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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처→은둔→고독사’ 소리없이 사라진다[중년 은둔형외톨이]
고독사 위험군 은둔형 외톨이
일본과 달리 한국 1인 가구 많아
도움 요청 못하는 중년 많을 것
고독사도 ‘중년 은둔’ 문제에 포함돼야
특수청소업체인 에버그린 대표는 최근 중년 고독사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에버그린 제공]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지난달 경기 수원시 고독사로 숨진 50대 남성의 집. 남자의 유품을 가져갈 사람이 없어 집주인이 특수청소업체를 불렀다. 10평이 채 안 되는 원룸 바닥에는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쓰레기더미가 쌓였던 장판은 다시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주방에는 먼지가 쌓여있었고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듯 냉장고는 깨끗했다. 발 디딜 틈 없이 쓰레기가 쌓여 있지만 그 안에 자신을 드러내는 물건은 없었다. 사진도 없었다.

고독사 사망자의 집을 청소하는 김현섭 에버그린 대표에게는 익숙한 풍경이다. 김 대표는 한 달에 한 번꼴로 고독사로 세상을 떠난 중년의 마지막을 정리한다. 그는 “고독사 청소 대부분이 중년”이라며 “사연을 들으면 사업 등 인생에서 실패를 겪은 사람들이 고립·은둔했다가 극복 못하고 사망한 경우가 많다. 원룸, 쓰레기산, 사진이나 개인 소품이 별로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중년 고독사는 은둔형 외톨이의 가장 슬픈 결말이다.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별다른 외출 없이 지내다 보니 고독사 고위험군이 되고, 결국 지병이나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고독사 사망자 52.1%가 중·장년 남성이었다. 고독사, 극단적 선택 등 파생 문제 해결과 함께 은둔 중년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인 가구 은둔’ 많은 한국…일본과 달라

수도권 거주 중년 외톨이들은 고독사 위험이 있는 ‘1인 가구’인 경우가 많다. 은둔 6개월 경험 후 자립 단계에 있는 함종철(41·가명) 씨는 원룸과 고시원을 전전하다 현재 LH 임대주택에 거주한다. 거주지는 안정됐지만 외로움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함씨는 “혼자 있으면 우울한 생각을 많이 해서 사람이 없을 때 산책을 나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인 가구 외톨이는 한국만의 특징이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성인이 되면서 서울로 이주해 사는 경향이 있다. 서울에서 취업·사업 실패·이혼 등을 겪더라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차라리 혼자 은둔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은둔형 외톨이를 지원하는 사단법인 씨즈의 이은애 이사장은 “은둔 문제를 다각적 빈곤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며 “중하층 이하 1인 가구가 은둔하는 사례가 많아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일본 사례보다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고독사·복지 사각지대도 ‘은둔 중년 문제’
일본은 히키고모리 지원단체가 은둔 문제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이 있는 자살, 고독사, 고령화 등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한 히키고모리가 일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 K2인터내셔널 캡처]

최근 늘고 있는 중년 고독사도 은둔 중년의 파생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독사 사망자는 50대 남성이 26.6%, 60대 남성이 25.5%로 중장년 남성이 과반을 차지했다. 청년과 노년층 사이에 낀 중년 남성이 고립·은둔해도 사회안전망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외톨이 지원사업도 다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둔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생기는 사회문제를 함께 고민하자는 것이다. 일본은 히키고모리 문제가 장기화하면서 은둔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이 있는 자살, 고독사, 고령화까지 함께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20년 동안 은둔형 외톨이를 지원한 구도 케이 일본 NPO 소다테아게넷 이사장은 지난 2일 한국에서 열린 한일 포럼에서 “은둔형 외톨이 지원은 고독사 등 다양한 문제와 연계해 확장해야 한다”며 “다양한 사람의 ‘삶이 힘든 이유’를 듣고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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