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르포]"고금리 막차 타자"…2시간 대기는 기본, 시중은행 '인산인해'
금리 인하 목전 두고 고금리 예금 고객 몰려
“시중은행 금리 인하 추세 당분간 이어질 듯”
31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한 새마을금고에 몰린 고객들. 채상우 기자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2시간은 넘게 기다려야 할 거 같아요."

지난 30일 방문한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한 새마을금고에 업무를 기다리던 고객의 토로다. 예금금리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고이율 예금 막차를 타기 위한 고객들이 은행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새마을금고에는 금리 인하를 이틀 앞두고 막바지 예금을 맡기러 온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5.4%인 해당 새마을금고의 예금 이자율이 2월 1일부터 4%대로 뚝 떨어진다.

점심시간이 맞물린 낮 12시 무렵 번호표는 200번대를 넘어섰고, 대기자 수는 80명에 육박했다. 2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겨우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었다. 직원들도 제대로 식사하지 못하고 쉴 새 없이 업무를 처리하느라 지친 모습이었다.

뒤늦게 온 고객들은 은행 매니저에게 "오늘 무슨 일 있느냐", "몇 시간이나 걸리느냐"고 물었고 그때마다 매니저는 "예금금리 인하 때문에 그렇다"고 답하기 바빴다. 은행 업무를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리는 고객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예금을 맡기러 온 주부 김유정(35) 씨는 "오전 11시에 왔는데 대기번호 42번을 받았다"며 "지금 오후 1시가 다 됐는데, 아직 대기 중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 오모(62) 씨는 "오후에 왔으면, 아예 업무를 보지 못할 뻔했다"며 "물가는 오르는데 예금금리까지 떨어지니 점점 살기가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내걸린 금리 현수막. [연합]

기준금리 인상에도 예금금리가 떨어지는 건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국은 은행의 지난해 순이자이익 등을 감안하면 대출금리를 내릴 여력이 있다며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출금리뿐만 아니라 예금금리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대표상품 금리는 연 3.67~3.95%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이 잇달아 예금금리를 올리면서 ‘은행 정기예금 금리 5%시대’를 열었지만 두 달 만에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거나 중단하려고 하는 만큼, 한국 역시 상반기 내에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시중은행의 금리 인하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금통위에서의 금리 인상을 마지막으로 한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미 연준 역시 다음주 열리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폭을 0.25%포인트로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 데 더해 여전히 시장은 연내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123@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