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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주 큐레이터는 ‘술 경험’ 안내자죠”
이재민 ‘술담화’ 큐레이터팀장
소비자 취향 찾도록 하는 역할
친숙해지려면 양조장 가봐야

평일 오후 3시께, 그의 사무실 책상에는 오미자술병과 소주병이 놓여 있었다. 그에게는 술은 업(業)이자 일상이다. 향과 맛을 생각하며 먹고 기록하고 때로는 ‘빚은 자’를 만나러 전국을 돌아다닌다. 미각을 넘어 경험을 설계하는 ‘술이야기꾼’이라 할 만하다. 그는 전통주 구독서비스업체 술담화의 이재민(29) 전통주 큐레이터팀장이다.

“‘이거 마셔 봐’라는 말로는 부족해요. 술에 얽힌 이야기를 전하고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을 찾도록 안내하는 게 제 역할이죠.”

지난 2년 반 동안 84개가 넘는 전통주를 큐레이팅한 이 팀장은 지역 양조장의 전통주를 발굴하고 일상의 다채로운 술 경험을 안내하는 일을 한다. 한 달에 약 3종류의 술을 이해하고 파고들어 알린 셈이다.

그는 “술의 주요 재료는 ‘누룩’인데, 누룩은 습도와 일조량에 따라 만드는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전라도 쪽은 상대적으로 누룩이 두껍고, 경상도는 피자처럼 넓고 얇다. 습도가 높은데 누룩이 두꺼우면 상하기 때문이다”며 “이렇게 다른 누룩으로 만들어지는 술맛은 지역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술을 통해 그 지역을, 나아가 한국을 더 잘 알 수 있다는 것, 그게 전통주의 매력이다”고 했다.

술담화가 매달 진행하는 전통주 구독 서비스 ‘담화박스’ 중 올해 1월 신년을 겨냥해 큐레이팅된 제품들. 생탁주 ‘탁여현(왼쪽)’과 생약주 ‘한영석 청명주'[술담화 제공]

이 팀장은 와인·맥주 페어링처럼 전통주 페어링 팁도 있다며 소개했다. “매운 걸 먹을 땐 높은 증류주를 먹으면 화끈함이 더 강해지죠. 치킨의 경우 느끼함을 맥주의 탄산이 씻어주듯 ‘복순도가’, ‘얼떨결에막걸리’ 같은 탄산 막걸리도 잘 어울려 추천합니다. 새콤한 음식은 신맛이 입 안을 마비시킬 수가 있어 오히려 새콤한 것으로 맛을 균등하게 잡아주는 것도 좋습니다.”

전통주 페어링에서 강조하고 싶은 또하나는 ‘시기’라고 했다.

그는 “한국은 서양과 달리 계절을 세밀하게 나눈 24절기가 있다. 절기마다, 혹은 세시풍속에 따라 즐겼던 술이 있다. 세시주·절기주라고 불리는데 봄에는 진달래꽃으로 만든 ‘두견주’, 소나무 새순으로 만둔 ‘송순주’, 복숭아꽃으로 만든 ‘도화주’가 대표적이다. 제철 재료로 만든 전통주를 먹어보는 것도 좋다”고 권했다.

이재민 팀장은 전통주와 친숙해지기 위해 해당 전통주의 양조장을 직접 찾아가 보길 추천했다.

“시골 외진 곳에 있는 경우도 많아 가는 길 자체가 힐링인 곳도 있어요. 마치 유럽 와이너리를 가는 느낌이죠. 한국은 하루 만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다녀올 수 있잖아요. 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는 것은 물론 문화를 느끼고 알아가게 되는 좋은 방법 같습니다.”

전통주는 2017년부터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그해 400억원에서 2021년 941억원으로 시장 규모가 2배 넘게 성장했다. 그러나 그는 “국내 주류 시장 9조원 중 전통주를 1000억원이라고 보면 아직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전통주가 ‘이색주류’, ‘핫하다’, ‘유행이다’ 등의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고 전통주의 본질 그대로 문화 속에 잘 자리잡길 바란다”고 했다.

김희량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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