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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레가 등에 기어가고 칼에 찔리는 느낌까지”…메타버스는 ‘촉각 전쟁’ 中 [CES 2023 리포트]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3’에서 소개된 오우오의 VR 수트를 입고 게임을 즐기는 관람객 모습. 김지헌 기자.

[헤럴드경제(라스베이거스)=김지헌 기자] “당신의 등에 벌레 기어가는 느낌, 당신의 배에 칼이 꽂히는 느낌까지 들게 할 수 있다.”(오우오 관계자)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3’의 메타버스관 현장. ‘햅틱 게이밍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가상현실(VR) 수트’를 판매하는 스페인 기업인 오우오(OWO)의 관계자는 ‘전기를 통한 자극’을 통해 VR 게임을 하는 참가자들이 다양한 감각을 상체로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벌레가 몸에 기어가거나 칼이 배에 꽂히는 느낌 뿐 아니라, 총에 맞고 주먹에 맞고 주사기에 찔리는 느낌까지 구현할 수 있다고 했다. “총에 맞으면 너무 아프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우오 관계자는 “대신 촉각의 강도를 사용자가 조절할 수 있다”고 전했다.

회사는 2019년 창립된 스타트업으로 올해 3월부터 정식으로 자사의 VR 수트를 고객들에게 공식 판매할 계획도 전했다. 오우오 관계자는 “요즘 VR은 촉각에 대한 타사와의 기술 차별이 중요하다”며 “오우오는 전기적 자극에 의해 촉각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타사 기술력보다 우수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CES 2023의 메타버스관은 그야 말로 ‘촉각 전쟁’이 한창이었다. 인간의 다양한 감각 중에 촉각을 어떻게 VR 사용자가 느낄 것인지에 대한 고도화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오우오뿐 아니라 비햅틱스, 햅틱엑스 등 기업까지 모두 VR사용자의 촉각 고도화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엔터테인먼트 VR에 사용되는 수트와 장갑을 제작하는 비햅틱스는 8년 전 창업한 기업이다. 진동을 통해 감각을 느끼게 하는 이 기업은 각각 500달러(약 63만원), 300달러(약 37만원)인 수트와 장갑을 판매한다. 곽기욱 비햅틱스 최고경영자(CEO)는 “상체 수트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매우 주목도가 높은 제품”며 “주로 사용자들이 게임을 할 때 수트와 글로브를 착용한다”고 밝혔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3’에서 소개된 비햅틱스의 VR 전용 장갑과 수트를 입은 채 게임을 즐기는 관람객 모습. 김지헌 기자.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3’에서 소개된 햅트엑스의 VR 전용 장갑에 대한 시연이 진행되는 모습. 김지헌 기자.

햅트엑스는 창립한 지 7년 가량 된 미국 회사로 2년 전부터 실제 VR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8만달러(약 1억원) VR 장갑을 판매하는 이 회사는 공기의 압력을 조절해 120 가지가 넘는 촉각을 구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의 뜨거운 느낌도 가상현실에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햅트엑스는 주로 기업들을 상대로 영업한다. 군사 기관이나 자동차 제조사 등이 주요 고객사라고 한다. 햅트엑스 관계자는 “예를 들어 자동차 대시보드나 충전하는 시스템을 만들 때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직접 제품 실물을 만들어 이를 테스트할 경우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며 “햅트엑스는 그런 테스트 상황을 가상현실상에 구축해주고, 가상 현실에서 촉각 등을 통해 실제 차량용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해 비용을 절감시킨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 등 혼합현실(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융합)로 진입하는 또 다른 수단인 증강현실(AR) 글래스 역시 CES에서 뜨겁게 격전이 벌어졌다. 레티널, 매직 리프, 앤트 리얼리티 옵틱스 등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레티널는 국내외 주요 AR글래스의 핵심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으로서, CES 관람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AR글래스의 경우 화면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의 크기가 0.2인치 혹은 0.4인치에 불과하다. 이 작은 디스플레이에서 나오는 영상을 AR 안경을 착용한 사용자가 편안하고 크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때 필요한 광학렌즈 모듈 원천기술을 레티널이 개발했다. 김재혁 레티널 대표는 “배터리 전력 소모가 타사보다 적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CES에서 레티널은 ‘케플러’라는 이름의 고객사 시험용 안경(이밸류에이션 키트)을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했다. 실제로 관람객들은 케플러에 눈을 갖다 대고 “매우 좋다”고 엄지척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3’에서 대중에 처음 공개된 레티널의 ‘케플러'의 모습. 안경에 눈을 가까이 하자 영상이 나온다. 김지헌 기자.

미국기업인 매직리프는 지난해 11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국내 총수들과도 만났던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주도하는 국부펀드가 투자한 기업으로 알려졌다. 이곳 역시 전용 부스를 세우고 AR 글래스 시연을 관람객들이 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기업인 앤트 리얼리티 옵틱스는 올해 1분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자사의 AR 글래스를 공개했다. AR글래스별로 보이는 시야의 각도를 다르게 한 제품 3종을 내놨다.

엑스오비스는 VR과 AR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홀로그램으로 뜬 가상현실을 사람 팔 움직임만으로 조절·통제할 수 있는 ‘홀로 파노라마 X’를 처음 공개했다. 원형의 구조물에 사람이 들어가서 앞 디스플레이에 뜬 홀로그램을 본 뒤 팔의 움직임만으로 원하는 영상 조작을 할 수 있다. 일반적인 VR·AR 제품은 한 명의 개인이 착용하고 혼자 경험하는 형태지만, ‘홀로 파노라마 X’는 한꺼번에 여러사람이 구조물에 들어가 홀로그램으로 뜬 가상현실을 조작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엑스오비스 관계자는 “박물관이나 테마타크를 중심으로 해당 제품을 판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3’에서 엑스오비스의 ‘홀로 파노라마 X’를 관람객이 체험하는 모습. 김지헌 기자.

AR·VR은 아니지만 메타버스 세계에서 음악을 새롭게 조합할 수 있는 기술을 전세계 최초로 출시한 버시스 역시 주목받았다. 이 기술(메타 뮤직 시스템)은 ‘CES 2023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앱으로 가상현실 공간을 구현한 뒤 게임을 하듯 하나의 캐릭터가 해당 공간을 뛰어다니며 음악을 획득한다. 음악을 게임 아이템처럼 얻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별로 특별한 게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 음악들을 여러 개 모은 뒤 몇몇 개의 음악을 사용자가 선택하면, 그 음악을 인공지능(AI)이 듣기 좋은 하나의 음악으로 합성해준다. 기존에 있던 음악들을 사용자가 어떤 것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아예 새로운 음악이 재창조되는 것이다.

전은경 버시스 이사는 “‘메타버스 음악’을 저희 회사가 전세계 처음으로 정의하고 제품을 내놨다”며 “가상 공간을 만들어 특정 뮤지션의 세계관을 세우고, 그 안에서 다양한 음악을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3’에서 소개된 버시스의 '메타 뮤직 시스템' 모습.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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