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헌·김민지 기자] “연 매출 300조 시대를 열었는데, 웃을 수 없다?”
삼성전자의 2022년 확정 실적 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회사의 사업 성과에 대한 600만 개미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례없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인플레이션 확대에 따른 수요 감소로 삼성전자의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는 모양새다. ‘연매출 300조원’의 고지를 밟았지만, 최악의 위기 속 발표될 삼성전자의 실적 관전 포인트를 살펴봤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실적 ‘효자’로 평가되는 반도체 사업은 지난해 매출 95조원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반도체 사업이 2021년 매출 94조1600억원, 영업이익 29조2000억원을 기록한 것을 감안할 때, 오히려 실적이 후퇴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메모리 호조세에 따른 ‘반도체 매출 100조원 시대 개막’이 점쳐졌으나, 연말이 되면서 이같은 기대감은 사그라들었다.
이같은 실적 한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된 메모리 시황 악화 때문이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역대 최악의 침체 상황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1600억달러(약 197조원) 규모의 메모리 시장이 현재 공급 과잉에 따른 엄청난 재고 압박과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급락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메모리 재고가 예년보다 3배 이상 증가해 역대 최대인 3∼4개월 치 공급량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지난해 메모리 시장 규모는 2021년보다 12.6% 축소했다. 올해는 전년보다 17%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레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평균가격이 전분기 보다 13~18%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가전 시장의 수요 악화가 지속되면서 이 업체는 “D램 시장의 불황이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지난해 3·4분기 삼성 반도체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한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1위 TSMC를 수익 측면에서 앞설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TSMC는 지난해 연간기준으로 758억8000만달러(약 93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2분기의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글로벌 ‘반도체 왕좌’ 자리를 수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전자가 이번 실적발표 때 감산 여부 향방을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웨이퍼 투입량을 줄이거나 생산라인을 멈춰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는 행위)’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최근 업계에선 삼성이 ‘자연적 감산(설비 재배치 등을 통해 진행되는 생산라인 최적화와 미세공정 전환을 통한 감산)’에 나섰다고 분석한다. 기존 메모리 공정 최적화를 지속하는 가운데 파운드리 등 새로운 투자 영역으로의 지출을 지속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위기일수록 투자의 강도를 높였던 삼성이 이번 반도체 한파를 어떤 수준으로 바라보는지도, 감산 여부에 대한 회사 측 입장 발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가전, TV 등을 담당하는 생활가전사업부 도 지난해 하반기 역대급 한파를 겪었던 만큼, 영업이익에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가전 수요 급감과 원자재값 상승, 재고 부담 등 악재가 겹친 가운데 얼만큼 실적이 악화됐는지가 관건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이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박람회 CES 2023 삼성전자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
업계는 지난해 4분기 생활가전사업부 영업이익이 2000억원 초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던 3분기(2500억원) 보다도 30% 이상 감소한 수치다. 만약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해 1000억원 후반대를 기록한다면, 약 8년만에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도 있다. 생활가전사업부 분기 영업이익이 2000억원 아래로 내려간 건 2014년 4분기(1800억원), 2015년 1분기(1400억원 적자)가 마지막이다.
삼성전자는 가전 부문 살리기에 한창이다. 최근 개발팀 산하 조직을 기존 2개(키친, 리빙 개발)에서 5개(냉장고, 조리기기, 식기세척기, 의류케어, 청소기 개발)로 세분화해 개편했다. 또한, 지난해 말 ‘일시금 2000만원 지급’이란 파격 조건을 내걸고 기피 부서로 꼽히던 생활가전사업부에 타부서 인력을 충원하며 힘을 실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1조9800억원을 기록하며 선방한 디스플레이 부문 실적은 4분기에도 양호할 전망이다. LCD 공급을 경쟁사 대비 빠르게 중단하고 OLED에 집중한 점이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주요 고객사인 애플 생산 차질과 전반적인 스마트폰 수요 감소로 직전 분기보다는 다소 부진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갤럭시Z폴드4(왼쪽), 갤럭시Z플립4 [삼성전자 제공] |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X사업부 실적은 어느정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2021년 대비 11% 감소하며 10년 만에 처음으로 1억2000만 대 이하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주력 상품인 ‘갤럭시S’ 시리즈와 함께 폴더블 라인업 ‘갤럭시Z’ 시리즈 판매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를 ‘폴더블폰 대중화’의 원년으로 정하고 1000만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삼았다. 2025년까지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폴더블폰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자체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엑시노스의 부진도 뼈아픈 악재였다. 지난해 초 삼성전자 파운드리 최신 공정 4나노 기반으로 ‘엑시노스 2200’을 출시했으나, 수율과 발열 문제 등이 불거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탑재를 2년간 중단하고 성능 개선 및 전면 재검토에 나선다. 최근 애플 출신 임원을 영입하며 ‘갤럭시 전용’ 칩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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