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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사기에 빠진 전세

많이 불안하다. 1000가구를 보유한 빌라왕의 사망으로 드러난 전세사기 행각으로 떠들썩하더니 그런 빌라왕이 한둘이 아니고 더 나아가 그런 바지빌라왕들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관리한 숨겨진 빌라황제가 있단다. 안전해야 할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 주택 71만가구 중 54%가 부채비율이 80%가 넘는 깡통주택이란다. 일부가 드러난 것에 불과한 이런 깡통주택은 앞으로 주택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 더 급속히 확대될 것이다. 깡통주택으로 낙인찍히면 새로운 전세가구를 못 구해 본의 아니게 전세사기범이 되는 임대인도 늘어날 것이다. 전세 또한 급락하고 있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더라도 퇴거하는 이전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다 못 돌려주는 역전세난이 확대되고 있다. 혼돈상태인 전월세시장의 여파가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매매시장에 또 다른 리스크 요인으로 작동하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다른 나라에는 찾아보기 힘든 전세제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요구되는 기본적인 조건이 있다. 첫 번째는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제공하는 대출인 전세 상환이 해당 주택의 매각 가능한 가치로 담보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빌라왕들은 2021년을 전후해 급속히 만들어진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 시기는 주택 가격 급등보다 더 빠른 전세가 급등이 발생한 시기다. 200조원을 넘어간 전세대출 확대와 2020년 7월 도입 이후 2년도 안 돼 서울시 아파트 전세가를 30% 급등시킨 전월세상한제가 그 원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처럼 변동성이 심한 시장에서 시세 파악이 쉽지 않은 빌라의 경우는 약간의 사기적인 향료만으로도 임차가구로부터 시세보다 높은 전세금을 얻어낼 수 있었다. 전세 임대의 리스크를 과소평가한 전세보증제도의 확대는 임차인의 판단을 더 흐리게 했다. 사실 지속해서 매매가와 전세가가 올랐더라면 문제의 강도가 약해졌을지 모른다. 불행하게도 금리 급등으로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시에 급락하고 있다. 전세사기 빌라들뿐 아니라 일반 빌라 전세도 점점 위험해져 가고 있다.

둘째로 전세제도는 기존 임차인이 퇴거할 때 다음 임차인이 곧바로 연결된다는 믿음이 기반이 된다. 즉 임대인이 아닌 새로 입주하는 임차인의 전세금을 받아 퇴거하는 이전 임차인에게 전달된다. 이런 부채 돌리기 구조가 주거 이동의 연쇄고리에 얹혀져 원활히 작동해야 전세제도가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금리인상으로 인한 전세 수요 감소로 인해 전세 임차가구의 원활한 연결이 보장되기 힘든 상황으로 전개됐다. 전세사기 빌라들처럼 새로운 전세가구를 구할 수 없게 되면 경매를 통한 자금 조달 만이 전세를 상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되었다. 그러나 경매로 넘어가면 정상적인 시장가치로 거래되기 힘들고, 다른 채무나 세금이 얹혀 있는 경우는 전세금을 다 받기도 힘들어진다.

임차인의 전세대출이라는 제도권 부채까지 임대인의 전세라는 비제도권 부채와 결합해 확대된 상황이라면 매매시장의 경색이나 전월세시장의 위축으로 주거 이동의 연쇄고리가 더욱 원활치 않게 돼 유동성 위험이 더 확대될 수 있다. 결국 전세사기와 깡통주택의 문제를 푸는 방법은 개별 주택의 부채를 털어버리는 청산이 아니라 전세가 존재하는 방식과 같이 전세의 흐름을 연결시키는 유동성 유지방안을 찾는 것이다. 일차적인 방안은 정부의 보증 확대지만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국내 주택시장 특히 비아파트시장 정보의 투명화 노력이다. 이번 사태로 개인정보 보호 논리보다 우선할 수 있는 부동산거래, 보유, 가격정보의 공공성이 강하게 확인됐다. 적극적으로 확대된 관련정보, 특히 상세한 빌라의 호별 가격정보의 제공으로 둔감한 공공이 주도하기보다는 예민한 민간에서 빠른 가격 변동을 담아낼 수 있는 가격 및 전·월세정보 시스템 개발을 경쟁하며 선도하게 만드는 지원이 필요하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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