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습식 공정은 한계 뚜렷
건식 공정+규모의 경제 갖춘 제련기업 주목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내부의 모습. [고려아연 제공]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글로벌 공급망 병목 심화와 각국의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 강화로 ‘리사이클링 산업’에 대한 관심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 아프리카 등 광물 생산국을 중심으로 자원민족주의까지 수면 위로 오르면서 핵심 광물에 대한 절대적인 공급 부족이 가시화하는 상황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이러한 배경 속에서 리사이클링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와 관련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향후 리사이클링 분야에서 제련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자원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기반 국가일수록 리사이클링을 통한 순환경제 도입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최진영·김윤정·안희수 연구원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ESG시대, 리사이클링 금속 굴기’라는 보고서를 통해 “리사이클링은 정·제련업과 유사하다”면서 “결국 효율적인 공정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만 비용 통제가 쉬워지고 원료 확보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리사이클링 금속은 건식과 습식 공정을 거치는데, 이는 제련기업들의 정통 영역”이라면서 “특히 기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에서 습식 기술력이 주목을 받았지만, 이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건식 상공정(쇳물과 슬라브 등 반제품을 생산하는 공정) 도입’이 이뤄질 수 있다. 이는 다른 화학기업이나 리사이클링 기업보다는 제련기업만이 강점을 갖는 분야”라고 덧붙였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을 예로 들면 버려진 배터리를 분쇄해 파우더(블랙파우더) 형태로 만든 다음 후처리 공정을 통해 원료를 뽑아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습식 제련은 금속 혼합물 형태인 파우더를 저온의 산에 담가서 원료를 뽑는 방식이고, 건식 제련은 파우더에 고온을 가해 녹여서 금속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습식공정의 경우 화학침출반응 효과를 높이기 위해 배터리를 셀 단위까지 최대한 해체 후 미세한 입자로 분쇄해야 하는데 오랜 시간이 요구되고 폐오수 발생 문제가 있다”면서 “반면 건식 상공정은 습식공정의 기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리튬의 효율적인 회수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탄소 배출을 제외하면 폐수 등 다른 이슈 발생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이어 “건식 공정은 각 단계에서 600~1500℃ 사이의 온도를 제각각 최적화 해야 하는데 대규모 설비와 투자비가 필요하다”면서 “이는 제련기업들의 노하우가 필요한 분야”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국내 제련기업들 가운데서도 원료 네트워크, 수직계열화,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있는 고려아연과 LS MnM(구 LS니꼬동제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두 회사와 관련 연구팀은 “국내외 금속 생산·리사이클링 업체들과의 업무 제휴,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존 사업체에 대한 인수·지분투자 등의 방식을 통해 안정적인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생산시설, 기술 등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4000억원에서 2025년 3조원 규모로 연평균 4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에는 연평균 26%의 성장세를 보이며 2040년에는 87조원까지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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