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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홍 칼럼] ‘공포의 균형’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가 위기다. 남북 당국 사이에 대화와 접촉은 단절됐고 전쟁 불사에 가까운 언사들만 공중전처럼 표출되고 있다. 남북이든, 북한·미국 사이든 외교적 접촉이나 대화가 없기 때문에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언제 할지 그저 바라만 보는 상황이다. 우리도 핵무기를 제조할 과학기술력이 있다거나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언급으로 맞불 작전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그것은 국민불안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평화수호의 방안이 못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제정치학자들이 정리한 평화유지의 방안은 대체로 세 가지다.

그 첫째가 접촉과 교류, 그리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갈등해소다. 이념과 체제가 다르고 6·25전쟁까지 치른 남북한의 경우 특히 당국 간 대화를 활성화해야 적대감과 대결의식을 지속적으로 해소시킬 수 있다. 6·25전쟁의 한 당사국인 미국도 북한과 하루빨리 국교를 수립해야 한다. 나는 미국이 북한에 조금 양보하고 수교한다면 더 큰 국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우선 현재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인 중국 견제에 북한을 활용할 가능성이 열린다. 바로 ‘베트남 모델’을 하나 더 개발하라는 것이다. 미국에 베트남은 동아시아에서 중국 견제의 한 축 노릇을 하고 있어 대외정책 수행에 자연스러운 우군이다. 미국이 북한에도 이런 베트남 모델로 견인하기를 권하고 싶다.

평화유지의 두 번째 방안으로 상대방에 대한 억지전력으로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양쪽이 군사력을 비등하게 건설하면 힘의 균형이 유지되고 전쟁을 방지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경우를 한 예로 든다. 똑같이 가공할 핵무기를 다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싸워봤자 공멸한다. 그것이 전쟁억지의 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그러나 군사력 강화에 의한 힘의 균형은 ‘공포의 균형’으로, 위험한 평화일 뿐이다.

세 번째 평화유지의 길은 모든 나라가 진정한 민주주의 체제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일제 군국주의나 나치 전체주의 아래서는 통치집단 소수가 전쟁을 결정할 수 있었지만 공화제 민주주의국가에서는 국민 동의가 전제돼야 하기에 그렇게 할 수 없다. 2차대전 훨씬 전에 칸트가 영구평화론에서 제기한 ‘공화제 국가는 서로 싸우지 않는다’는 명제에 바탕하고 있는 역사적 교훈이기도 하다.

북한의 핵에 대해 우리도 핵개발로 대응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하책이다. 무엇보다도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들에 제재받아 경제가 파탄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도 핵무장에 나설 명분을 갖게 되며 이 같은 핵 도미노 현상이 동아시아에 번지게 된다.

상대방의 핵무기에 핵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곧 ‘핵 공멸 시계’가 작동함을 뜻한다.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파괴력을 목도한 미국 시카고대학의 과학교수 12명은 핵공멸시계운영위원회를 결성하고 이때를 지구 종말 7분 전이라고 표시했다. 1953년 미국이 수소폭탄실험을 감행했을 때 이 시계는 2분 전이었다. 남북한이 핵무장 경쟁에 돌입한다면 한반도의 핵 공멸 시계는 몇 분 전을 가리킬 것인가, 상상만 해도 참담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재홍 서울미디어대학원대 석좌교수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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