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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은 배터리 공장 증설하는데...LG엔솔·SK온 ‘투자 철회’, 위기? 기회? [비즈360]
자금시장 위축된데다 수주잔고 충분
수익성 높은 투자처로 선택과 집중
중국 업체는 유럽 등 해외기지 확보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테네시주에 짓고 있는 합작 2공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국내 배터리 회사들이 몇 년간 유지했던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재검토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금시장이 위축된 데다, 이미 수주잔고가 쌓여있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어서다.

반면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던 중국 업체들은 해외 공략을 위해 유럽 등으로 공격적인 생산기지 확충에 나서는 모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LG에너지솔루션이 함께 추진하고자 했던 네 번째 배터리 합작공장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합작공장 건설을 위한 양사 경영진의 협상이 합의 없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WSJ는 “LG에너지솔루션이 추가 투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양사는 인디애나주 뉴 칼라일을 4공장 후보지로 검토해 왔다. 하지만 4공장을 두고는 두 회사의 입장이 엇갈렸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지난해 2월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상반기 중 LG에너지솔루션과의 4공장 위치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으나, LG에너지솔루션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내부에선 이미 GM과 3개의 공장을 짓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의 공장을 더 짓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한 고객사와 협력을 공고히 하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고객사와 두루 협력 관계를 맺는 것이 리스크 측면에서 훨씬 낫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GM 외에도 혼다, 스텔란티스 등과 이미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한 상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잔고는 370조원에 달한다. 이미 상당한 수주잔고를 확보했고, 줄줄이 신공장 건설이 계획된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에 나설 이유가 없는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1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 애리조나 투자도 재검토 중이다.

SK온 역시 최근 포드, 코치와 튀르키예에 설립 예정이던 배터리 공장을 재검토하고 있다. 3사는 튀르키예 앙카라 인근 지역에 30~45GWh 규모로 공장을 건립할 예정이었다. SK온은 “아직 투자 철회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란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SK온의 투자 철회에 대해 ‘투자 재배분’이란 관점에서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봤다. SK온이 포드와 초기 협상에서 저가 수주 계약을 맺었다면, 이번 철회 결정으로 보다 수익성이 높은 신규 투자처를 찾을 수 있단 분석이다. SK온의 수주잔고는 지난해 10월 기준 220조원 규모다.

국내 배터리사들이 투자 재검토에 돌입했다면 중국 업체들은 해외 신공장 건설에 오히려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미국, 유럽에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다.

세계 1위 배터리 회사인 중국 CATL은 최근 해외 첫 생산기지인 독일 에르푸르트 공장 가동을 시작한 데 이어 헝가리에도 100GWh 규모의 신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배터리와 전기차를 함께 생산하는 중국 BYD는 포드의 독일 생산공장 인수를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회사들은 이미 막대한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향후 투자의 경우 수익성 위주로 나설 전망”이라며 “반면 중국 회사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 외 생산기지 구축이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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