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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나의 노후는 안녕하십니까

2023년이 시작되고 떡국 한 그릇 먹으면서 원하지 않는 나이만 한 살 또 많아졌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 대신 ‘새해에도 회사에서 무사히 지내세요’라는 말이 더 위로가 되는 느낌이다. 희망의 새해인데 떠오르는 아침해가 왠지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이유는 이렇다. 지난해 3월 한국의 평균 퇴직 연령이 ‘49세’라는 지표가 발표됐다. 비자발적 퇴직이 총퇴직자의 40%를 넘는다고 한다. 본인은 일을 하고 싶지만 여러 상황에 의해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나이가 나도 모르게 한 살 한 살 많아지면서 어느새 앞서 말한 평균 나이를 훌쩍 넘어버린 것이다. 또 다른 지표에서는 49세의 퇴직에도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그만해도 되는 나이 또는 그만두는 나이는 ‘72세’로 나타났다. 퇴직 후에도 20년 넘게 계속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50대 이상의 중장년 10명 중 6명 이상이 창업과 창직을 고려한다고 한다. 퇴직한 중장년층의 경우 재취업이 쉽지 않은데 경제활동은 계속해야 해서 창업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40대 후반이나 50대 중반은 돈이 한창 많이 들어가야 하는 때라고 이야기한다. 가구당 월평균 적정 생활비는 305만원 정도라는 발표를 보며 필자도 월급통장을 쳐다보게 된다. 월급이 중단돼도 경제활동은 이어져야 하고, 재취업이 어려우니 창업·창직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듯하다.

정부는 중장년층의 창업·재취업을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특히 재취업 지원 서비스의 의무화를 법제화해 실시 중이다. 그런데 2021년 관련 운영 현황 보고를 보면 해당 기업 중 절반 정도의 기업만 실행했으며, 참여 인원은 28% 정도에 불과했다. 아직 운영기간이 짧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퇴직을 고려해야 하는 중장년층의 적극적인 참여와 인식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현재 100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한 기업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이를 확대하려면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 규모가 작거나 퇴직 인원이 많지 않은 기업은 퇴직교육을 받는 종사자가 주위의 불편한 시선을 받게 되거나 회사에서 불이익을 걱정해야 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재교육시설과 프로그램을 지역 대학들과 공동으로 개발·운영하면서 대학 시설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기업 내 실시가 아닌 외부 교육기관을 통해 실시하면 기업과 개인 모두 부담을 조금은 줄일 수 있다. 재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한 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데 이를 한곳에서 확인하고 필요한 교육을 신청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도 고려할 만하다. 더불어 중장년층이 퇴직 후 20년 이상의 기간에 경제·사회활동의 방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같이할 공간과 이들에게 정신적·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통합 프로그램도 제시돼야 한다.

퇴직하는 나이는 빨라지고 은퇴하는 나이는 점점 늦어지는 시대다. 많은 이가 인생의 새로운 20년을 준비해야 하는 기간에 이미 들어와 있다.

지금 필자도 현 상황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싶다. ‘나의 노후는 안녕하십니까’라고 말 이다.

한상호 영산대 외식경영학과 교수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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