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사랑의 이해’. 은행에 근무하는 남녀직원들간의 러브 라인이 주내용이다. 하지만 단순히 좋아하는 감정만으로 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 학벌과 집안 배경 등 각기 다른 현실적 이해(利害)가 등장하며 스토리는 복잡해진다. 갈등을 겪으며 사랑의 이해(理解)에도 한발 더 다가간다.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어찌 보면 조건을 따지는 우리의 현실적 모습을 담아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갑자기 드라마를 언급하게 된 이유는 ‘중국’ 때문이다. 정치·경제적으로도 중국은 요즘 세계 이슈의 중심에 있다. 미·중 갈등이 깊어지고, 러-우크라 전쟁 속에 세계 각국의 동맹 간 대결구도가 명확해졌다. 적과 아군의 선명한 구분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한국에게 사랑만큼 이해(理解)하기 어려운 대상이 됐다. 역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한·중은 애증의 관계를 이어왔다. 가장 최근까진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뜻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이 중국에 대한 무난한 이해였다.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지정학적 위치, 인건비 등에서 한국 제조업의 생산기지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14억명의 거대한 소비시장으로서의 매력도 있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하지만 갈수록 수출 비중은 줄고 있다. 지난해 대중국 수출비중은 22.8%로 2020년 25.9%, 2021년 25.3% 이후 계속 내림세다. 지난 1월엔 19.8%로 2004년 19.6%이후 처음으로 10%대로 떨어졌다.
국제금융센터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수입시장 점유율은 2020년까지 1위였지만 2021년부터 대만에 그자리를 내줬다. 지난해는 7.5%에 그쳤다. 최근 3년간 하락폭은 1.9%포인트였다.
이제 한·중은 상호 보완적 관계에서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국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수출이 늘수록 한국의 수출도 늘어나는 동조화도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지난해 한·중 각국의 10대 주력 수출품목 중 6개 품목이 겹쳤다.
최근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부나 기업 모두 대중국 전략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은 미국, 일본, 대만과 함께 ‘칩4 동맹’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중국을 마냥 배척할 수만도 없다. 중국에 제조기반을 둔 국내 기업들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다. 소비시장에서도 중국이 자국기업 우선정책과 애국소비를 앞세우며 힘겨운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인구정체와 함께 중국의 고성장시대는 끝났다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가 언급되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중국시장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도 있다. 어떤 전망에 무게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대중국 (재)진입과 철수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선 대부분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미중갈등 속에 대중국 수출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중국 전략에 대한 재정비는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방법과 시점이 관건이다. 철수 역시 대책을 마련한 뒤 움직여야 한다. 인도와 베트남 등의 전략적 가치를 따져보면서 대안으로 고민하되, 중국만의 특수성도 고려한 실리적 접근도 필요하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에 필요한 광물 등 소재 분야에서 중국만이 가지는 공급망은 여전히 무시하긴 어렵다. 미·중 갈등관계 속에서도 지난해 양국간 교역규모는 역대 최대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은 ‘양국이 싸울 것은 싸우면서도 서로 챙길 것은 챙긴다’는 의미다.
이제 중국에 대한 이해(理解)를 높이기 위해선 그 어느때보다 이해(利害) 관계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서두르지 않되, 냉철하고 신속하게.
헤럴드경제 권남근 뉴스콘텐츠부문장 겸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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