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같아도 외곽·뒤편으로
서울시 "소셜믹스 추진"
서울시 한 아파트 임대동의 도색 전(위) 후(아래) 모습 |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 서울 서대문구 A아파트는 지어진 지 20년이 지나 지난해 도색 작업을 다시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임대동은 관리 주체가 달라 분양동과 확연히 다른 색이 칠해졌다. 이전에는 두 동의 차이를 한 눈에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다른 단지로까지 보이게 됐다. A 아파트 주민은 “주차장도 따로 쓰고, 분리수거 하는 날도 다른데 도색까지 다르게 해버리니 단지 내에서 구분이 확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대주택 차별에 대한 논란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한 아파트 임대동 주민은 “폐기물을 버리려고 하는데 일반동에는 폐기물 수거함이 있고 임대동에는 없더라”면서 “관리사무소에 문의를 하니 구청에 따로 수거를 요청해 돈을 주고 버려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경기도 아파트 한 임대동 주민은 “입주민 회의 결과를 임대동에는 고지하지 않더라”면서 “관리비를 적게 내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은근한 차별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도색이나 관리 전반은 분양동과 같아도, 배치 자체에서 차별이 감지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큰 도로가 가까운 단지는 소음 등 문제를 고려해 아파트 전체를 감싸도록 임대동을 외곽으로 배치한다. 반면 대중교통과 거리가 있는 단지는 분양동을 앞부분에, 임대동을 뒷부분에 배치해 분양동의 교통 편의성을 높이곤 한다.
이같은 상황은 서울 유명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나타난다. 일반분양 계약까지 완료한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은 복도식 소형 평형동에 임대주택을 섞어 넣었는데, 이 소형 평형동은 다수가 도로가 맞닿은 단지 외곽에 배치돼있다. 5000가구가 넘는 서울 중구 남산타운은 임대동이 매봉산 경사지에 위치해 주민들이 줄곧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에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지난해부터 임대동 경사지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추진 중이다.
서울시의 경우 임대주택 차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대책을 내놓은 상황이다. 지난해 4월 서울시는 양적 공급에 치우쳤던 공공주택 정책의 패러다임을 '주거복지 우선주의'로 전환하는 내용의 ‘서울 임대주택 3대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서울시는 동·호수 차별이 없는 공개추첨제 등을 시행해 차별·소외를 차단하는 ‘완전한 소셜믹스’를 구현하고, 쾌적한 주거공간을 위한 ‘품질 개선’을 지속하며 노후단지의 단계적 재정비 또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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