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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키 서사 닮은 ‘건사피장’의 역습…중소기획사 기적 쓰나
데뷔 1주년 하이키 신곡 ‘건사피장’
데이식스 영케이 작사…위로와 공감
멜론 1000위 밖에서 출발해 275위로
하이키 [GLG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나는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삭막한 이 도시가, 아름답게 물들 때까지, 고갤 들고 버틸게 끝까지.’ (하이키, ‘건물 속에 피어난 장미 中)

예사롭지 않은 상승세다. 이른바 ‘건사피장’(건물 속에 피어난 장미)의 역습이다. 보폭은 작고 느리지만, 오로지 음악으로 입증했다는 점, 빅그룹 선배들이 포진한 대형기획사가 아닌 중소기획사 출신 아이돌이라는 점에서 하이키의 성장이 더 값지게 다가오고 있다.

2일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에 따르면 지난 5일 발매한 첫 번째 미니앨범 ‘로즈 블러썸(Rose Blossom)’의 타이틀곡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가 공개 28일 만에 1000위권 밖에서 275위(1월 31일 기준)가 치고 올라왔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는 밴드 데이식스의 영케이가 작사, 홍지상이 작곡에 참여한 노래다. “힘든 세상 속에서도 결코 꺾이거나 시들지 않고 아름답게 활짝 피우겠다”는 하이키의 의지를 강조한 트랙이다.

하이키 [GLG엔터테인먼트 제공]

노래 가사가 인상적이다. 기존 K팝 노래와 달리 인디밴드 음악을 듣는 것처럼 서정적이고, 역경을 이겨내자는 위로의 메시지가 담겼다. 직접 작사한 곡은 아니지만, 노랫말이 묘하게도 하이키의 서사와도 닮아 팬들의 이입이 높다.

지난해 1월 5일 가요계에 출격한 하이키는 데뷔도 전에 가시밭길을 걷게 된 그룹이다. 태국 멤버 시탈라를 향한 현지에서의 논란으로 시끄럽더니 같은 해 여름 결국 시탈라의 탈퇴를 결정하고, 멤버 휘서를 새로 영입했다. 데뷔 싱글 ‘애슬레틱 걸’(Athletic Girl)은 물론 두 번째 싱글 ‘런’(RUN)에 이르기까지 건강미를 앞세웠으나, 이번엔 “내면의 건강함에 집중”(서이)해 새로운 모습을 담아낸 것이 ‘로즈 블러썸’이다.

데뷔를 하기까지의 역경과 데뷔 이후의 어려움을 겪으며 한 해 동안 훌쩍 성장한 하이키 멤버들 역시 이 곡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앞서 본지와의 인터뷰 당시 멤버들은 이 곡에 대해 “하이키 네 멤버의 최애곡”이라며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말고 함께 비상하자는 메시지에 공감과 위로를 많이 받은 곡“이라고 했다.

걸그룹 하이키가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박해묵 기자

하이키 멤버들은 연습생 시간이 긴 편이다. 최단 3년~최장 9년. 리이나는 “데뷔라는 과정 역시 저에겐 6년의 연습생 시절을 거치며 이뤄낸 결과였다”며 “가족같았던 친구들과 팀을 바꿔가며 경쟁해야 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이뤄지지 않고, 데뷔는 자꾸만 미뤄지던 그 시기는 희망고문이었다”고 말했다.

데뷔까지의 치열한 경쟁은 ‘예쁘지 않은 꽃은 다들 / 골라내고 잘라내’라는 ‘건사피장’ 노랫말에도 담겼다.

리이나는 “끝까지 놓지 않고 해오니 하이키로 데뷔할 수 있었다”며 “데뷔해줘서 고맙다는 팬의 말이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다. 이 노래에서 ‘모두가 내 향기를 맡고 아름답게 물들 때까지’라는 가사를 부를 때마다 팬들의 이야기가 생각나 특히나 더 와닿는다”고 말했다.

노랫말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청춘에게 의미를 안긴다. 지독한 경쟁 사회에 내몰려 혼신을 다해도 또 힘겹게 서야 하는 사람들에게 울림이 크다. 막내 옐은 “치열하게 보낸 하루의 끝에 위안을 주는 곡”이라고 했고, 서이는 “오늘의 나에게 잘 버티라고 다독여주는 곡”이라고 했다.

현재 이 곡은 ‘건사피장’이라는 줄임말로 불리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정확한 의미를 알기 어려운 K팝 노래와 달리 메시지와 서사를 가지고 있는 데다, 귀에 착 감기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가 노래의 강점이 되고 있다. 팬들의 성원에 최근엔 유튜브 ‘잇츠라이브(It’s Live)‘에 출연해 밴드 라이브 버전으로 편곡해 선보이기도 했다.

하이키의 조용한 성장이 값진 것은 자본이 곧 힘이 된 K팝 시장에서 오랜만에 중소기획사 출신 가수가 누각을 보였기 때문이다. 쟁쟁한 글로벌 K팝 그룹이 포진한 빅4 기획사와 달리 중소 기획사는 홍보 마케팅, 방송 출연, 각종 콘텐츠 제작 등에서 열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 하이키는 천천히 입소문이 나며 자생적 성장의 길을 걷고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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