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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빚 늘렸는데 이자 폭탄…가계 신용위험 '빨간불'
신용위험지수, 통계 이후 최고치
가계신용, 코로나 이후 270조 증가
금리 상승에 이자 부담↑…경착륙 우려
12일 서울 한 은행 창구에서 시민들이 은행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출을 늘려온 가계가 높아진 이자 부담에 신용위험이 급등하는 위기에 처했다. 가계부채가 경착륙할 경우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안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2022년 4/4분기 동향 및 2023년 1/4분기 전망)'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이 예상한 올해 1분기 신용위험지수는 45로 지난해 4분기(41) 대비 4포인트 상승해 관련 통계가 있는 2002년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가계 신용위험은 4분기(39)보다 5포인트 높아진 44로, 지난 2003년 3분기(44) 이후 1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저축은행, 카드사 등 비은행금융기관도 1분기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상호금융조합의 차주 신용위험지수는 51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높았고, 상호저축은행(45), 신용카드회사(25), 생명보험회사(40)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생활이 어려워진 가계는 대출을 늘렸다. 가계신용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870조6138억원으로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 4분기(1600조6007억원) 대비 270조131억원(16.9%) 증가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105%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만기가 1년 이하인 가계부채 비중이 전체의 3분의 1 가량이며 가계부채의 80% 정도가 변동금리 대출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이후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대출 금리도 뛰었다는 점이다. 2019년 12월만 해도 연 2.98%였던 예금은행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2022년 11월 5.57%로 두 배에 가깝게 올랐다. 이에 따라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취약차주는 재무건전성이 낮아지게 됐다.

여기에 제2금융권이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가운데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2금융권을 이용하던 취약차주는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상호저축은행의 1분기 대출태도지수는 -45, 신용카드회사는 -31, 상호금융조합은 -52, 생명보험회사는 -19를 나타냈다. 대출태도지수가 음(-)이면 '대출태도 강화'라고 응답한 금융기관 수가 '대출태도 완화'보다 많다는 의미다.

가계부채가 경착륙할 경우 우리 경제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유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팬데믹 이후 가계·기업·정부 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금융긴축 가속 및 자산 가격 하락 등에 따른 부채 리스크 증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국의 가계부채 구조는 통화정책 결정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한국의 단기부채 및 변동금리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통화 긴축, 주택가격 하락에 대한 소비지출과 경기의 민감도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상환 능력에 기반한 여신 심사 관행을 정착시키고,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줄이는 등 대출 구조 개선에 힘쓰는 한편 부실 우려 차주에 대해서도 선제적인 채무 상담과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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