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자국우선 한국형 IRA 필요
재생에너지 수요 폭증...인프라 부족
우원식(더불어민주당)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겸 기후위기그린뉴딜연구회 대표의원이 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열린 헤럴드경제·법무법인 대륙아주 공동 주최 ‘미래리더스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우 의원은 “기후위기는 환경 문제에서 나아가 경제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확대가 산업경쟁력을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임세준 기자 |
“우리 안에서만 ‘원전이냐, 태양광이냐’로 갈등하고 여기에 논의를 집중하는 것은 ‘에너지 쇄국정책’이나 다름없다. 전 세계가 자국보호조치를 강화하고 그린 산업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우리도 산업 요구를 제대로 반영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헤럴드경제와 법무법인 대륙아주 공동주최 ‘미래리더스포럼’ 초청강연에서 “대한민국 재생에너지가 ‘감속 모드’에 들어선 것이 우려스럽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21대 국회 후반기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 의원은 국회 ‘기후위기 그린뉴딜 연구회’에서 대표의원을, 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 고문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계획에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목표 비중을 30.2%에서 21.6%로 하향 조정한 것을 언급하며 “주변국이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방향을 틀고 있음에도 우리나라가 완전히 거꾸로 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탈탄소’가 무역규범으로 정착되고 있고, 기후위기를 명분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자국산업 우선주의를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와 전력 인프라가 산업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며 “모두 종합해보면 기후위기는 환경문제가 아닌 경제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 의원은 글로벌 공급망 속 재생에너지 전환이 우리 기업들에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선언한 글로벌 기업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에 사업장을 둔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가 폭증하고 있음에도 인프라 구축이 더딘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이어 “RE100에 참여한 국내 기업도 25곳으로 늘었지만,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25곳 중 13곳 기업의 재생에너지 구매실적은 ‘0’”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1TWh인데(2021년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산업용 전력 사용 상위 10개 기업의 전력 사용량은 65.3TWh”라며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량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IRA)법으로 한국 대기업들의 미국 진출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삼성전자와 SK, 현대차, LG, 한화, CJ 등의 미국 투자계획이 1032억달러(129조원) 이나 된다고 한다”며 “미국에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생길지, 우리나라에 그 공장들이 지어지면 어떨지 부럽기도 한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이 같은 현실에 우 의원은 “에너지 패권경쟁에서 우리가 절호의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면서 최근 민주당이 입법을 추진 중인 ‘한국형 IRA법(그린부양안)’을 힘주어 언급했다. 그는 “미국과 EU가 모두 자국중심주의를 강화하고 있는데 우리가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그린부양안’을 잘 고안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우 의원은 기업 목소리를 키워달라고도 당부했다. 그는 “탄소중립은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니고 기업과 대한민국 미래가 달린 일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정부에 요구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일본에서 소니, 도시바, 아사히, 파나소닉, 닛산 등이 기업연합을 만들어 ‘일본 기후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정부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50%까지 올리라고 요구한 것을 비교하며 기업의 적극적 동참을 강조했다.
나아가 “정치하는 사람 중에 탄소문제, 우리 산업 경쟁력을 걱정하는 국회의원들이 상당수 있다. 큰 방향을 만들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주면 국회와 정부가 기업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앞장서서 일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풍력발전 ‘원스톱 숍’ 제도도 빠르게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모든 부처가 모여 재생에너지 인허가 과정을 단축하고 사업자들이 빠르게 들어와 시설을 완공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책을 더욱 세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 현장에서 기업 측은 우 의원의 이 같은 당부에 공감하며 혁신을 통한 위기 돌파를 다짐하기도 했다. 포럼에 참석한 재계 한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다. 탄소 관련해서 한 번도 가지 못했던 길을 가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며 “최근 정부에 기술 R&D(연구개발) 예산을 신청하고도 사실 많이 깎인 부분이 있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의지를 가지고 달성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국회에서도 많이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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