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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꺾고 반도체 강국 될 것” 기술 후진국 일본의 ‘욕심’? [비즈360]
40나노 기술에서 멈춘 日
2나노 기술 구현 여부 회의적
“석·박사 인력과 최첨단 장비 문제”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고이케 아쓰요시(왼쪽에서 두번째) 라피더스 사장과 다리오 길(왼쪽에서 세번째) IBM 수석부사장이 차세대 반도체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 관련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교도통신]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40나노에서 중간 과정을 다 건너뛰고 2나노를 구현한다고요? 일본의 반도체 야심은 이해하지만, 기술 구현이 쉽지 않을 겁니다. 당장 이를 구현한 엔지니어와 장비를 어디서 확보하죠?”(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 고위 관계자)

일본 정부가 ‘반도체 복권’을 꿈꾸며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신설 기업 ‘라피더스’가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칩 경쟁 참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2025년까지 2나노 기술을 구현하고 이후 양산에 돌입해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를 따라잡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인데, 국내 업계에선 “계획대로 기술을 구현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전날 일본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는 2025년 상반기까지 2나노 반도체 생산의 프로토타입(시제품) 라인을 구축할 계획을 밝혔다. 라피더스는 소니·도요타·키옥시아·NTT 등 일본 대기업 8곳이 첨단 반도체의 국산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설립한 합작 기업이다.

현재 일본의 칩 공정 최신 기술이 40나노까지 구현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반도체 칩에 대한 일본 정부와 기업들의 강력한 개발 의지를 피력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라피더스는 나아가 기업들이 요구하는 최첨단 반도체를 맞춤형으로 신속하게 공급해 TSMC 등과 차별화한다는 전략까지 세웠다. 한국 기업처럼 메모리 반도체를 병행하는 게 아니라 첨단 반도체만 생산하는 고수익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겠다는 설명이다. 고이케 아쓰요시 라피더스 사장은 생산 공장 부지와 관련해 “물과 전기 등 인프라가 안정적이고 국내외 인재가 모이기 쉬운 장소를 검토하고 있다”며 “3월까지 최종 부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라피더스를 통해 일본 정부가 노리는 것은 반도체 강국으로의 복권이다. 실제로 니혼게이자이신문 역시 “(라피더스의 기술 구현은) 40나노에서 2나노로 날아가는 것”이라며 “일본의 반도체 복권의 길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라피더스의 기술 협력 파트너는 미국 IBM이다. 지난해 말 라피다스는 IBM과 기술 라이센스를 맺었는데, IBM은 2021년 2나노 반도체 ​​시제품 생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피더스는 미국에 직원을 파견하고 필요한 기초 기술의 숙련을 진행시킨다.

일본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고려할 때, 라피더스의 성장세에 눈길이 간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고이케 야쓰요시 사장은 2나노 기술 확립까지 2조엔(약 19조원), 양산 라인 준비에 3조엔(약 28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에 이미 700억엔(약 683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더 지속적으로 자금을 대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한국과 대만에 대한 추격 속도를 높이겠단 입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일본의 계획에 국내 반도체 업계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당장 2나노 구현을 위한 반도체 제조 엔지니어를 일본에서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내 반도체 칩 제조사 관계자는 “당장 2나노급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하려면 석·박사를 양성해야 하는데, 아무리 일본이라고 하더라도 2나노급의 첨단 연구를 진행할 고급 인력을 다수 바로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고이케 아쓰요시 사장 역시 “기술개발에서 양산공정 확립을 위해 수백명 규모의 엔지니어가 필요하다”며 인재 확보의 필요성을 전날 언급하기도 했다.

김경기 대구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최근 일본 학술대회 등을 가보면 이전보다 반도체 관련 연구 인원이 많이 줄었다는 인상을 받는다”며 “일본 내 반도체 석·박사 등 고급 반도체 인력 확보가 고민거리로 부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령 라피더스가 예정된 일정대로 2나노 시제품을 구현 하더라도, ‘양산’으로 접어드는 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국내 반도체 칩 제조사 관계자는 “최첨단 반도체 칩 양산은 기술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막대한 자금과 설비투자가 뒷받침 돼야 한다”며 “40나노 수준에서 양산이 멈춘 일본에서는 IBM에서 2나노 기술을 배워와도 처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대규모 투자를 다시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2나노 제품의 시제품 생산·기술 구현까지 가능할 수 있으나 양산 단계에 접어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일 수 있다”며 “일본 정부가 자국의 주력 업종이 모두 침체된 상황을 타개하고자 투자를 가속하고 있으나 어느 정도 실현될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과 달리 기술 개발을 지속한 미국의 인텔 역시 10나노대에서 기술 구현을 멈춘 상태다.

김경기 교수 역시 “2나노 샘플 제작과 양산은 아예 다른 문제로 봐야 한다”며 “최첨단 칩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최첨단 반도체 장비를 확보해야 하는데, 삼성·TSMC 등도 이에 대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라피더스 역시 경쟁을 뚫고 양산 체제를 구축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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