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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아부다비에서 (취재진을) 오랜만에 봤더니 (카메라가) 다 캐논이더라고요.”(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9일(한국시간) 새벽 다보스 다보스 아메론 호텔에서열린 ‘한국의밤’ 행사에 참석해 “아부다비에서 (취재진을) 오랜만에 봤더니 다 캐논(카메라)이더라”며 “동영상이 안돼서 다 캐논만 쓴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직업병이 있어서, 나를 사진을 다 찍는데 근데 카메라가 다 캐논만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취재진들의 카메라가 전부 캐논 제품이라는 걸 언급, 삼성전자 제품은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카메라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스마트폰이 카메라를 대체하게 된 지금, 이 결정은 ‘신의 한수’로 꼽힌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 삼성전자 카메라가 사라진 것을 본 이재용 회장의 농담에 아쉬움도 묻어나는 모습이다.
일본 미놀타와 기술제휴로 카메라를 생산했던 삼성은 1980년대 독자기술로 컴팩트 카메라를 만들었고, 2000년대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열리자 ‘블루(VLUE)’라는 프리미엄 컴팩트 디카 브랜드를 발표했다. 2009년 앞 뒷면에 LCD 화면을 장착한 ‘ST500’으로 디카업계 3위까지 올라서며 삼성전자는 디지털이미징 사업부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하이엔드 카메라 개발에 나섰다. 이는 2010년 세계 최초 ‘APS-C’규격의 미러리스 카메라 ‘NX10’ 출시로 이어졌다.
2014년 독일 쾰른에서 열린 '삼성 프리미어 2014-NX'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삼성전자의 최고급 미러리스 카메라 NX1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
삼성전자가 카메라에 가장 전력을 쏟은 계기는 2012년 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3년 안에 카메라 세계 1위 달성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였다. 그 결과 2014년 하이엔드 미러리스 ‘NX1’가 세상에 나왔고 이는 역대 최강 미러리스로 평가됐다. 디지털이미징사업부를 스마트폰을 만드는 무선사업부로 흡수시키며 ‘1등 DNA’를 심겠다는 노력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이 언급한 캐논을 비롯 니콘, 소니 등 글로벌 강자들 앞에 삼성 제품은 역부족이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2015년 출시한 ‘NX500’을 마지막으로 신형 디지털카메라를 출시하지 않았다. 이후 2017년부터는 사업보고서에서 ‘디지털카메라’ 항목을 삭제, 공식적으로 사업에서 손을 뗐다.
삼성전자의 마지막 디지털카메라 NX5000 [삼성전자 제공] |
당시에는 사업 철수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았다고 전해진다. 소니, 올림푸스 등 일본 업체들이 지배하던 카메라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스마트폰이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삼성전자의 결단이 옳았음이 증명됐다.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스마트폰이 구현할 수 없는 고성능의 DSRL 등 전문가용 시장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던 카메라 기술은 이미지센서로 고스란히 전승됐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렌즈로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 이미지를 생성하는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현재 삼성전자는 소니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2억 화소 이미지센서를 선보이고 후속 제품을 출시하는 등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jakme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