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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장미 한송이에 1만원?”…‘난방비 폭탄’에 꽃다발도 ‘금값’
[영상=윤병찬PD]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최모 씨는 얼마 전 결혼기념일을 맞아 아내에게 장미꽃 다발을 선물하려다 깜짝 놀랐다. 꽃집에서 판매하는 보라색 장미꽃 한 송이에 1만원이나 했기 때문이었다. 최씨는 “장미 일곱 송이를 고르면 7만원”이라며 “결국 한 송이만 살 수밖에 없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졸업식과 입학식 시즌을 앞두고 꽃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등유가격 상승으로 난방비가 치솟으면서 생화 가격도 덩달아 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화훼 농사를 접은 농가들이 늘어나면서 장미 공급이 급격히 줄었다는 설명이다.

3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24~3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 화훼공판장에서 경매된 장미 10송이(속)의 품종 평균 가격은 7415원이었다. 전년 같은 기간 한 송이에 5566원하던 것과 비교하면 약 33% 오른 수준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27년간 꽃집을 운영하던 이순애 씨는 “10송이에 2만~3만원이던 꽃이 지금은 4~5만원에 들어온다”며 “명절 연휴에 주춤하는가 싶더니 오늘 또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꽃값이 오른 이유로 난방비를 꼽았다.

이씨는 “연탄으로 난방을 하면, 꽃잎에 점이 생겨 상품성이 떨어진다”며 “(농가에서는) 무조건 등유를 쓸 수밖에 없는데 기름값이 오르니 꽃값도 당연히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화훼 농가에서는 “코로나19도 견뎠는데…. (지금은) 난방비 때문에 못 견디겠다”는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미가 잘 자라려면 내부 온도가 평균 20도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여파로 농업용 면세 등유 가격이 크게 올라 부담이 커졌다.

실제로 면세 등유 가격과 농사용 전기요금은 2021년 대비 최대 70% 이상 급등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면세등유 가격은 1ℓ당 1375원으로 2021년 평균 799원 보다 72.1% 상승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인한 졸업식, 입학식 등 각종 행사가 축소되자 꽃다발 수요가 줄면서 줄줄이 문을 닫은 화훼농가도 늘었다. 이씨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농사를 포기한 화훼농가가 늘면서 공급 자체가 줄었다”고 덧붙였다.

초·중·고교마다 달라진 졸업식 일정도 꽃값에도 영향을 미쳤다. 학사 운영에 대한 학교의 재량권이 커지면서 올해는 수도권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졸업식이 시작됐다. 이에 보통 2월에 몰려 있던 졸업식이 최근에는 1월, 빠르면 전년 12월로 앞당겨지면서 꽃값이 요동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A씨는 “장사한 지 15년이나 됐는데 요새는 꽃값이 정말 예측불허다”며 “예전에는 2월 졸업식 대목에 가격이 반짝 오르다가 떨어졌다면 요새는 12월부터 가격이 올라 계속 오르락내리락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평균 3만~4만원대하던 꽃다발 가격은 4만원에서 6만원까지 치솟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화훼업계는 소비자들의 구매 감소로 이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모처럼 맞은 비대면 졸업식, 입학식 대목에도 비싼 꽃다발 가격에 발걸음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면서다.

A씨는 “졸업식 대목에 수요가 조금 늘겠지만, 결국 가격이 오르니 손님들이 꽃다발을 많이 사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영상=윤병찬PD]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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