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마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내외신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만나 한반도 비핵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양국 국방장관 회담 결과가 지난해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합의 내용보다 진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전날 서울 국방부청사에서 한미 국방장관회담 후 발표한 한미공동보도문을 통해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조치들을 공동으로 재확인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국방장관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 현실 가능한 목표인지’ 묻는 말에 “한미 양국은 한반도는 비핵화를 유지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그것은 우리가 오랫동안 생각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미국의 한국 방위 공약은 공고하다”며 “이는 비단 슬로건뿐만이 아니라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방위 공약은 철통같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 정부가 확장억제를 강화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 이미 이야기를 나눈 바 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문제에서 함께 협력할 것”이라며 “상황이 정리됨에 따라 확장억제를 강화하기 위해 동맹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스틴 장관은 또한 미국의 전략자산이 보다 자주 한반도에 전개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5세대 전투기 F-22와 F-35, 로널드레이건 항모가 전개한 바 있다”며 “이런 것을 더 많이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는 회담에서 올해 연합연습 및 훈련의 규모와 수준을 더욱 확대·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시도를 포함한 안보 환경 변화를 반영한 조치다. 또한 올해 연합야외기동훈련의 규모와 범위를 확대하고, 대규모 연합합동화력시범 등도 시행할 계획이다. 회담에선 북한의 핵 위협 억제 및 대응방안과 관련, 이달 중 동맹간 논의 증진을 위한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 실시도 재확인됐다.

아울러 한미는 ‘가급적 빠른’ 시기에 한미일 안보회의를 개최해 3국간 안보협력 증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국방부 청사에서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 등을 협의했다. 사진은 오스틴 장관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작성한 방명록으로 “철통같은 한미동맹의 70주년을 맞이하며 당신의 지도력과 우정에 감사합니다. 같이 갑시다!”라는 내용이다. [연합]

전문가들은 이번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이전까지 논의된 내용보다 더 구체적인 성과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앞서 한미는 지난해 11월 미국 국방부에서 열린 제54차 SCM에서 미국이 핵을 포함한 모든 군사능력을 동원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하고 DSC TTX를 매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방향성은 지금 일단 한미 간에 핵 공동 기획·공동 실행 이 방향으로 가야 되는 거기 때문에 이제 그 부분을 얼마만큼 실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전반적으로는 조금 더 이전보다는, 작년 SCM보다는 상대적으로 좀 구체화된 부분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은 “사실은 핵전쟁에서 제일 중요한 건 지휘 통제”라며 “그래서 그걸 얼마만큼 대한민국의 뜻에 맞게 반영을 할 것이냐 이제 이게 핵심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구두 약속’만으로는 부족하단 지적도 나온다. 박휘락 전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구두 약속으로는 지속적인 확장억제의 강화 효과를 보장하긴 어렵다”며 “미군에게 ‘확장억제를 강화하라’는 식이 아닌 우리가 구체적인 조치를 제안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국방장관 회담 후 오스틴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도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스틴 장관을 만나 “북한의 핵 위협이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한국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실효적이고 강력한 한미 확장억제 체계가 도출되도록 한미 간 협의를 진행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오스틴 장관은 “한미동맹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한 혈맹이자 동북아 안보의 핵심축이며,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미국은 연합방위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 간 확장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해 한국인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