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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이해’ 유연석 “이해 못할 감정 ‘사랑’…그래도 평범한 상수에 공감”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금까지의 멜로와는 뭔가 달랐다. 그게 매력적이었다.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 극적 상황이 있는 게 아니라, 주변에서 있을 법한 현실 이야기라 시청자들도 열띤 토론을 하며 본 것 같다”

최근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를 보고 나면 사랑이 이해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시청자들은 드라마 제목인 ‘사랑의 이해’를 ‘사랑의 노예’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하상수를 연기한 배우 유연석(39)을 최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나이가 들어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랑’

그래서 드라마 이후 사랑을 이해할 수 있었냐는 질문에 유연석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안되더라”며 “나이가 들고 생각을 많이 해도 잘 알 수 없는 게 사랑인 것 같다”고 답했다.

하상수는 평범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강남 8학군에서 학교를 나온 후 우수한 성적으로 은행에 입사했다. 그 곳에서 고졸 ‘텔러’ 안수영(문가영 역)을 만나 좋아하는 감정이 생겼지만 망설이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안수영은 은행 경비원 정종현(정가람 역)에게 가버린다.

“시청자들도 이해가 안되고 답답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실제 연애할 때 보지 말아야 될 상황들을 대사로 투영해 보여준다. 보여주지 말아야 될 것까지 다 보여지니 답답할 수 있지만 그게 현실 연애에 더 가깝다. 나도 사랑에 대한 이해는 못했지만 상수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했고, 상수의 행동까지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다”

그 이후 하상수는 부잣집 딸 박미경(금새록)과 사귀게 된다. 상수는 미경과 사귀는 중에도 계속 수영을 바라본다. 사랑이 제대로 꼬이게 된 것이다. 유연석은 “수영에게 망설임이 들키면서 상수와 수영의 관계는 어긋나기 시작했다. 그것이 나 때문에 시작된 거라고 생각하니까 계속 마음이 쓰이고 끊어내려고 해도 계속 마음에 남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도 상수처럼 외사랑을 해봤다. 짝사랑을 좋아한다. 꽁냥꽁냥보다는 아파하고 고민하는 멜로가 좋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연민이 간다”면서 “사랑의 아픔은 이해되는 면이 있다. 그래서 상수를 표현하기 좋았다”고 설명했다.

유연석은 “특히 상수가 수영이 좋아져 자주 찾아다니고도 미경(금새록)과 사귀게 되고, 이것을 힘들어하는 것이 이해가 잘 안됐다”면서도 “상수의 감정 만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수는 어설프고, 부족하고, 심지어 찌질하기 까지도 한 평범한 남성이다. 물론 강남 8학군에서 공부하고, 은행도 좋은 성적으로 들어왔지만 사실 평범함을 원했다. 그런 그이기에 빈틈이 필요했다는 게 유연석이 해석한 상수 캐릭터다.

“상수의 감정, 대사보다 눈빛으로 표현”

유연석은 감정의 진폭이 유독 많은 상수의 마음을 대사보다는 표정과 눈빛으로 표현해 몰입도를 높였다. 유난히 수영을 지그시 바라보는 장면이 많은데, 유연석의 눈빛은 혼란, 아련함, 애틋함, 슬픔 등 복합적인 상수의 마음을 온전히 담아내며 숨은 감정들까지 살아 숨 쉬듯 느낄 수 있게 했다.

그런 슬픈 모습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는 짝사랑 상대인 수영을 생각하면 저절로 새어 나오는 미소와, 사랑 앞에서 뚝딱거리는 귀여운 모습 등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간질거리게 하는 설렘을 안기기도 했다.

“그동안 했던 작품들 중에는 멜로 라인이 있기는 했는데, 멜로 장르만 집중한 작품이 없더라. 멜로 라인과 케미에 대한 칭찬은 받은 적이 있지만 정통 멜로를 안했다. 그래서 멜로 눈빛이 중요한 드라마를 하고 싶었다. 30대에 해보는 마지막 멜로이기도 했다”

유연석이 왜 멜로와 감정에 집중하는 연기를 하고 싶어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그가 ‘사랑의 이해’에 보다 많은 애착을 가진 이유도 좀 더 현실적인 계급 사회의 멜로였기 때문일 것이다.

“원작 소설에서도 현실적인 대사가 많다. 드라마도 작가가 공감이 될만한 대사를 많이 넣았다. 드라마적인 대사나 그럴듯한 수식어 보다는 담담한 대사가 중심이다. 상수는 말을 아낀다. 대사 위주로 표현되는 빠른 템포 드라마와는 확실히 다른 맛이 있었다”

극중에서 하상수는 결국 미경에게 이별을 고하고 다시 주영을 찾아나선다. 사랑의 각성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유연석은 “미경이랑 라면을 먹다 헤어지는데, 이것도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이별 얘기를 하는 것보다 집에서 라면을 먹으며 자신의 마음 털어놓는 게 좋았다”고 전했다.

“문가영·금새록 모두 멜로 호흡 좋아”

유연석은 문가영과 금새록 두 여배우와 멜로 연기를 했다. 둘 다 멜로 호흡이 더없이 좋았다고 했다. 유연석은 문가영에 대해 “어릴 때부터 연기해 경험이 많다”며 “순간 집중력이 좋고 감정 표현이 섬세하면서도 능숙했다”고 평했다.

금새록에 대해서는 “멜로 주인공이 처음이라 그런지 일상에서도 저를 상수로 대했다”며 “사석에도 저를 계속 선배라고 부르면서 드라마의 호흡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게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인지 금새록은 드라마 후반 상수와 헤어지는 장면을 찍을 때 실제로도 힘들어하더라”며 “시청자들도 진정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전했다.

어릴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던 유연석은 아버지가 경상대 교수로 있던 진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 형이 서울로 올라와 재수하면서 자신도 서울 경기고로 전학을 왔다. 주변의 연기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던 것도 그때부터다. 지방에서 서울 강남으로 전학을 와 느꼈던 차이, 40년 넘은 아파트에 사는 등 녹록치 않았던 두 집 살림 등이 상수가 느꼈던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대학 시절(세종대 영화예술학과) 캠퍼스 커플이었는데 군대에 가자 여자친구가 기다려주지 않았다. 제대하니 영화과 선배들이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봐 이제 멜로 연기를 해도 되겠다고 했단다. 그는 “벌써 연기 20주년이다”면서 “앞으로 10년은 더 잘해야겠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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