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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희량의 현장에서] 이젠 크로스오버

새해를 맞아 우리 곁에 남아 있는 ‘토끼띠 식품’을 취재했다. 사람 나이로 치면 환갑인 ‘삼양라면’, 세는 나이로 49세인 ‘맛동산’, 30대의 ‘투유초콜릿’까지.... 30년 넘게 시장에서 사랑은, 이른바 ‘국민제품’을 보면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사랑과 관심을 넘어 매출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라서다. 식품업계도 시장인지라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선택받지 못한 라면은 어느새 판매대에서 사라진다. 최근 만난 업계 사람들은 “예전엔 유행기간이 6개월이었다면 이젠 3개월도 긴 것 같다”고 말한다. 고물가 시대에 서민의 삶만큼이나 제품의 생존도 힘들어졌다. 지갑을 여는 심리적 문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이라지만 올해도 역시 업계는 ‘생존’이 목표다. 지난달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연간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5.1% 오르며 외환위기(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수백개의 가맹점을 가진 프랜차이즈업체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는 ‘크로스오버 시대’다.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탈바꿈하는 형국이다. 바이오산업 등 각종 사업을 늘리면서 동시에 경계를 뛰어넘고 있다. BBQ는 지난달 서울 송파구에 160평 규모의 프리미엄 플래그십스토어 ‘BBQ 빌리지 송리단길점’을 열었다. 이 매장에선 치킨 말고도 브런치, 화덕피자, 커피를 판다. BBQ는 치킨뿐 아니라 자체 IP(지식) 문화콘텐츠와 해외 진출을 다음 먹거리로 보고 있다.

hy는 식품회사를 넘어 유통회사로 이미 자리 잡았다. 배경에는 야구르트만 팔아선 안 되는 위기감이 있었을 것이다. 지난달 기준 1만1000명의 규모의 프레시매니저(옛 야구르트아줌마)는 진단키트는 물론 구독형 면도기, 신용카드, 화장품까지 배송 중이다. 올해부터는 경쟁사 제품인 푸르밀의 ‘가나 초코우유’도 단독 배달해준다.

롯데리아는 새해 첫 신메뉴로 버거가 아닌 ‘폰트’를 선보였다. 메뉴 개발을 위한 도전정신을 담은 ‘딱-붙어체’ 등 2종의 폰트를 통해 MZ세대와 접점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롯데GRS는 엔제리너스가 지역베이커리와 협업하는 숍인숍 매장을 확대하며 BI(브랜드 아이덴티디)를 바꾸는 리뉴얼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맛’ 하나만 고수해도 됐던 과거와 다르게 이제는 유행·공간·경험에다 남이 안 파는 제품까지도 팔아야 하는 고차원 경쟁 시대다. 커피빈은 마켓컬리와 협업해 주문한 와인을 가져갈 수 있는 ‘픽업 서비스’를 운용한다. 커피빈은 의제 주류 면허(술은 팔 수 있지만 마시거나 시음은 불가)를 받아 88개 매장에서 와인을 팔고 있다. 커피를 팔던 할리스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탈바꿈, 지난달 두 번째 뷰티제품 ‘올웨이즈 포레스트’ 핸드크림·립밤 세트를 출시했다. 계묘년인 올해에도 사라지는 제품과 브랜드가 나올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살아남은 것들을 통해 우리는 2023년을 돌아보게 되지 않을까.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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