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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역결제도 金으로...中 사재기에 금값 고공행진 [‘킹골드’시대 도래]
경기침체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도 높아
美 금리 속도조절론에 국채 대신 금으로
中 등 금값상승 주도...러 외환보유고 동결
중앙은행 61% “1년 내 금 보유량 늘릴 것”
국제 금값의 거침없는 상승세 속에 지난 연말 인도 캘커타의 보석 상점에서 한 직원이 화려한 금 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

미국 달러가 주춤하자 금값이 들썩이고 있다. 금값이 조만간 사상 최고치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야흐로 ‘킹달러’ 시대가 저물고 ‘킹골드’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매입을 선도하면서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각국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금값이 들썩이는 것은 세계 경기침체 우려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데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요인과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수요 증대가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3일 온스당 1630.82달러까지 내렸던 금값은 3개월 새 18.27% 올라 지난 25일 1942.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스위스 제네바의 IG 뱅크는 “역사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과 변동성이 있는 시기에 개별 국가의 경제로부터 독립적인 가치를 지니는 금에 대한 수요가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무위험 수익률의 대표격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3월 -1%에서 같은해 10월 1.75%까지 빠르게 상승했다. 시장의 자금이 미 국채를 매입하는 데 몰리면서 금 가격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지난 연말부터 높은 금리에 경기 침체 우려가 가중되자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시장 기대가 확산됐고 이에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1.2%까지 하락했다. 미 국채에 대한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시장의 관심이 대체재인 금으로 쏠리는 상황이다.

세계 금 가격 상승은 각국 중앙은행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특히 중국과 터키 등의 중앙은행이 앞장섰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 3년간 금을 사들이지 않다가 최근 두 달 연속 금 보유 비중을 늘리면서 글로벌 금 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이란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 금 보유량을 103만 온스 늘렸다. 이는 2019년 3월 이후 3년여 만의 매입이다. 이후 외환보유고를 다각화하기 위해 12월에 97만온스를 추가 매입했다. 이에 따라 12월 말 기준 중국 금 보유량은 6464만온스로 집계됐다.

최근 중국 최대 증권사인 중신증권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주요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마무리할 것이란 기대감이 가시화된 데다 지정학적 갈등, 경기 침체 등이 금값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충아오 중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은 향후 금값을 움직이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안전자산인 금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터키, 우즈베키스탄 등 신흥 국가가 주로 금을 대량으로 매입했다. 지난 3분기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399.3t에 달해, WGC가 통계 발표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캐롤린 베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국가들의 중앙은행이 금을 물리적으로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 제네바의 IG 뱅크는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의 외화 보유고가 대부분 동결되면서 러시아와 무역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터키 등 국가의 경우 금을 통해 상품 무역 결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WGC가 중앙은행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향후 12개월 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비율은 52%에서 61%로 늘었다. 한편, 홍콩에 기반을 둔 중국금은거래소에 따르면 업계는 올해 사회적거리두기가 폐지되고 윤년의 영향으로 결혼 등의 연회가 증가하면서 금 예물 소비가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SCMP는 비싸진 금값이 소비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겠으나, ‘보복 소비’의 힘이 이를 능가해 결과적으로 금값 인상이 가팔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톤엑스의 분석가 로나 오코넬은 “현재 금 시세는 과매수의 영향을 받았으므로 수정이 필요하다”면서도 “온스 당 2000달러 선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돌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호연·이민경 기자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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