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물가도 4%대 물건너가…공공요금, 물가 전반 악영향
중국 리오프닝 국제 원자재가 여파 주목…미국은 중고차 값 다시↑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전기·가스요금에 이어 택시와 버스·지하철 등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요금도 인상을 앞두면서 당분간 5%대 고물가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정부 당국은 1월에 이어 이번 달 역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 초반을 기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를 기록한 이후 11월과 12월 5.0%까지 둔화하면서 물가 상승세가 상당 부분 진정되고 있다는 희망 섞인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1월에 5.2%로 상승 폭을 확대한 데 이어 2월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5%대 고물가가 상당 기간 굳어지게 된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상당폭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던 서민들 입장에선 연초가 '희망 고문'의 시기가 되는 것이다.
지난 1월은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이 0.8%로 2018년 9월(0.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이 6%대를 찍었던 지난해 여름에도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이 0.7%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1월 물가 오름세를 가볍게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1월 물가를 이처럼 끌어올린 주범은 전기요금·상수도료 등 공공요금 인상이다. 난방비 급증 등 변수까지 합치면 지금은 정부발 공공요금 변수가 물가를 뒤흔드는 것이다.
문제는 공공요금이 물가 상승률을 추동하는 현상이 1분기는 물론이고 적어도 2분기 초입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번 진원지는 지자체다. 대구시는 1월 중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300원에서 4000원으로 700원 올렸다. 서울시는 이달 1일을 기해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인상했다. 나주시도 이달 1일자로 시내버스 요금을 평균 14.3% 인상했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이미 실행된 지자체 교통요금 인상분만 반영해도 이미 2월 물가는 5%에 육박하는 수준"이라면서 "여타 가격 상승 변수까지 고려하면 5%대 초반은 사실상 기정사실"이라고 분석했다.
3월에는 거대 지자체인 경기도가 중형택시 기본거리를 2.0㎞에서 1.6㎞로 줄이고 기본요금을 3천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4월에는 서울시가 지하철·버스요금을 300~400원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이 1250원, 시내버스는 12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상 폭이 20~30%에 달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2%에서 3.5%로 0.3%포인트 상향 조정하면서 (유가 등) 지난해 공급 측 물가 상승 압력이 (올해) 공공요금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KDI는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파급을 고려해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상승률도 3.3%에서 3.4%로 올려 잡았다. 공공요금 인상이 공공요금뿐 아니라 여타 재화·서비스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리오프닝이 물가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는 시각도 상당하다. 중국의 방역 정책 완화 이후 경제활동이 예상보다 빠르게 정상화할 경우 글로벌 경기가 빠르게 개선되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을 추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6%대 고물가의 추동력인 공급자 측 물가 상승 압력이 재가동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에선 소비자물가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중고차 평균 거래 가격이 1월 중 2.5% 상승했다. 이는 작년 12월(0.8%)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의미한다.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분기 중 4%대, 하반기 중 3%대로 둔화할 것으로 보고 거시경제 정책의 무게 중심을 물가에서 경기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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