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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X·한우세트 선물은 언감생심 “명절이 두려워요”
서민, 장기 불황·고물가에 울상
용돈·교통비...‘명절 목돈’ 부담
유통업계도 ‘가성비 선물’ 인기
설 연휴를 닷새 앞둔 16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 시민들이 제수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시민들이 연휴기간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골몰하고 있다. 이날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기준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이 25만4300원으로, 지난해 설 연휴 때(24만290원)보다 5.8%(1만4010원) 상승한 수치다. 임세준 기자

“한우 사려다가, 그냥 돼지갈비 선물세트로 낮췄어요. 부모님도 이해해주시겠죠....”

지난해 하반기 어렵사리 취업 문을 뚫은 박성진(28)씨는 설 연휴를 맞아 부모님께 한우 선물세트를 안겨 드리려던 계획을 최근 접었다. 박씨는 “명절에는 부모님 용돈부터 본가에 가는 교통비까지 목돈이 드는데, 한우를 보니 아무리 저렴하게 찾아도 10만원 안팎이라 선뜻 구매할 수가 없었다”며 “취업 후에 지출이 많아져 절약을 결심한 터라 더욱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설 연휴가 다가오면서 시민들이 연휴기간 지출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명절의 설렘보다는 각종 선물세트부터 교통비까지 사회 곳곳에 미친 고물가 여파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주부 김모(32)씨는 초등학생 조카에게 줄 용돈을 두고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김씨는 “장보는 비용도 줄이는 판에 조카들에게 용돈을 얼마나 줘야할지 고민”이라며 “물가도 올랐는데 과자 몇 번 사먹고 말 돈을 주기도 민망해 남편과 며칠째 상의 중”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42)씨는 “최근에 여동생이 쌍둥이를 낳아서 부모님 용돈에 조카 선물까지 챙기게 됐다”며 “월급은 티도 안 나게 올랐는데 들어가는 돈은 두배, 세배가 돼 20년간 피워온 담배라도 끊어야 하나 싶다”고 했다.

지난해 이어진 금리인상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 역시 명절 소비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대출 이자 비용만 50만원이 올랐다는 직장인 박모(35)씨는 귀성길 정체를 감수하고 직접 운전대를 잡기로 했다. 형제가 모두 KTX를 타면 교통비만 30만원을 훌쩍 넘는 탓이다. 박씨는 “8년 전 명절 연휴에 운전을 했다가 8시간을 도로에서 허비한 기억이 있지만, 올해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직장인 한모(29)씨는 최근 독립을 하며 받은 전세대출 이자만 40만원이 넘어 부모님께 매해 20만원씩 드리던 용돈을 건너뛰기로 했다.

유통업계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고가 상품보다는 10만원을 넘지 않는 중저가 상품을 선호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매출실적은 저가 상품 위주로 크게 늘었다. 특히 3만원대 사과, 배 선물세트 판매량이 50% 이상 증가했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 12월 1일부터 1월 9일까지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에서 5만원 이상 10만원 사이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설 대비 45%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와 불황이 이어지면서 부담 없이 선물할 수 있는 가성비 선물세트의 수요가 작년부터 증가세에 있다”며 “이에 맞춰 대형마트 업계 역시 고물가 시대에 맞춰 가성비 선물세트의 구색과 물량을 전년 대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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