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재고평가 이익 상승 기대, 석화업계는 원가 상승 부담
에너지 부담으로 무역수지 적자 고착…“산업계 전반 악영향 우려”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의 모습. [롯데케미칼 제공]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 제재에 맞서 하루 50만 배럴씩 석유 생산을 감산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긴장이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유가 급등을 비롯한 시장 불안정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도 연쇄적인 충격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로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의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로 오는 3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에 50만 배럴씩 감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미국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연일 오르면서 80달러 선을 다시 돌파하는 등 시장 불안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러시아와 서방국가와의 신경전 및 보복조치도 연일 강도가 세지고 있다. 미국의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석유 감산 조치와 관련 “미스터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에너지 자원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에 나섰다.
국내 산업계도 시시각각 바뀌는 에너지 시장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러시아의 석유 감산 조치로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러시아의 감산량을 단기간 내 메꿀 수 있는 대안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정유업계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올라가는 것 만큼 재고평가이익이 증가하는 것은 플러스 요인”이라면서도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와 유가상승 여파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 감소는 정제마진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유가가 상승하면 원유를 증류해 얻는 나프타(납사)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원가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
다만 석유 가격 상승이 단기적 상승에 그칠 경우에는 오히려 반등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작년 상반기 때처럼 각종 에너지원에 대한 시장의 패닉바잉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에너지 가격의 점진적 안정화는 석유화학업계의 수요 개선과 원가 측면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극해 인근에 위치한 러시아 유전의 모습. AFP |
태양광·풍력 등을 포함하는 신재생에너지업계도 시장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가 상승과 탄소중립 기조 강화가 지속되는 점은 저변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에너지 부담으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 고착화는 국내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부터 10일까지의 국내 무역수지는 약 48억 달러(약 6조1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월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시장 예상보다는 더 큰 적자 규모”라면서 “적자 규모도 문제지만 적자 기조가 고착화 되고 있는 것은 국내 경제와 기업에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알루미늄과 구리 등 원자재 시장도 러시아발 불안정성이 커진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국이 러시아 알루미늄에 200%의 관세를 부과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세계 알루미늄 생산 2위 국가로, 이번 관세는 러시아산 알루미늄 수입을 사실상 차단하는 조치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각국의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계절적 영향으로 인한 에너지 수입 감소,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 등이 국내 무역수지 개선에 있어 주요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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