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벤치마킹’ 한국 상사들도 투자 방향 놓고 고민 커
일본의 한 회사원이 도쿄에 있는 증권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국내 상사업계가 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화) 전환과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에 지난해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종합상사의 원조격’인 일본 주요 상사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한 발 앞선 신사업 투자와 주주환원 강화 등에 나서면서 국내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5대 종합상사(미쓰비시·이토추·미쓰이·스미토모·마루베니) 가운데 1~2위를 달리는 미쓰비시상사는 최근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순이익 목표를 기존 1조300억엔(약 9조8000억원)에서 1조2000억엔(약 11조4000억원)으로 17% 상향 조정했다. 최초 제시했던 순이익 목표 8500억엔(약 8조675억원)과 비교하면 41% 상향된 것으로, 5대 종합상사 모두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이 유력하다.
미쓰비시상사는 순이익 목표 상향과 함께 주주환원 계획도 추가 발표했다. 자사주 매입 한도를 700억엔에서 1700억엔으로 상향하고, 주당배당금도 당초 계획했던 155엔에서 180엔으로 16% 더 올렸다. 아울러 미쓰비시상사는 오는 2024년까지 에너지전환과 디지털전환 관련 사업 등에 3조엔(약 28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보유한 미얀마 가스전의 모습. [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
미쓰비시상사의 최대주주는 워렌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헤서웨이로 지분율은 6.59%에 달한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2020년 전후로 일본 5대 종합상사 관련 6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지분을 매입하기도 했다.
한국 상사들 역시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37조9895억원, 9025억원(포스코에너지 실적 제외)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9%, 54.2% 늘어난 사상 최대 실적이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도 작년 매출 20조2180억원과 영업이익 3970억원을 기록하며 제일모직과의 합병(2015년) 이후 역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LX인터내셔널 역시 지난해 965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넘어섰다.
다만 수익 활용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식 종합상사는 일본의 수출 종합상사 사업모델을 들여와 지난 1970년대부터 도입됐다. 일본 상사들은 1990년대부터 자원 개발과 인프라사업에 뛰어들었는데, 한국도 이 같은 변화를 벤치마킹했다. 이는 지난해 한국과 일본 상사들이 역대급 호황을 누린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쓰비시상사의 올해 주주환원 총액은 전년대비 44% 증가한 4320억엔(약 4조1000억원) 될 전망”이라면서 “최근 일본 종합상사의 주주가치 제고와 중장기 사업구조 전환은 국내 상사에도 시사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삼성물산의 주주환원 행보를 주목한다.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사부문에서 기저 효과와 더불어 대내외 환경을 고려한다면 올해 실적 감소는 불가피하다”면서도 “삼성물산이 자사주 130만주(발행주식수의 0.7%) 소각을 이미 결정했으며, 조만간 발표 예정인 신규 주주환원 정책은 배당을 포함해 기존 대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친환경 에너지 분야 투자 확대와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사업 진출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포스코에너지와의 합병을 통해 LNG(액화천연가스)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달 유리제조 기업인 한국유리공업 인수 작업을 최종 마무리했다. 이번 인수에 들어간 투자 금액은 5904억원에 달한다.
국내 상사업계 관계자는 “올해 업황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식품사업 등 다양한 신사업 분야를 놓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예정”이라면서 “일본 종합상사와의 차별화에 대해서도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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