 구성돼 있다. 총 102ha의 면적에 3873종의 식물이 자라며 산림박물관, 산림생물표본관,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도 보유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맞서는 광릉숲의 생태 파수꾼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적 대응 역량을 결집하는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산림청은 기후위기 대응 및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산림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영태 원장은 국립수목원이 산림 생태계 보호를 위해 2009년부터 전국 10개 국공립 수목원과 공동으로 국내 산림의 식물계절 관측 자료를 꾸준히 축적해왔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산림에 자생하는 식물을 대상으로 방대한 계절 관측 자료를 확보하는 성과도 이뤘다고 했다.

관련 자료는 기후변화 영향을 예측하고 육상 생태계를 이해하는데 필수항목이라고. 국립수목원은 매년 봄꽃 개화, 가을 단풍 예측지도 등 식물 계절 예측을 하고 기후변화 취약 생물 계절 모니터링을 통해서 자생지 보전 전략을 마련 중이다. 또 식물수집 및 증식연구 등을 통해 산림 훼손지 복원 모델을 개발하고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산림습원 보존을 위한 연구도 적극 수행하고 있다.

▶정원치유는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

국립수목원은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정원활동(Gardening)이 발달장애, 치매, 정신질환자, 암 생존자 등 사회적 약자의 신체와 정신건강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검증한 바 있다. 저명한 국제 학회지에 결과를 발표하면서 다양한 언론매체를 통해 관련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에는 대상자의 범위를 환아, 범죄피해자, 코로나 블루를 겪는 의료종사자로 확대하고, 생체신호 측정을 추가로 진행했다. 한국형 정신건강 평가도구 8종인 우울, 불안, 활력, 삶의 만족도, 마음 챙김, 스트레스, 외로움과 생체신호 2종인 뇌파 및 심박수에서 모두 긍정적인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정원활동은 도시 생활권 내에서 자연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치유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최 원장은 “숲치유나 치유농업은 도시 외곽에서 주로 이뤄지는 반면 정원치유는 일상 생활권 안에서 주기적이고 정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보행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겐 최적의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땅을 파거나 나무를 관리하는 정원활동은 체력과 근력을 증진시키며, 협동이 필요한 공동작업을 통해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도 들었다. 정원에서 식물을 돌보고, 동물을 관찰하는 자연 체험은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정원활동을 통해 국민적 트라우마나 코로나 블루 같은 사회적 질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로서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했다.

국립수목원 이미지.

▶자생식물 주권 확보, 희귀식물 보전에 역점

최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2014년 10월 ‘나고야 의정서’가 발표되면서 식물 원산지 주권 확보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우리 식물의 이름은 한반도의 아픈 역사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100년 이상 늦게 알려진 탓도 있지만, 일제 강점기를 통해 많은 식물은 일본식 이름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뒤늦게 고치려고 하니 학명이 가진 특수성 때문에 쉽지 않았다고.

국립수목원은 그동안 한반도를 대표하는 식물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한국식물분류학회와 함께 ‘국가표준 식물목록’을 작성했고 우리 식물에 영어 이름을 지어주는 작업을 해왔다.

자생식물의 영어 이름은 한반도가 식물분포의 중심지임에도 다른 국가명이 들어간 식물, 분포 범위가 넓음에도 특정 국가명만 들어간 식물의 경우에 수정하거나 새로운 이름으로 바꾼 것이다. 또 우리 문화,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식물이나 한반도에만 분포하는 특산식물 등의 경우 우리말 발음 그대로 영어로 옮겨 제안하기도 했다.

국립수목원은 희귀식물 종 보전을 위해 다양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 최근 심포지엄도 기획했다. 산림청 등 정부 관계자와 국가 보호식물 보전 연구를 수행하는 다양한 부처의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해 효율적인 종 보전 정책 및 제도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의 장이었다.

특히 국가 차원에서 희귀식물 종 보전을 위한 수목원정원법, 산림보호법, 산림자원법 등 기존 법을 적극 활용해 정책을 개발하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최 원장은 “앞으로도 희귀식물 종 보전을 위한 공유 워크숍 등을 추진하는 등 지속적으로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국립수목원

국립수목원 설립과 기능 수행의 핵심 중 하나인 광릉숲의 보전 관리는 지역사회와 공생의 장을 만들고 있다. 광릉숲은 자연림과 인공림이 어우러져 있고, 생물 다양성이 높은 복잡한 생태계로 불린다. 산불과 병해충 발생과 같은 대표적인 산림재해 예방은 지역주민들에게 산림일자리 창출을 통해 자연스러운 연결 고리를 제공한다.

현재 국립수목원은 광릉숲이 국내 최고의 생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인 만큼 사회적 역할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최 원장은 “미래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생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국립수목원의 중요한 사회적 역할이 될 것”이라며 “산림청 산하 국가연구기관으로서 본질적인 기능 수행과 함께 지역민과 함께 하는 사회적 역할을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7toy@heraldcorp.com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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