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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미술시장, 진짜 1조원 맞습니까? [이한빛의 현장에서]
2021년 9223억원이 7563억원으로 조정
약 1700억 차이…‘1조 돌파’도 의구심
신뢰도 낮은 아트페어 자체 발표 매출액
이를 바탕으로 화랑 매출액 추정해 오류 자초
키아프 2022 전경 [헤럴드DB]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2022년 한국미술시장의 규모가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1조377억원으로 사상 최초로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전년인 2021년(7563억원)과 비교하면 37.2%나 늘어난 수치다. 아트페어와 화랑의 매출 증가가 이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발표는 구멍이 너무 많다. 먼저 ‘1조 377억원’이라는 숫자는 ‘추정치’다. 문체부도 “미술시장의 주요 유통 경로인 경매, 아트페어의 매출액을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화랑의 매출액을 예측한 것”이라며 “미술시장 실태조사를 통해 유통처 간 중복 매출액, 이번 결산에 포함되지 않은 매출액 등을 파악해 이 결과를 보완할 예정”이라고 했다.

문제는 추정치와 수정액이 너무 큰 차이가 있다는 데 있다. 약 1년전인 2021년 12월 발표된 2021년 미술시장 규모 추산액은 9223억원이었다. (상대적으로 정확한) 미술시장 실태조사 결과인 7563억원과는 약 1700억원의 차이가 난다. 비슷한 비율을 대입해보면 2022년 미술시장 규모는 1조원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추산액 결과도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조정됐다. 애초 9223억원이었던 것이 2022년 상반기 미술시장 규모 추산액을 발표하던 시기인 7월엔 9157억원으로 조정됐고, 11월에는 8416억원으로 다시 바뀌었다. 똑같은 ‘2021년 미술시장 규모 추산액’이 9223억원에서 9157억원으로, 8416억원으로 수정된 것이다.

어쩌다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됐을까? 아트페어 매출액을 기준으로 화랑 매출액을 추산한 것이 가장 큰 오류다. 아트페어에 국내 모든 화랑이 다 참가하는 것도 아닌데 아트페어 성장률을 화랑 매출 성장률에 그대로 대입했다. 그래서 올해 아트페어 매출액 증가율(59.8%)과 화랑 매출 증가율(59.8%)이 같다. 아트페어 성장률은 각 아트페어에서 자체적으로 발표한 매출액을 합산했다. 이 발표치를 믿을 수 있을까? 실제로 팔리지도 않은 작품을 팔린것으로 발표했다가 금액을 수정해 재발표한 경우도 있었다. 매출액을 제공하지 않는 화랑의 매출은 팔린 작품들 가격을 임의로 계산해 뽑아내는 방식으로 집계하는데, 시장 관계자들은 “솔직히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또한 경매시장은 30%가까이 후퇴했는데, 1차시장만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는 것도 의구심을 키운다. 9월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를 제하고는 하반기 페어엔 손님들이 없었다. 기류가 바뀐걸 누구나 체감할 정도다.

아트페어 판매액과 화랑 자체 매출을 무 자르듯 구분할 수 없는 것도 중복집계 값이 커지는 요인이다. 아트페어에 내 놓았는데, 페어 시기엔 팔리지 않았지만 이후 세일즈가 일어났다면 이 매출은 과연 아트페어 판매액일까 아닐까? 문체부에선 아트페어와 화랑, 경매를 주요 유통 경로로 봤지만 실제로 아트페어와 화랑은 교집합이 너무나 크다. 아트바젤-UBS가 발간, 미술시장에서 가장 믿을만하다고 평가되는 ‘아트마켓 리포트’에서는 그래서 아트페어 섹터가 없다. 딜러, 옥션, 컬렉터 사이드로 시장을 분석한다.

그렇다고 약 1년의 시간이 걸리는 미술시장 실태조사가 정확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게다가 1년이라는 시차때문에 실효성도 떨어진다. 이곳에는 국내 진출 해외화랑의 매출이 빠져있다. 국내 컬렉터들에게 판매하고, 국내 법인으로 한국에 세금을 내고 있는데도 이들은 한국미술시장 규모에 포함되지 않는다. 페로탕이 2016년 삼청동에 오픈한 이후 리만 머핀, 페이스, 타데우스로팍, 쾨닉, 글래드스톤, 페레즈프로젝트가 갤러리를 열었다. 사무소 형태로 운영되는 곳까지 합하면 약 15곳 정도가 있다. 시장에서는 이들 매출이 연간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아니라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미술작품, 아트 굿즈, 조각투자도 모두 빠져있다. 문체부는 “처음 미술시장 실태조사를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시장 구조가 바뀌고 있다”며 “이를 모두 포함하는 방식으로 조사 방법을 바꿀 계획”이라고 했다. 연구용역이 올해 시작해, 내년부터는 새로운 기준에 따라 시장을 조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은 가끔 체에 비유된다. 너무 성기거나 촘촘하면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체의 강도를 조절하기 위해선 기초조사가 빠르고, 또 정확해야한다. 현상을 100% 반영할 순 없어도, 그 싱크로율이 높을수록 정책의 효과도 자연히 커질 것이다. 그러기에 추정치와 수정액이 20%를 넘나드는 숫자는 별 의미가 없어보인다. 정말 한국미술시장은 1조원일까? 글쎄, 며느리도 모른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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