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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영제국은 어디로…‘브렉시트’ 후 추락하는 영국 경제
영국 4분기 GDP 성장률 0.0%
IMF, 올해 영국 마이너스 역성장 예상
서방제재 받는 러시아조차 0.3% 성장
10%대 최악의 인플레이션 지속
정부, “인플레 잡기 위해 금리 높일것”
세계적 금융도시 영국 런던이 고물가에 허덕이고 있다.[로이터]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영국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이유는 한 트럭이다. 코로나19, 최악의 인플레이션, 에너지 위기, 생활 물가 위기, 공공운수와 의료 분야의 파업, 식량 부족, 빈곤과 불평등의 확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있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영국을 망친 주범은 바로 ‘브렉시트’(Brexit)다.”

국제 현안 전문지 〈포린폴리시〉의 기자 리즈 쿡만은 침체된 영국 경제 상황에 대해 이같이 밝히며 “무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도 비교될 정도”라고 지난 1일자 기사에서 평가했다.

2분기 연속 GDP 감소 ‘겨우’ 피했다

실제로 영국은 아주 근소한 차이로 가까스로 ‘경기후퇴’(recession)를 피했다. 경기후퇴의 기술적 정의는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 연속으로 감소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통계청(ONS) 발표에 따르면 영국의 2022년 4분기 GDP는 전분기와 동일했다. 즉 3분기 대비 0.0% 상승한 것이다. 3분기가 2분기 대비 0.2% 감소했기에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면 명실상부한 경기후퇴 국면에 들어설 뻔했다.

게다가 이 수치는 2019년 4분기 GDP와 비교해서도 여전히 0.8% 작아, 주요국 G7 가운데 영국만이 팬데믹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GDP 수치는 수정이 뒤따르기 때문에 경기후퇴로 판명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수정된 결과는 3월 말에 공개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 영국 경제가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 0.6%로 역성장할 것이라며, 광범위한 서방 제재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러시아(0.3% 성장)보다도 암울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아울러 영국은행(BOE)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가계지출은 단 0.1%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이 근 수십년간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생계비 위기를 겪고 있음을 보여줬다.

시민들이 소비를 줄이면서 지난해 영국 전역에서 하루 평균 50개의 가게가 폐점했다. 오랫동안 장사를 이어온 지역 식료품 가게는 물론, 영국인들이 즐겨찾는 펍(Pub)이 무수히 사라졌다. 영업중인 상점도 오후 4시면 문을 닫고, 전기료와 난방비 부담에 일주일에 사나흘만 가게 문을 여는 자영업자가 넘쳐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또, 런던 거리에 노숙자가 넘쳐나고, 밥을 굶는 가정이 증가한 사실에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주목했다.

고물가 잡기 끝나지 않아…국민 고통 계속, 파업 일상화

하지만 영국 정부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고, 세금을 더 거두려고 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망한다.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블룸버그]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10일 공개된 4분기 GDP 결과가 경기후퇴를 가까스로 피하자 “영국 경제는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보다 더 회복력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4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인플레이션에 관해서는 더욱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헌트 장관이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영국의 임금상승률은 7.4%로 1999년 이래 최대치로 상승했다. 미국 연준(Fed)과 마찬가지로 임금상승이 물가상승으로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영국 인플레이션율은 10% 안팎을 상회하고 있어, 7%대의 임금상승률은 “부족하다”는 인식이 압도적이다. 특히 철도와 우편, 교육분야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임금이 일상생활을 유지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에서 교사, 공무원, 기관사 등 최대 50만명이 동시에 파업을 벌였다. 이는 약 100만명이 참여했던 2011년 파업 이후 최대 규모다. 영국 싱크탱크 경제경영연구소(CEBR)는 올해 1월까지 8개월간 영국의 파업 비용이 19억파운드(약 2조9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교사 파업 비용은 하루에 2000만파운드로 계산했다.

‘선진국’ 영국이 이 지경에 처하게 되자 영국 각계에서 브렉시트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마침 대규모 파업이 일어난 날은 브렉시트(2020년 1월 31일) 3주년을 맞이한 시기와도 맞아 떨어졌다.

최악 부른건 브렉시트…식량, 가스, 노동력 모두 부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탓도 있지만 EU 탈퇴로 인해 영국의 공급망이 더욱 위축됐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슈퍼마켓의 진열대가 텅 비었고, 달걀, 감자 등 식료품 부족현상이 일상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런던정경대(LSE)의 보고서에 따르면 브렉시트의 장기적 비용은 가계가 가장 많이 부담하고 있다. 가계당 식품비는 2019년부터 2021년 말까지 평균 210파운드(약 33만원) 증가했다. 이는 특히 저소득층에 큰 타격을 입혔다.

브렉시트가 EU 역내에서 영국으로 들어오는 저임금 노동력 공급을 막아 임금상승률을 부채질한 측면도 지목된다. 현재 영국은 운송, 저장, 의료, 대면서비스 직군 직업 33만명의 노동력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포린폴리시는 “영국인들은 점점 저임금의 오랜시간 힘든 근무를 하는 직종을 기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병원 응급실에서 12시간 이상을 기다리는 것은 예사이며, 40분 거리 버스 교통비는 24파운드(약 3만6000원)를 넘나들고 있다고 포린폴리시는 전했다. 난방비, 기름값이 폭등해 시민들이 집안에서 숨만 쉬어도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또, EU에서 탈퇴하면서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프랑스 파리로 다수 이전하는 등 고부가가치 산업 기반 역시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로 인해 장기 GDP가 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에도 영국의 경제상황이 암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브렉시트로 인한 국민 분열 역시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영국인의 57%가 EU 재가입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리시 수낵 총리는 브렉시트 3주년 메시지에서 “우리는 브렉시트가 봉인 해제한 자유에 힘입어서 크게 전진했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유럽에서 가장 빨리 했고 70여 개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했으며 국경 통제권을 다시 확보하는 등 자신감을 갖고 독립 국가로서 길을 개척했다”고 괴리된 인식을 보였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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