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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소형 회계법인 “자유선임기간 확대는 미봉책”…갈 곳 잃은 회계개혁
기업·회계업계 자유선임 기간 이견
접점 찾을지 미지수…공청회도 연기

[헤럴드경제=김상훈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회계개혁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와 관련한 기업계와 회계업계의 이견이 갈수록 커지면서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자유선임기간을 확대하는 안에 대해 중소형 회계법인들은 생사가 달린 문제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금융당국이 어떤 절충안을 도출해낼 지 주목된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기업·회계 업계와 학계 등은 지난해 9월부터 ‘회계 개혁 평가·개선 추진단’을 구성, 지난 2019년 도입된 신(新)외부감사법 개정안의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추진단이 집중적으로 논의 중인 현안은 ▷표준감사시간제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의무화 ▷주기적지정제 등이다. 주기적 지정제는 6년 연속으로 회사가 원하는 감사인을 선임할 경우 3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감사인을 선임하는 제도다. 표준감사시간제는 기업의 규모와 업종 등에 따라 감사인이 투입해야 하는 적정 감사시간을 규정한 것이며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업 내부에 마련한 회계통제시스템을 뜻한다.

정부가 추진단을 꾸린 배경은 기업과 회계업계 간 갈등이 점차 커지면서다. 특히 기업들은 현행 ‘6+3’의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놓고 세계 어디에도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라며 제도 폐지를 주장해왔다. 잦은 감사인 교체로 인한 감사 품질 하락과 관련 비용 급증에 따른 부담이 근거였다. 반면 회계업계의 입장은 ‘감사 독립성 강화’라는 신외감법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현행 제도를 그대도 시행해야한다고 맞서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추진단이 도출하려는 개선안에 주기적 지정제의 자유선임 기간을 6년에서 9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갈등의 불을 지폈다.

특히 중소형 회계법인의 반대 여론이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 회계법인의 구조적 특성상 수임에 따라 회사 존립에 큰 영향 미친다. 자유선임기간이 6년에서 9년으로 늘어난다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선 특정 회계법인과의 계약관계가 이어져 다른 회계법인들에게는 수임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회계법인들 간 과당 경쟁으로 이어져 이에 따른 감사보수 인하로 연결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주기적 지정 3년이 끝나 올해 자유선임에 들어간 기업들을 대상으로 회계법인간 수임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감사보수가 주기적 지정 때와 비교해 20~30%정도 깎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시장의 중요도가 커지면서 보다 엄격하고 투명한 회계감사가 필요해지는 시점에서 자유선임기간의 확대는 이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회계법인들의 입장이다. 보다 조직화되고 강화된 품질역량을 갖춘 회계법인이 나올 수 있도록 정부에서 유도하고 성장 기반을 마련해줘야 하는데 현 시점에서의 자유선임기간 확대는 정착돼 가는 제도를 오히려 후퇴시키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중소형 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신외감법 도입 이후 여러 가지 부작용은 있었지만 이제 겨우 자리 잡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유선임기간을 늘린다는 건 미봉책에 불과하고 결국에는 감사 품질도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같은 회계업계 반발에 당황한 눈치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한국회계학회에 발주한 ‘회계 개혁 제도 평가 및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토대로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자유선임기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이달 예정됐던 공청회 일정을 다음달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융당국은 “다양한 대안을 검토 중에 있으며 구체적인 개선방안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war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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