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GM 합작 4공장 백지화…SDI 대안 부상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설립 중인 합작 2공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국내 배터리기업과 글로벌 완성차업체 간 해외 합작법인 건설계획이 잇따라 무산됐다. 하지만 합산 1000조원에 달하는 수주 잔액을 확보한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는 무덤덤하다. 동시다발적인 증설을 진행 중이고, 고금리 등 대외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튀르키예 제조업체 코치는 최근 SK온, 미국 포드와 함께 튀르키예에 짓기로 한 배터리 합작공장 프로젝트가 최종 무산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3월 3사는 3조~4조원(3사 합계)을 투자해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인근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2025년부터 연간 30~45GWh 규모로 상업 생산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는 등 대외적 상황이 악화하면서 투자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결국 상호 동의하에 업무협약(MOU)이 공식 종료됐다. SK온의 투자 철회와 무관하게 포드·코치가 지속해서 튀르키예에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혀, SK온이 이번 논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장 무산으로 SK온이 애초 사용하려 했던 투자금을 더 수익성이 큰 곳에 재배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실제 SK온은 미국 조지아주 단독 1·2공장의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에 자금과 인력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 9.8GWh 규모의 1공장은 지난해부터 양산을 시작했고, 11.7GWh 규모의 2공장은 올해부터 본격 상업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포드와도 114억달러(약 14조원)를 투자해 미국 켄터키·테네시주에 배터리공장 3개(129GWh)를 건설 중이다.
SK온이 공장 건설에서 빠지면서 대안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참여가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화 여부는 미지수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제너럴모터스(GM), 혼다, 스텔란티스 등과 이미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 상황이어서다.
여기에 최근 발생한 강진으로 향후 튀르키예 내 경영 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합작공장과 관련된 논의를 하는 것은 맞지만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앞서 GM과 추진하던 합작 4공장 건설 역시 최종 백지화하기로 했다. 이미 GM과 미국 내 3개의 공장을 짓기로 한 상황에서 추가 공장 건설에 대한 이득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미국 오하이오·테네시·미시간주에 각각 합작 1~3공장을 짓기로 했다. 1공장은 지난해 말 양산을 시작했고, 2공장은 올해 말 양산 가동이 목표다. 3공장은 2024년부터 가동된다. 각 공장은 45GWh, 50GWh, 50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내부에선 GM과 추가 공장 건설에 나서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한 고객사와 협력을 공고히 하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고객사와 두루 협력관계를 갖는 것이 리스크 측면에서 훨씬 낫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 외 다른 파트너사를 찾고 있는데 유력 후보로 삼성SDI가 거론된다. 삼성SDI는 미국에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건설을 추진 중이다. 2025년 상반기부터 연산 23GWh 규모로 생산에 나서며, 향후 40GWh까지 확장한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추가 공장 건설에 대한 여력이 큰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수주 잔액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회사들이 무리하게 공장 증설에 나설 필요가 없다”며 “기존 공장의 수율 안정화로 생산성을 높이고, 더 수익성이 큰 투자처 발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해 9월 기준 700조원 수준이던 3사의 수주 잔액이 올해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물량이 모두 소화되는 시점은 2030년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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