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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공(탁구)으로 해빙된 미중관계, 큰 공(정찰풍선) 때문에 위기”[신냉전 모드]
지난 4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에서 미 공군에 의해 격추된 중국의 정찰 풍선 모습.[로이터]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50여년 전 작은 공(탁구)으로 풀리기 시작한 미중 관계가 이제 큰 공(풍선) 때문에 위기에 처했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미국이 4일(현지시간) 격추한 중국 풍선의 정체를 둘러싸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풍선 사태가 ‘스파이전’의 의미를 넘어 지독하게 파괴된 양국관계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주펑 교수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인터뷰에서 정찰 풍선 사태가 빠르게 진정되더라도 이번 일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얼마나 악화됐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1970년대 초 미국과 중국이 탁구로 적대 관계를 개선하는 ‘핑퐁 외교’를 보여줬다”면서 “작은 공에서 시작한 미중 관계는 풍선을 두고 곤경에 처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달 28일 자국 북동부 알래스카주 상공인 베링해의 알류샨 열도 위로 중국 정찰 풍선이 지나가는 것을 발견했으며, 정찰 풍선의 움직임을 추적하다가 지난 4일 남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 18∼20km 상공에서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로 이를 격추했다.

중국의 정찰 풍선이 미국 영공 내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러한 종류의 풍선 활동의 사례는 지난 몇 년 동안 관찰되어 왔다”고 밝혔다. 또, 한 고위 관리는 풍선 상당수가 태평양에 있으며, 특히 미국 해군력이 집중돼 있는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있는 하와이 근처에 많다고 언급했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님에도 미국이 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 풍선을 격추에 나선 것은 양국 관계가 그만큼 악화됐고, 소통도 없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NYT는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중국이 미국을 스파잉(정찰)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미국이 풍선을 발견한 것을 알고도 ‘중국이 미국에 전화를 하거나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 2001년 중국 하이난 섬 해안 인근에서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가 충돌한 사건에서도 양국 관계가 경색되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중국 지도자들에게 전화를 걸 수 없었다. 당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나중에 더 깊은 위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고 언급하는 등 소통 부재가 파국을 부를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표출했다.

이후 핫라인이 설치되었고, 의사소통 강화 약속이 이루어졌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전히 작동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다만 중국은 이번 다툼이 더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NYT는 중국 외교부 성명 등의 표현 선택을 살펴보면 이번 다툼이 더 커지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측이 미국의 풍선 격추에 대해 ‘국제 관행 위반’이라고는 했으나 ‘국제법 위반’이라고 하지 않은 점이 주목되며, “관련 기업의 정당한 권리와 이해관계를 옹호할 것”이라고 함으로써 중국 정부가 이 풍선을 보내지 않았다고 강조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의 필요 이상 갈등을 피하고 싶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광저우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 인텔리시아연구소의 첸딩딩 설립자는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후 중국을 주요 위협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인식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찰 풍선은 일종의 이벤트”라면서 “양국 간 긴장 관계에도 여전히 견고한 미중 무역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세관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5820억달러(약 725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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