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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진청, ‘추락’ 한우에 날개를 달다…소비촉진·사육비 절감·탄소중립 ‘1석3조’ 기술 개발
맞춤형 신숙성기술로 모든 부위를 맛있게…농가 수입 증가
정밀 영양으로 비육기간 단축…사육비·탄소배출 감축 효과
생산비 급등-가격 하락에 농가 울상…한우 소비로 상생기회
한국의 대표 브랜드 한우.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한우의 유전적 다양성 확보와 육종 개량 및 보급을 통해 한우 산업 발전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최근 사료비 급등 속에 한우 가격이 하락해 축산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새로운 사육 및 숙성 기술을 개발·보급하면서 위기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육 과정에서는 정밀·맞춤형 영양을 통해 비육기간을 단축함으로써 사료비와 탄소배출을 저감하고, 마블링이 적은 낮은 등급의 한우고기도 풍미를 더하는 숙성기술로 고기의 부가가치를 높임으로써 부위별 균형소비 및 농가 소득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맛있는 한우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 셈이다.

이러한 한우산업 발전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는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은 우리나라 대표 브랜드인 한우의 육종 보존과 개량에서부터 신(新)사육기술 및 소비 촉진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한우의 우수한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미래 수요 다변화에 대응해 국가 보증씨수소와 독립적으로 육성된 계통축군을 2009년부터 조성하는 등 한우 다양성 관리기술 개발을 이끌어왔다.

그동안 국립축산과학원은 국가 단위 후보씨수소의 정액을 사용하지 않고 자체 씨수소를 활용한 암소 300마리 규모 축군을 조성했다. 이같이 조성된 계통축군의 능력 검정을 위해 유전자형을 바탕으로 국가 보증씨수소와 비교해 본 결과, 계통축군이 육량과 관련된 도체중, 등심단면적은 다소 낮았지만 근내지방의 평균은 비슷하거나 다소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우의 유전자 다양성 확보와 한우 개량의 중요한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앞으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개량에서 한걸음 나아가 유전적으로 차별화된 계통축군을 활용한 신규 개량형질 발굴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사료비 급등-소비 급감’, 한우농가 이중고=코로나19 여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 등으로 배합사료 주원료인 옥수수, 밀, 대두 등 국제 곡물가격은 그동안 줄곧 상승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사료업체들은 배합사료 가격을 최근 2년여 사이 24%가량 인상했다.

이러한 생산비 증가에도 한우 가격 하락세는 멈추지 않아 농가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최근 한 달 동안 한우 최고 가격은 6만620원, 평균가는 5만5000원으로 1년 사이 25%가량 떨어졌다. 한우 가격 하락세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통계청의 ‘2022년 농가판매 및 구입가격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우 수소의 경우 판매가가 전년보다 16.5% 떨어졌고, 한우 암소 판매가도 13.5% 내렸다.

거기에다 한우의 비육기간은 2000년에 23개월에서 2020년에는 30.4개월로 늘어나 그만큼 사료비 부담도 늘어났다. 외부적으로는 탄소중립 시대 축산업이 기후 변화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한우 산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료비 절감 및 탄소배출 저감 기술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소비자를 기다리는 한우.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다양한 부위의 한우 고기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숙성 기술을 개발·보급해 한우의 부가가치 향상과 부위별 균형소비에 기여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정밀 영양 통한 비육기간 단축…‘사육비 절감’=국립축산과학원은 한우 사육 기간을 대폭 줄이면서도 맛과 육질·육량은 그대로 유지하는 단기비육프로그램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사육 단계마다 영양소 함량을 정밀 조절해 비육 기간을 기존 31개월에서 28개월로 3개월 줄인 것이다.

이 기술로 기른 28개월 한우를 도축해 육량과 육질을 분석한 결과 평균 출하 월령인 31.1개월 한우 성적과 비슷했다. 한우 체중도 446㎏으로 국내 평균 출하 때 체중인 443.6㎏과 거의 같았다. 마블링도 5.9로 31개월 한우 5.8과 비슷했다. 전자 혀, 맛 관련 물질 분석, 전문가 시식 평가에서도 28개월 한우는 단맛·감칠맛·풍미 면에서 31개월 한우와 차이가 없었다. 이로써 사료비를 비롯한 한우 농가의 생산비를 줄이는 한편, 소비자들에게도 더 싼 가격에 한우를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우 비육기간 단축은 탄소중립 대응에도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 비육 기간 3개월 단축 시 마리당 탄소배출량 저감 효과는 약 10.4%에 달한다. 이런 결과는 농식품부의 소 사육방식 개선 정책사업에도 반영됐고, 현장 시범사업으로 활용돼 실제 농가에서 비육기간 단축 기술의 효과 검증이 실시됐다.

6개 지역 17농가에서 2130두를 대상으로 비육기간 단축기술 시범사업을 실시한 결과 사료비가 9.2% 절감되고 소득이 1.29배 상승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해당 기술은 농가의 이익과 친환경 축산 실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농업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최고의 맛 한우. 고기의 성분·함량을 분석한 결과 한우 고기에는 맛을 결정하는 지방산인 올레인산이 수입산보다 많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한우 맛의 비밀이 밝혀졌다. [농촌진흥청 제공]

▶모든 부위를 맛있게 하는 숙성 기술=국립축산과학원은 마블링이 거의 없는 낮은 등급의 한우고기도 숙성(熟成)하면 맛이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도출했다. 숙성은 쇠고기를 냉장온도에서 일정기간 보관해 맛을 좋게 하는 기술이다. 쇠고기는 각 부위마다 육질이 다양하고 구성성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부위별로 보관온도에 맞는 최적의 숙성기간을 적용하는 것이 숙성기술의 핵심이다.

특히 고기를 포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온도·습도·풍속 조건을 고려해 숙성시키는 건식숙성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고기는 연해지고 맛과 풍미를 향상시키면서 건조 감량을 최소화할 수 있음을 입증했으며, 쇠고기 품질과 기호도 향상을 위한 최적 생산조건을 확립해 산업체 등에 보급하고 있다.

숙성기술 개발은 국내외 논문 9건, 관련기술 특허등록 3건, 기술이전 26건 등으로 연구성과를 인정받았다. 또 전국 29개소에 시범사업을 추진을 상품구매 소비자 만족도 93.7%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숙성육 생산·판매를 통한 부가가치 상승효과는 연 300마리 생산 판매장 20개소를 기준으로 생산량의 30%를 적용하면 개소당 약 6억7000만원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저등급·저지방 부위 숙성기술 보급으로 부위별 균형소비를 촉진해 한우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최초 농가별 맞춤형 배합비 프로그램 개발=자가배합이란 농가에서 직접 구입한 원료사료를 일정한 비율로 한데 섞어 사료를 만드는 방법이다. 국립축산과학원은세계 최초로 ‘한우 사양표준 배합비 프로그램’을 개발해 농가에서 편리하게 사료 배합비를 자동으로 계산할 수 있게 돕고 있다. 또 농가에서는 원료사료보다 값싸게 구할 수 있는 농식품부산물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농장에서는 과학적으로 영양소를 고루 갖춘 사료를 저렴하게 자가 생산할 수 있다.

축산과학원은 해당 프로그램을 보급하기 위해 컨설팅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장 사례 확산을 위해 7개 지역의 7개 농가를 선정해 해당 기술의 활용을 지원하고 있다. 해당 농가들은 평균적으로 사료비 절감 24.7%, 1+ 육질 등급 향상 27.7%, 소득 158% 상승이라는 결과를 이뤄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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