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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웨버 vs 손드하임…뮤지컬 거장들, 한국서 맞대결
‘캣츠’부터 ‘오페라의 유령’까지
‘금세기 모차르트’ 웨버 걸작 침공
 
‘스위니토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브로드웨이 거장’ 손드하임의 혁신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신화’를 만든 두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과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지금 한국 공연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두 사람의 작품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위니토드', '캣츠', '오페라의 유령'이 줄줄이 한국 관객과 만나는 중이다. [쇼노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금세기의 모차르트, #세기를 넘는 위대한 거장, #브로드웨이의 전설.

거대한 수사는 모조리 붙일 수 있는 뮤지컬 거장들이 있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신화’를 만든 두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과 앤드루 로이드 웨버. 전 세계 뮤지컬계를 이끈 거장들의 명작이 한국에서 맞대결 중이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블루스테이지 제공]
■ ‘75주년’ 앤드루 로이드 웨버…‘전곡이 명곡’ 대작 3편

영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작곡가이자 제작자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대작 뮤지컬’을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올해로 탄생 75주년을 맞은 올해엔 ‘웨버 신(神)’의 대작 세 편이 한국 뮤지컬 계를 찾고 있다. ‘캣츠’(20일 개막, 세종문화회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2월 2일, 부산 드림시어터), ‘오페라의 유령’(3월25일부터, 드림시어터·7월 14부터, 서울 샤롯데씨어터) 등이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에겐 무수히 많은 수사가 따라오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금세기의 모차르트’라는 거대한 수식어다. 영국 런던의 왕립음악대학에 편입해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뮤지컬 작곡을 시작한 이후엔 ‘전곡이 명곡’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훔쳤다.

‘캣츠’ 내한공연을 주관하는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뮤지컬계에서 위대한 작곡가이자 제작자로 손꼽히는 이유는 웰메이드 대작을 만들었다는 점 이외에도 작품 색과 경향이 완전히 다른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두 곳에서 모두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캣츠' [에스앤코 제공]

실제로 그는 웨스트엔드에서 48년, 브로드웨이에서 41년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최근까지 ‘배드 신데렐라(Bad Cinderella)’ 브로드웨이 공연을 비롯한 신작 제작 등 다양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17년엔 그가 작곡한 ‘오페라의 유령’, ‘캣츠’, ‘스쿨 오브 락’, ‘선셋 블러바드’가 뉴욕에서 동시에 공연, 1953년 로저스 & 해머스타인 (Rodgers & Hammerstein) 이후 최초로 ‘브로드웨이에 작품 4편이 동시에 공연되는 작곡가’라는 기록을 세웠다. 또 에미상(Emmy), 그래미상(Grammy), 오스카상(Oscar), 토니상 (Tony)을 모두 수상한 ‘EGOT’ 지위의 예술가이기도 하다.

웨버의 작품 중에선 현재 ‘캣츠’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세계 4대 뮤지컬로 불리는 ‘빅4’(‘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의 하나인 ‘캣츠’는 웨스트 엔드, 브로드웨이에서 최장기 공연 기록을 동시에 세운 최초의 작품이다. 전 세계 30개국, 300개 도시에서 15개 이상의 언어로 무대에 올라 7550만 명이 관람했다. T.S. 엘리엇의 우화를 뮤지컬로 옮겨, 스무 마리의 고양이들에 빗대 들려주는 인생사는 우리의 삶을 투영하며 깊은 감동을 준다. 에피소드 형식의 뮤지컬로 전연령대를 아우르는 데다 환상적인 무대 예술과 아름다운 음악은 차원이 다른 뮤지컬의 세계로 관객을 이끈다. 그래미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메모리(Memory)’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를 포함한 150여 명의 아티스트들이 커버하기도 했다. 현재 만나고 있는 공연은 5년 만의 오리지널 연출로 공연,세계적인 뮤지컬 스타 조아나 암필과 브래드 리틀 등 이른바 ‘캣츠 스페셜리스트’ 배우들이 출연한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에스앤코 제공]

3월엔 13년 만의 ‘한국어 공연’으로 ‘오페라의 유령’이 상륙한다. 전 세계 188개 도시에서 1억 4500만 명을 사로잡은 ‘오페라의 유령’은 현재 웨스트 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34년 이상 공연된 유일한 작품이자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 기록을 세우고 있다. 한국에서 가지는 의미도 각별하다. 2001년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6개월의 장기 공연을 통해 무려 19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뮤지컬의 산업화를 이끌었다. 부산에서 6월까지 공연을 마친 후엔 서울로 올라와 조승우, 김주택, 전동석이 출연한다.

배우 전미도 강필석이 출연 중인 손드하임의 ‘스위니토드’ [오디컴퍼니 제공]
■ ‘브로드웨이 거장’ 손드하임…혁신의 아이콘

“누구나 손드하임처럼 곡을 쓰고 가사를 붙일 수 없다는 건 안다. 그래도 최소한 그렇게 해보려고는 해야 하는게 아닌가.”

브로드웨이의 극작가 겸 연출가이 아더 로렌츠는 스티븐 손드하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웨스트엔드에 웨버가 있다면, 브로드웨이엔 스티븐 손드하임이 있다. 그는 브로드웨이의 신화이자 전설이며, ‘혁신의 아이콘’이다.

스티븐 손드하임이 뮤지컬계로 입문한 과정은 조금 독특하다. 뉴욕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유년기를 부모의 손이 아닌 이웃집에서 보냈다. 그 이웃이 브로드웨이 황금기를 이끌며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히는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 그의 마지막 작품은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그에게 어린 시절 뮤지컬 대본 쓰는 법과 작사를 배운 것으로 알려진 손드하임은 1957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통해 작사가로 데뷔했다. 현재 김준수 박강형 고은성 주연으로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작품이다. 이후 ‘어쌔신’, ‘컴퍼니’, ‘스위니토드’, ‘숲속으로’ 등 무수히 많은 작품을 남겼다.

배우 전미도 강필석이 출연 중인 인기 뮤지컬 ‘스위니토드’ [오디컴퍼니 제공]

손드하임의 음악은 독특하고 아름답다. 전미도와 함께 인기를 얻고 있는 ‘스위니토드’(3월 5일까지, 샤롯데씨어터)는 낯선 불협화음으로 잔혹하고 기괴한 스토리와 이상한 인물들의 성격을 상징화한다. 손드하임이 자주 하던 말이 “뮤지컬 음악 역시 대본의 일부로 모든 노래와 구성이 치밀하게 짜여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스위니토드’의 2막에 등장하는 ‘갓, 댓츠 굿(God, That’s good)’을 작곡할 때는 주요 등장인물과 앙상블들의 캐릭터와 움직임까지 고려했다.

손드하임은 뮤지컬계 후배들이 ‘추앙’하는 작곡가이기도 하다. 뮤지컬 ‘렌트’의 작곡가인 조너선 라슨이 가장 존경하는 작곡가로 꼽기도 한다. ‘렌트’의 1막 마지막 곡인 ‘라 비에 보엠(La Vie Boheme)’에선 주인공들이 찬양하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손드하임의 이름이 등장한다. 2021년 그는 영원히 잠들었지만, 그의 작품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살아 숨 쉰다.

현재 한국에선 ‘스위니토드’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관객과 만나고 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쇼노트 제공]

그의 뮤지컬은 독특하다. 특히 ‘스위니토드’는 국내 대극장 뮤지컬에선 보기 드문 파격적인 소재와 음악으로 무장했다. 복수를 위해 살인을 일삼는 사이코패스 이발사 스위니토드와 살해된 사람들로 인육 파이를 만드는 러빗부인의 이야기. 이 잔혹하고 기괴한 이야기의 주제의식을 치밀하게 직조하고, 묘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힘은 손드하임의 음악이다. 시종일관 낯선 불협화음으로 이어진 곡은 스릴러의 묘미를 살리고, 귓전에 맴도는 묘한 중독성을 안긴다.

그런가 하면 1957년 초연, 미국 이민자 사회의 이야기를 다루며 인종차별과 편견을 정조준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또 다른 손드하임을 만날 수 있다. 손드하임이 쓴 초장기 가사엔 작품의 메시지가 고스란히 녹아나면서도, 흥미롭고 ‘신박한 라임’을 만날 수 있다. 넘버 ‘아메리카’가 대표적이다. “LIfe can be bright in America/If you can fight in America/LIfe is all right in America/If you‘re all-white in America(미국에서의 인생은 더 찬란할 거야/만약에 네가 싸울 줄 안다면 말이지/미국에서의 인생은 다 좋을 거야/네가 백인이라면 그렇겠지).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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