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진작 차원서 특별한 보상 필요”
신규채용·신공장 건설 두고도 ‘갈등’
지난해 5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울산공장에서 임금 투쟁 출정식을 열고 있다. [현대차 노조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 노동조합이 이번에는 특별 성과급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과 관련해 사기 진작 차원에서 보상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그러나 신규인원 충원, 신공장 건설, 자사주 소각까지 전 방위적으로 노조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 회사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이날 ‘2023년 사업계획 설명회’를 개최한다. 홍진성 금속노조 기아 지부장은 이 자리에서 전 조합원에게 특별 격려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3만 조합원과 함께 강고한 투쟁을 전개해 반드시 쟁취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앞서 현대차도 지난 8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2023년 생산계획 설명회’를 통해 특별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다. 안현호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은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속속 성과급 지급을 발표하면서 조합원들이 허탈해하고 있다”며 “올해 생산계획을 보면 185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는데, 이는 국내 공장이 풀가동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인 만큼 사기 진작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 배경은 수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고환율의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것이다. 여기에 고가의 차량 판매가 증가하는 등 제품 믹스 개선에 따른 결과라고 봤다.
특별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현대차그룹 전 계열사에서 추가적인 요구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 초 현대차·기아는 전 직원에게 1인당 400만원의 특별 성과급을 지급했다. 현대위아, 현대로템, 현대트랜시스 등 그룹 계열사 노조는 이에 반발해 지금까지 특별성과급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노조의 요구가 단순 보상뿐 아니라 그룹 경영의 전반에 걸쳐 있다는 것도 문제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 특별성과급을 요구하면서 주주환원을 위한 배당과 자사주 소각까지 비난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26일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중 발행주식 수의 1%에 해당하는 3154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주주 환원 정책이 개선되며 실적 발표 당일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노조는 “자사주 소각은 회사의 이익을 감소시킴으로써 향후 성과 분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최대 성과는 현대차 구성원 모두의 노력으로 일군 성과인 만큼 성과 달성의 공이 주주에게만 편중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앞서 노사 간 대립했던 신규인원 충원, 신공장 건설 등의 문제를 두고서도 노조의 요구가 반영됐다. 현대차는 올해 약 10년 만에 700명의 생산직을 신규 채용한다. 현대차 생산직 평균 연봉은 9600만원(2021년 기준)이며, 만 60세 정년이 보장된다.
기아 역시 신규 채용에 합의했다. 지난 8일 노사는 “미래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원 소요와 중장기 미래사업 전환을 고려해 상반기까지 (채용 규모 등을) 확정하고 이후 채용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기아가 약 26년 만에 국내에 건설하는 신공장을 두고서도 노조의 입김이 작용했다. 당초 사측은 경기 화성에 10만대 규모로 시작해 최대 15만대까지 확장 가능한 목적기반차량(PBV)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었으나, 노조는 고용 안정을 이유로 20만대 생산을 고수했다. 결국 노사 간 지난한 협상 과정을 거쳐 노조 요구대로 향후 생산 규모를 20만대로 명시하기로 했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이 밖에도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장기근속자, 퇴직자의 해외여행 복지혜택 부활 등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단순 임금 투쟁뿐만 아니라 인원 채용 등 경영활동 전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폭스바겐, 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시대 전환에 발맞춰 수천명의 직원을 해고한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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