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일요일 오후 대구 달서구 용산동 홈플러스 성서점이 정상 영업을 한 가운데 고객이 몰리면서 계산대가 붐비고 있다. 신주희 기자

매달 둘째·넷째 주 일요일마다 셔터를 내렸던 대구시 대형마트가 둘째 주 일요일인 12일 모두 문을 활짝 열었다. 이달부터 대구시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일제히 월요일로 변경되면서다.

12일 오후 찾은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홈플러스 성서점은 장을 보러 온 고객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매장 정문에는 ‘매주 일요일 정상영업’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계산대에는 장을 보고 나온 손님이 쉴 새 없이 밀려들었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매장을 찾은 우도현(66) 씨는 “직장인이라서 주말에만 장을 봐야 하는데 일요일에 장을 보러 올 수 있게 돼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가) 문을 닫을 때면 근처 하나로마트를 이용했다”면서도 “아무래도 상품이 많고 식음료 코너도 잘 돼 있는 홈플러스가 이용하기 편하다”며 일요일 개점을 환영했다. 정모(64) 씨도 “가게를 운영해 주말에 몰아서 장을 봐야 한다”면서 “일요일에 홈플러스가 문을 열어 식료품도 사고 손자 옷도 사러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일요일에 깜빡하고 대형마트를 찾았다가 헛걸음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형마트 일요일 영업에 찬성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철 홈플러스 성서점 부지점장은 “8일이 돼서야 대형마트 일요일 영업이 최종 확정되면서 홍보할 시간이 부족했지만, 생각보다 고객이 많이 찾아주셨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과 관련해 지난달 13일부터 20일간 행정예고·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이달 6~8일 구군별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개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점포 17곳, 준대규모 점포 43곳 등 모두 60곳의 대형마트가 일요일인 12일 영업하고 월요일인 13일 휴점했다.

업계는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이후 매출이 30%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마트의 통상 평일 매출이 300억원, 주말 매출이 500억원으로, 의무휴업일 변동 시 연 3840억원가량의 매출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롯데마트의 경우 1728억원 순증이 예상된다.

하지만 일부 시민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마트노조)는 마트 노동자의 휴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매장에서 장을 보고 나온 구은정(45) 씨는 “마트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일요일에도 마음껏 쉬지도 못하시게 되어 안타깝다”며 “같은 직장인이라 더 마음이 쓰인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주말에 마트에 사람이 몰리는 만큼 일하는 강도도 더 높을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에 입점한 소상공인의 의견도 엇갈렸다. 지하 1층에서 액세서리 매장을 운영하는 박모(50) 씨는 “솔직히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반갑지 않다”며 “매출이야 조금 늘 수 있겠지만, 예전에는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에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고 털어놨다.

반면 홈플러스 성서점에서 20년 동안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채모 씨는 “드디어 숨통이 트일 것 같다”며 “11년 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도입되면서 피해를 많이 봤지만 계약상 임대료를 깎아주는 것도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이제부터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바뀌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의무휴업일 전환을 반겼다.

민주노총, 관련 시민단체, 정의당 등은 마트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요구하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에 반발하고 있다. 이달 10일 마트노조는 ‘대구 의무휴업 평일변경 고시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및 취소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대구=신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