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현 부회장, 사업다각화·체질 개선 주효”
초과공급 속 고순도 폴리실리콘은 성장 지속 전망
이우현 OCI 부회장이 지난 12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2020년 860억원 적자에서 2022년 9800억 흑자”
중국의 ‘코로나 봉쇄’ 여파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부진한 실적 성적표를 잇따라 받아든 가운데 OCI는 10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경쟁자들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룹의 신사업을 이끄는 이우현(사진) OCI 부회장의 사업 체질개선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라는 승부수가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과 업계에 따르면 OCI는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4조6713억원, 980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44%, 56.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과 영업이익 이후 지난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기록이다. 이르면 올해 ‘영업익 1조 클럽’ 재가입도 유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폴리실리콘 사업이 포함된 베이직케미칼 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전년 대비 31.2% 상승한 638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작년 2분기 베이직케미칼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2%였지만 4분기에는 44%까지 뛰어올랐다. 분기 기준으로 10년 만의 최대 영업이익률이다.
OCI 측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여파로 세계 태양광발전 수요가 증가했고, 주요 품목인 폴리실리콘의 판매량 증가와 가격 상승으로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태양광 사업이 포함된 에너지솔루션 부문은 지난해 95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전년 대비 273.4% 급등했다. 아직 그룹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1년 480억원의 적자를 냈던 도시개발 부문도 작년에는 80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석유화학 및 카본소재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385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상승에 그쳤다.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OCI 폴리실리콘 공장의 모습. [OCI 제공] |
OCI는 2020년 실적 발표에서 매출 2조30억원, 영업이익은 860억원의 적자를 낸 바 있다. 불과 2년만에 매출 5조원, 영업이익 1조원에 근접하는 환골탈태에 성공한 것이다. 이번 호실적 배경에는 오너경영인인 이 부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태양광에 치중된 사업구조로 과거 장기간 적자의 늪에 빠졌던 것을 타산지석 삼아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섰다. 여기에 중국 업체 비중이 높은 범용 폴리실리콘 제품 대신 고부가가치의 고순도 폴리실리콘에 대한 개발과 증설에 집중 투자한 바 있다.
올해는 중국 업체 등의 폴리실리콘 증설 여파로 시장에서 초과공급이 우려되고 있지만 고순도 폴리실리콘 시장은 여전히 견조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우현 OCI 부회장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표 및 유럽 공급망 실사법 도입 등으로 비중국산 폴리실리콘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고순도 폴리실리콘 가격은 1㎏당 40달러를 상회하면서 202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고효율 태양전지가 양산되고 고순도 폴리실리콘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전세계에서 독일 업체와 OCI 정도 밖에 없어 지속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OCI가 말레이시아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공장 증설에 나서는 점도 주목된다. 강 연구원은 “OCI가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최대 3만t 규모의 증설을 올해 안에 확정할 것”이라며 “전체 투자규모는 약 5600억원인데 차입금 없이도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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